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에디터 > Editor\'s Column
     
기술혁명과 에밀레종
[Editor's Letter]
[138호] 2021년 10월 01일 (금) 이용인 yyi@hani.co.kr

이용인 편집장

   
 

인류가 코로나19와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심리적 면역력이 키워지면서 ‘포스트 코로나’에 기대와 희망도 시나브로 피어나고 있다.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고, 상품과 서비스 공급도 정보통신(IT) 기술을 기반으로 날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2020년에 견줘 확 뛰어오른 실적이나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며 어깨를 펴고 있다.
기술변화는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1년 5월1일치에서 지적하듯이,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사람들을 더 진취적으로 변화시켰다. 집에서 흑사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커지자 새로운 땅을 찾아 항해하다가 죽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탓이다. 전쟁이나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같은 엄청난 충격 이후에 사람들은 위험 추구 경향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기술혁명을 추동한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빅테크기업이나 플랫폼 사업자들은 편리성과 생산성을 무기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할 것이다.
기술 진보가 가져올 부의 증가를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미사여구에 마음을 빼앗겨 산업구조의 변화가 배출해내는 ‘노동 괴물’에 눈감는다면, 우리가 누리는 편리와 혁신은 ‘에밀레종’의 종소리와 다를 바 없다. 마스크를 쓴 채 30도가 넘는 ‘철판 열돔’에서 일하는 쿠팡 동탄·인천·고양물류센터 소속 노동자에 대한 기사(<한겨레> 2021년 7월21일치)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번 <이코노미 인사이트>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드리운 노동의 그늘을 다뤘다. 독일의 파견노동자는 경제가 활황일 때는 ‘환영받는 예비군’이지만, 경제위기에는 불청객 신세로 전락한다. 폴크스바겐에서 일했던 파견노동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말 그대로 ‘제거’됐다. 이 노동자는 “내가 더는 인간이 아닌 마모성 부품이 된 것 같았다”고 절규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직장갑질119’가 2021년 2월1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로나 사태의 가장 위험지대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체는 만 19~55살 직장인 1천 명에게 2020년 4월과 6월, 9월, 12월 총 네 차례 설문조사를 했다. 비정규직 응답자 중 ‘실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차 조사 8.5%에서 4차 조사 36.8%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정규직은 같은 기간 3.5%에서 4.2%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코로나 위기는 일상에 감춰져 있던 불평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 계기였을 뿐이다. 기술 발전과 산업 재편은 불안정한 노동계층을 더욱 양산할 것이다. 이 문제를 다시 덮어버린다면 우리 공동체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0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