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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단체관광 오지 마세요
[집중기획] 사치가 된 해외여행 ② 오버투어리즘 거부
[138호] 2021년 10월 01일 (금) 안체 블린다 economyinsight@hani.co.kr

안체 블린다 Antje Blinda 디나 데크슈타인 Dinah Deckstein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마르틴 U. 뮐러 Martin U. Müller
<슈피겔> 기자

   
▲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환경오염과 사고 위험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가 대형 원양 유람선의 입항을 금지한 데 이어, 대부분의 베네치아 시민도 더는 대형 유람선 입항을 원하지 않는다. 2012년 7월17일 대형 유람선이 베네치아 항구로 들어서는 모습. REUTERS

2021년 6월 말 관광객을 태운 대형 유람선이 석호 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향해 힘차게 돌진했다. 항구를 가로지르는 이 거대한 강철 구조물은 베네치아 총독궁, 산마르코대성당, 그리고 도심의 유서 깊은 궁전보다 높이 솟아 있었다. 높이 60m, 길이 300m, 너비 32m의 유람선 매그니피카(Magnifica)에 견줘 이 도시의 수백 년 된 유서 깊은 건물들은 아주 작아 보였다.
유람선이 주데카운하를 지나자 예인선이 유람선을 끌어당겼다. 승객 수백 명이 앞다퉈 갑판 위로 쏟아져나온다. 베네치아의 화려함을 보고 경탄하는 승객들은 사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 환경 피해와 사고 위험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가 대형 원양 유람선의 입항을 금지하겠다고 반복해서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베네치아 시민도 더는 대형 유람선 입항을 원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이런 분위기가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17개월 동안 코로나19로 운행이 중단됐던 유람선이 다시 베네치아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유람선은 구시가지에 정박하는 동안에도 전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엔진을 작동한다.
바로 이곳, 베네치아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베네치아는 최초의 관광도시 중 한 곳이다. 이미 18세기에 유럽의 귀족들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고향인 베네치아로 여행을 떠났다. 일반 대중이 귀족을 따라 하는 건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약 200년이 흐른 지금, 베네치아는 이제 ‘오버투어리즘’(지역의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그곳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으로 다른 도시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본다.

숙박 않는 낮손님이 대부분
백발에 꿰뚫는 듯한 눈빛을 가진 베네치아 주민 마테오 세키(51)는 구시가지 중심부의 한 약국 앞에 서 있었다. 그의 팔뚝에는 ‘venessia.com’(베네시아닷컴)이라는 문신이 새겨 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관광객은 넘쳐나는 베네치아의 현 상황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의 이름이다. 세키는 이 운동의 리더다. “물론 베네치아는 관광산업 없이는 살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세키 자신도 수년간 호텔 업무를 하며 관광객 덕에 돈을 많이 벌었다. “부자와 투기꾼은 부동산을 사서 관광객에게 빌려주고 더 많은 돈을 번다.”
세키는 팬데믹 이전 같은 형태의 관광산업은 도시를 죽게 할 것이며, 베네치아는 그 특별함을 헐값에 팔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도시는 5성급 레스토랑 같은 고급 상품이지만 맥도널드처럼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은 거의 도심에서 살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구시가지는 현지 주민에게 더는 매력적인 거주 지역이 아니다. 빵집이나 미용실 같은 생활에 필수적인 상점이 계속 새로운 기념품 가게에 자리를 내주며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람선에서 쏟아져나오는 관광객들의 구시가지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간다. 이들은 낮에는 베네치아 골목을 누비고, 저녁 식사를 할 때가 되면 다시 배로 돌아간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이런 낮손님을 ‘모르디 에 푸지’(Mordi e fuggi)라고 부른다. ‘치고 빠진다’는 뜻이다. 초단기 방문객은 돈은 거의 쓰지 않고 쓰레기만 남겨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매년 600만 명의 숙박객이 베네치아를 찾았다. 숙박하지 않는 ‘모르디 에 푸지’는 2200만 명에 이르렀다.
이런 관광객을 베네치아에서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싶으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요식업 종사자인 아리고 치프리아니와 이야기해봐야 한다. 산마르코광장에서 멀지 않은 그의 ‘해리스 바’(Harry’s Bar)에서 프로세코(Prosecco·이탈리아 발포와인)와 잘 익은 복숭아를 섞은 칵테일 벨리니(Bellini)가 태어났다. 치프리아니는 자신의 바에서 벨리니 한 잔에 22유로(약 3만원)를 받는다. 카르파초(Carpaccio·이탈리아식 육회, 해산물회) 역시 1950년에 그의 아버지 주세페 치프리아니가 해리스 바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현재 89살인 아리고 치프리아니는 거의 매일 점심시간에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테이블에 앉아 요즘 다시 오기 시작한 단골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치프리아니는 작은 모퉁이 주점에서 시작해 홍콩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까지 레스토랑과 고급 호텔로 이뤄진 글로벌 제국을 설립했지만, 이 제국의 중심은 여전히 ‘해리스 바’다. 팬데믹 기간에 매출이 80%나 급감했지만, 치프리아니는 날마다 몰려왔던 단기 방문객이 다시 돌아오기를 원치 않는다. “베네치아에 오고 싶은 진정한 동기가 없다면 오지 말아야 한다”고 노신사는 화내며 말했다. “오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이나 찍고, 여행지 리스트에서 베네치아에 도장을 찍기 위해 불과 몇 시간 동안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리 도시의 영혼을 이해할 수 없다.” 베네치아는 그런 사람들에게 더 비싼 여행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치프리아니는 말했다.

   
▲ 여행객들은 앞으로 유럽 최고의 관광지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가려면 매우 높은 가격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상버스 투어, 곤돌라 타기 등 모든 일정의 가격이 오르고 2022년부터 추가로 도시 입장료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 대의 곤돌라가 베네치아 항구에 정박돼 있다. REUTERS

‘도시 입장료’ 도입 계속 미뤄
수상버스 투어 7.50유로, 곤돌라 타기 30분에 80유로, 광장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는 데 11유로다. 치프리아니는 추가로 일종의 도시 입장료도 받아야 한다며 “박물관에 가도 입장료는 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베네치아시 정부는 도시 입장료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혼잡도에 따라 1인당 3~10유로를 받을 계획이다. 애초 2019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베네치아 당국은 계속 미뤘다. 유람선 관광객들 덕에 돈을 버는 주차장 주인, 부두 노동자, 식료품 도매상, 곤돌라 업체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관광경제학자 얀 판 데르 보르흐가 동료들과 함께 계산한 바에 따르면, 베네치아는 훨씬 적은 수의 방문객으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다만 제대로 된 방문객이어야 한다. 이상적인 관광객 수는 연간 1900만 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 입장료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현재 75% 넘는 ‘모르디 에 푸지’ 비율을 30%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베네치아시 관광 책임자인 시모네 벤투리니는 2022년에 도시 입장료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최근 자체의 성공에 짓눌린 도시 중 하나다. 인구가 87만 명에 불과한 도시에 2019년까지 연간 방문객 수는 2200만 명까지 늘었다. 암스테르담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와 저비용 항공사가 네덜란드 수도에 풀어놓은 저비용 관광객에게서 이제 벗어나고 싶어 한다. 2018년 취임한 녹색당 소속 펨커 할세마 시장은 관광객을 되도록 도심에서 분산시켜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구시가지에서는 카메라가 사람 수를 체크한다. 특정 시간에 사람이 꽉 찰 것으로 예상하면 골목을 폐쇄하고 관광객을 우회시킨다. 5천㎡ 크기로 계획된 ‘에로틱 센터’(Erotikzentrum)는 홍등가를 도시 가장자리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방문객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약간의 속임수를 써서 암스테르담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30㎞ 떨어진 교외 지역 잔드보르트는 ‘암스테르담 비치’로 이름을 바꾸었고, 15㎞ 떨어진 마위데르슬롯 성은 이제 ‘암스테르담 캐슬’이라고 부른다.
좌파 시의회는 2020년부터 유럽에서 가장 높은 침대세(Bettensteuer·숙박세)를 징수하고 있다. 크루즈 회사는 크루즈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 매일 승객 1인당 8유로를 내야 한다. 그 결과 크루즈 회사들은 더 저렴한 로테르담에 정박하고 버스로 승객을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운하, 반 고흐 미술관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내린 결정은 암스테르담에서 세계 최초로 숙박 횟수를 제한해 연간 숙박 상한선을 2천만 명으로 한 것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2200만 명에 가까웠다. 다만 이 결정을 어떻게 실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암스테르담, ‘침대세’ 징수
시민단체 ‘세상을 위한 빵’(Brot für die Welt)의 관광 전문가 안체 몬샤우젠은 관광이 유발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여행 비용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4인 가족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모든 비용이 포함된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여행을 가려면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그 돈은 거의 해당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저렴한 상품은 여행사의 화려한 카탈로그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대체로 저임금과 미지급 초과노동의 결과다. 이 불공평한 상황을 보고 싶은 사람은 굳이 먼 나라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독일에서도 관광업과 요식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60% 이상이 저임금 노동자다.

ⓒ Der Spiegel 2021년 제29호
Luxus Urlaub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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