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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AUKUS)에 흔들리는 핵비확산체제
[이용인의 글로벌안테나]
[139호] 2021년 11월 01일 (월) 이용인 yyi@hani.co.kr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9월15일 백악관에서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새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창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다른 두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한 가운데 하고 있다. 왼쪽 화면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오른쪽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REUTERS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2021년 9월15일 출범을 발표한 3국 안보결사체 ‘오커스’(AUKUS)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가 7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뒤통수를 맞은 프랑스의 반발, 남중국해에서 호주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아세안(ASEAN) 국가들의 불편한 심기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핵무기 없는 호주가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미국과 영국의 변심에 핵전문가들은 충격받고 있다. 전례 없는 이번 조처로 어렵게 지켜내고 있는 국제 핵비확산체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의 발언을 종합하면 핵추진잠수함은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에서 3국 협력으로 건조할 예정이며, 미국과 영국은 앞으로 18개월 동안 호주에 기술·전략팀을 보내 세부사항을 협의한다. 호주는 자체적으로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지 않으며, 핵추진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다.

HEU 사용의 위험성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발표 내용이 핵확산 위험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핵전문가 프랭크 폰히펠 미국 프린스턴대학 명예교수와 조지 무어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상임연구원이 직격탄을 날렸다. 두 학자는 오커스 발표 일주일 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 공동기고문을 통해 “중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이익이 핵무기 비확산체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첫째, 호주의 핵추진잠수함이 HEU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 따른 핵확산 위험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의 핵추진잠수함은 우라늄235를 93~97%로 고농축한 우라늄(HEU)을 추진 연료로 사용한다. 호주가 자체적으로 농축우라늄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했으므로 미·영의 지원을 받는 호주의 핵추진잠수함도 당연히 미국이 공급하는 HEU를 원료로 쓸 것이다. 문제는 농도 90% 이상의 우라늄이 곧바로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민수용 원자로가 3.5%로 저농축한 우라늄(LEU)을 사용하는 것에 비춰보면 HEU가 얼마나 위험한 핵물질인지 짐작할 수 있다.
HEU가 언제든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HEU 사용을 줄이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켜왔다. 예를 들어 미국과 소련은 냉전 시기에 수십 개 나라의 연구용 원자로에 무기급 HEU를 공급했는데,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이를 LEU로 바꿔왔다. 두 과학자가 “지금 다시 무기급 우라늄을 핵비무장국에 수출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라고 탄식하는 이유다.
실제로 호주의 HEU 사용을 제대로 사찰·검증하려면 상당한 실무적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세바스티앵 필리프 프린스턴대학 연구부교수는 9월17일 핵과학자회보에 올린 글에서 “호주가 6~12척의 핵추진잠수함을 30년간 운용하려면 3~6톤가량의 HEU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HEU 획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그 양은 핵무기 한 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25kg(0.025톤)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AEA가 기밀에 속하는 핵추진잠수함의 원자로 설계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 채 핵무기 한 개 제조에 들어가는 우라늄의 100~200배에 이르는 양을 사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IAEA가 그런 솜씨를 부리기가 쉽지 않다”며 “호주 대표단이 방문하면 IAEA 지도부의 목에서 땀이 흘러내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둘째, 핵무기 비보유국인 호주가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핵비확산체제의 ‘구멍’을 활용하려는 다른 나라들의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 국장은 호주가 핵물질을 오용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선례를 남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핵무기 비보유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나 운용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잠수함은 위치 자체가 비밀이고, 수면 밑에 있기 때문에 IAEA 사찰단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래서 “금지되지 않은 군사활동용”(즉 핵추진잠수함)일 경우 핵물질을 안전조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IAEA 안전조치에 이런 구멍이 있지만 어떤 핵비보유국도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한 적은 없다. 캐나다와 브라질이 심각하게 이를 검토했지만 ‘핵확산을 우려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무산됐다. 그동안 NPT의 구멍을 막는 데 앞장섰던 미국이 호주에 “아주 예외적으로” 구멍을 허용한 것을 두고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이란, 브라질, 한국 등도 호주처럼 NPT의 구멍을 활용하려 시도할 수 있다. 액턴 국장은 “오커스 협정은 (핵확산) 억지력을 가진 (IAEA의) 세이프가드(안전조치) 가치를 약화시키고 핵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영원히 선한 의도는 없다
셋째, 미·영·호주는 글로벌 비확산 리더십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호주의 핵추진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선한 의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폰히펠과 무어, 두 과학자는 호주도 ‘인도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는 자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기 전에 소련에서 한 척, 이후 소련 붕괴 뒤 러시아에서 한 척을 임대했다. 인도의 핵추진잠수함 설계는 상당 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한 두 번째 핵추진잠수함에 토대를 두고 있다. 두 과학자는 이번 협정이 호주가 자체 핵추진잠수함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커다란 첫발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잠수함은 플랫폼이고, 그 위에 핵무기가 얹혀질지 아니면 재래식 무기가 얹혀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미래 어느 시점에 오커스 협정이 부른 핵비확산체제 약화에 대한 대가를 인류가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미-중 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치의 역동성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창작과비평사)의 공저자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주변의 경계를 살피는 야경꾼 역할을 소망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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