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mRNA, 차세대 ‘국민병 퇴치제’
[COVER STORY] ‘슈퍼 약물’의 도래- ② 현황
[137호] 2021년 09월 01일 (수) 예르크 블레흐 economyinsight@hani.co.kr

예르크 블레흐 Jörg Blech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슈피겔> 기자

   
▲ 독일에서만 암환자가 연간 50만여 명 발생한다. 의학계는 mRNA 기술을 활용해 암세포 분열을 막는 연구를 하고 있다. 2021년 8월10일 미국 루지애나주에 사는 한 암환자의 모습. REUTERS

인체는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매일 세포가 형성되고 그중 몇 개는 비정상적 암세포가 된다. 담배 연기, 자외선, 유해한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세포분열 과정에서 우연한 실수로 유전자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포는 성장에 대한 자체 통제를 잃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암세포는 지속해서 늘어 결국 암이 생긴다. 암은 인체에서 점점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며 인체가 더는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변이를 지속한다. 물론 대부분은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지 않는다. 변이로 암세포에서 새로운 종양 단백질이 생겨나지만, 인체의 면역체계가 종양 단백질을 ‘낯설게 여겨’ 대부분 파괴하기 때문이다.

mRNA 기술로 암 퇴치에 도전
그러나 인체의 암 억제 시스템이 늘 완벽한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만 연간 50만여 암환자가 발생한다. 면역 방어가 어느 순간 암세포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암세포가 계속 분열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면서 종양이 발생한다. 의학계는 mRNA 기술을 활용해 암세포 분열을 막으려 한다. 하이델베르크 독일암연구센터의 글로벌 면역치료부서를 총괄하는 종양면역학자 닐스 할라마 교수는 “현대적 DNA 염기서열 분석기 덕택에 종양 유전자와 건강한 조직 유전자를 구분하고 각 서열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종양이 어디에서 변이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마다 특성을 인지하고 대응 가능한 개별 공격점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진전이다.”
닐스 할라마 연구팀의 계획은 mRNA 기술로 환자 몸에서 종양 단백질을 대량 생성하고, 면역체계가 종양 단백질과 암세포를 낯선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mRNA 백신은 화학요법과 방사능 치료 없이 종양을 제거하고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이 계획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017년 발표된 임상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악성 흑색종(멜라닌 형성 세포로 말미암아 생기는 악성 종양) 환자 13명은 개인 맞춤형 바이오엔테크 치료약을 복용했다. 이후 환자 8명은 12개월에서 23개월 동안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변이 증상이 있었던 임상시험 대상자 5명 중 2명에게 치료약이 효능을 보였고, 이 중 1명은 지속적인 효능을 경험하지 못했다. 모든 임상시험 대상자는 면역체계가 눈에 보일 정도의 변화를 보였다고 바이오엔테크 공동창업자인 우르 샤힌과 외즐렘 튀레지는 전한다. “전체 임상시험 대상자들이 여러 종양 변이에 대해 강력한 T세포(세포성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 반응도를 보였다.”
위암 환자에게 개인 맞춤형 mRNA 치료약 임상시험이 다음 단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위암 환자들은 보통 위 종양 절제 수술을 받는다. 이후 환자들은 화학요법으로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를 받는다. 이 치료법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약 20%는 위암이 재발한다.
이런 표준 치료를 받은 위암 환자들은 추가로 개인 맞춤형 mRNA 치료약을 투여받는다. 아스클레피오스 클리닉 알토나(Asklepios Klinik Altona)의 디르크 아르놀트 종양학과장은 “개인 맞춤형 mRNA 치료약 복용 뒤, 환자의 면역체계가 남아 있는 모든 암세포를 찾아내어 파괴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상시험 대상자들은 이르면 2021년 안에 치료받을 수도 있다.
향후 다양한 mRNA 암치료제가 임상시험을 거칠 예정이다. 독일에서만 (백신 및 바이오의약품 규제 기관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aul-Ehrlich-Institut)가 mRNA 암치료제 임상시험 신청서 29건을 승인했다. 전세계에서 피부암과 위암뿐만 아니라 췌장암,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뇌종양, 난소암에 대한 mRNA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승인받은 mRNA 치료제는 크게 히트할 것이다. mRNA 암치료 시장 규모는 2022년 2천억달러(약 230조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병원균 혹은 암세포 치료의 원리는 mRNA 치료제가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것에 있다. 반대로 mRNA 치료제가 면역체계를 안정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가면역질환자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청소년 당뇨병의 경우 췌장의 섬세포(Islet Cell)는 자체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받는다. 그러면 췌장은 인슐린을 전혀 혹은 거의 생성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혈당치는 위험 수준까지 오른다. 크론병(소화관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과잉 면역반응)과 궤양성 대장염은 만성 위염에 의한 것이다. 건선(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의 경우 피부가 가렵고, 무릎이나 어깨 등 관절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면역체계가 관절, 힘줄, 피부, 심지어 내부 기관 등 인체 자체 구조를 공격하면 류머티스성 관절염도 발생한다. 세계 인구의 약 8%가 자가면역질환을 앓지만 치료제는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다.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인체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장기나 기관을) 낯설다고 인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mRNA 치료제는 몇 년 뒤면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알레르기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REUTERS

당뇨병과 알레르기 치료에 도움
바이오엔테크의 외즐렘 튀레지와 우르 샤힌은 연구팀과 함께 다발성경화증 사례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오래전부터 개발 중이다. 다발성경화증의 경우 면역세포가 중앙신경계 단백질을 공격하는데, 그러면 중앙신경계는 팔과 다리 근육을 더는 제어할 수 없게 된다.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은 힘이 없거나 피부가 따끔거리거나 무감각 혹은 마비 증세를 겪는다. 이외에 시각신경이 공격받으며, 환자들은 시야를 분명하게 볼 수 없게 된다.
2021년 초 바이오엔테크 연구팀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험용 쥐에서 다발성경화증의 중증 악화를 막았던 임상연구보고서를 기고했다. 실험용 쥐들은 운동기능을 회복했다. 다발성경화증은 인체 주입 뒤 비장까지 더 많이 도달하도록 변형하고 지질막으로 감싼 mRNA 덕택에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mRNA 주입 뒤 면역세포는 비장에서 인체 자체의 구조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을 습득했다. 그리고 신경돌기(Neurites) 막을 향한 공격이 줄어들었다.
mRNA 치료제는 몇 년 뒤면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알레르기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크코흐연구소에 따르면 “어린이의 20%, 성인의 30% 이상이 알레르기를 앓는다”고 한다. 잘츠부르크대학 리하르트 바이스 면역학 교수의 연구팀은 얼마 전 비염 알레르기에 대한 설계도를 포함한 mRNA 치료제를 개발해 실험용 쥐에 주입한 바 있다. mRNA 치료제를 주입한 실험용 쥐들은 장기적으로 비염에 걸리지 않았다. 바이오엔테크는 알레르기 mRNA 치료법의 특허권을 확보했다는 게 바이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바이오엔테크의 엄청난 자금력을 고려하면, 알레르기 RNA 백신이 개발될 확률이 높다”고 낙관했다.
mRNA 기술은 다른 국민병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골세포는 관절의 연골조직을 구성하는 둥그런 세포다. 연골세포가 원래 기능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면 관절염이 생긴다. 관절염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치유하기도 어렵다. 일본 도쿄 의과치과대학의 이타카 게이지 교수는 “mRNA 치료제가 관절염에 유일한 치료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타카 교수팀은 초미니 입자로 mRNA를 감싸는 방법을 개발했다. 지름 500억분의 1m인 초미니 입자는 조직 깊숙이 들어가 관절의 아주 깊은 연골층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타카 교수팀은 이 방법으로 무릎관절의 연골에서 연골세포를 강화시켰다.

연골 강화와 척추디스크에 효능
연골세포가 기능을 수행하려면 특정 단백질이 필요하다. 이타카 교수팀은 실험용 쥐의 무릎관절에 설계도가 있는 mRNA를 주입했다. 이에 앞서 실험용 쥐의 내측 반월(무릎관절 속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두 연골 가운데 안쪽 연골)은 외과적으로 절제되고, 중요한 디스크 하나는 절개된 상태였다. 이 정도의 장애가 생기면 보통 관절염이 생긴다. 하지만 mRNA를 주입하면 예상되는 무릎 마모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연골세포는 주입된 ‘도움 단백질’(Helper Protein)을 실제로 더 많이 생성했고, 연골은 더 오래 유지됐다.
이타카 교수팀은 최근 관절염 mRNA 치료제 프로젝트에 일본 정부의 지원금을 따냈다. 이타카 교수는 일본 기업 ‘악셀리드 드러그 디스커버리 파트너스’(Axcelead Drug Discovery Partners)와 2년 뒤 공동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생의학 분야에서 최초의 mRNA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타카 교수팀은 mRNA 방식을 척추디스크에도 시험해봤다. 사람마다 나이가 들면 척추디스크가 마모되고 줄어들며 튀어나온다. 척추디스크는 불타는 칼이 꽂힌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타카 교수팀은 도움 단백질을 위해 mRNA 기술에 다시 베팅했다. 이번에는 mRNA 치료제를 실험용 쥐의 디스크에 바로 주입했다. 실험용 쥐들은 치료 덕을 톡톡히 보았다. mRNA 치료제를 투여받지 못한 실험용 쥐들의 척추디스크와 비교해 치료제를 주입한 실험용 쥐들의 척추디스크는 더 두꺼웠다.

뇌졸중과 심장질환 치료제도 개발 중
이타카 교수팀은 노년에 두뇌 노화를 방지하는 치료제 개발도 계획 중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로 구성된 신경조직의 봉입체(Inclusion Body)가 기억력과 사고력을 저해한다. 하지만 네프릴리신이라는 단백질이 봉입체를 분해할 수 있다. 이타카 교수팀은 RNA 기술을 활용해 네프릴리신 단백질을 실험용 쥐의 두뇌세포에 주입했고, 실제로 아밀로이드 베타 밀도가 낮아졌다.
이타카 교수팀은 두뇌의 순환장애도 실험해봤다. 뇌졸중 등으로 두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두뇌의 뇌피 질부의 기능 중추 전체가 파괴된다. 이러한 경우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라는 단백질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 BDNF는 두뇌에서 비료 기능을 해 새 세포가 자라나게 한다. 이타카 교수팀은 이에 해당하는 mRNA를 만들었고, 이를 실험용 쥐 두뇌에 주입해 성공했다. 이타카 교수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으면 고사했을 두뇌 세포를 이런 방식으로 살려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의 바이오시스템 사이언스·엔지니어링 학과의 마르틴 푸세네거 생물학 교수도 이와 유사한 목표를 갖고 있다. 푸세네거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두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가 고사하면, 손을 떨며 걷고 뛰는 데 문제가 있는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난다. 푸세네거 교수팀은 실험용 쥐에게서 최소한 이런 증상을 둔화해주는 mRNA 기술을 얼마 전 개발했다. “현재 mRNA 기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연구소뿐만 아니라 기업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심장 주위를 겹겹이 둘러싼 관상동맥은 심장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구실을 한다. 여성의 18%와 남성의 28%는 나이가 들면서 관상동맥이 좁아지고, 그렇게 되면 피가 거의 혹은 전혀 돌지 않게 된다. 독일인들의 대표 사망 요인은 뇌졸중과 더불어 경색, 심장 부정맥, 심부전이다. 독일인의 약 40%가 이 질환 중 하나로 사망한다. 빈혈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빈혈로 심장근육 세포 수백만 개가 죽는다.
미국 뉴욕에 있는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리오 장기 교수는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질환의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장기 교수는 “우리 목표는 경색 뒤 심장의 재활을 촉진하고 활동시키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장기 교수팀은 이를 위해 새로운 혈관을 생성시키는 mRNA를 개발했다. 경색 증상 직후 해당 mRNA를 실험용 쥐의 심장근육에 주입하자 새로운 관상동맥이 생성됐고, 치료 중인 실험용 쥐들의 심장은 전보다 더 힘차게 뛰었다.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연구팀은 이 결과에 주목해 실험용 돼지에게 유사 실험을 했는데 성공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수백만달러를 투자하고 최초로 인간에게 이 치료법을 임상시험하는 계기가 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 대상자 24명에게 바이패스 수술 동안 심장에 주사 30방씩을 놨다. 세계적으로 만성심장질환자는 2700만 명에 이른다. mRNA 기술은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mRNA 기반 심장치료제의 결과는 2021년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 Der Spiegel 2021년 제25호
Die Medizin von morgen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