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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집중과 데이터 축적 시급
[FOCUS] 중국의 소프트웨어 국산화- ② 과제
[137호] 2021년 09월 01일 (수) 허수징 economyinsight@hani.co.kr

허수징 何書靜 <차이신주간> 기자

   
▲ 2021년 8월10일 안토니오 피에트리 아스펜테크 최고경영자가 창사 40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스펜플러스는 세계적인 화공기업에서 모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다. 아스펜테크 블로그 화면 갈무리

천스자오 화동이공대학 시스템공학 박사는 “외국 산업용 소프트웨어 아스펜플러스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스펜플러스는 화학공업에서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다. 세계적인 화공기업은 모두 이 프로그램으로 생산설비와 화학공정 시뮬레이션을 한다. 아직 대체할 만한 중국산 제품이 없다.
2020년 첸펑 중국공정원 원사 주도로 천스자오를 포함한 박사와 대학원생 10명이 일부 공정 모델을 구축하려고 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데이터베이스”라고 말했다. 아스펜플러스의 열역학 물성 데이터베이스는 범위가 넓어 수만 가지 물질의 정확한 데이터가 들어 있다. “외국의 문헌 데이터베이스를 구입하기도 했지만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아스펜플러스는 문헌의 모든 데이터를 전부 추출해 소프트웨어에 저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오픈소스인 물성 데이터의 베이스를 찾았지만, 데이터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수량이 너무 적었다.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해 구축한 모델의 일부 기능만 실행할 수 있다.

적잖은 걸림돌
천스자오 박사는 동일한 결과에 도달한 공정에서도 아스펜플러스의 장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책에 있는 원리에 따르면 원료가 빠르게 소진되지만 실제 생산현장에서는 원료가 줄어드는 속도가 느렸다. 아스펜플러스는 미세한 부분까지 실제 상황과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 95% 정확도를 보여줬다. 천스자오 박사는 “누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스자오 박사 연구진이 설계한 소프트웨어도 일부 공정에서는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다. “기본적으로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은 끝났다. 이 결과물로 학술대회에 출전한다면 어떤 대회에서든 1등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중국산 산업용 소프트웨어가 가장 넘기 힘든 문턱은 데이터와 지식의 축적이다. 류샤오펑 윈루커지 최고기술책임자에 따르면 CAE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수학·물리학 이론 기초와 소프트웨어 기능, 산업 지식이 필요하다. 공개된 학술 성과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이론적 기초는 외국에 견줘 떨어지지 않는다.
“중국의 수학과 역학 등 기초 이론 분야는 국제 수준에 뒤처지지 않는다. 업계 지식과 사용자 피드백에서 격차가 난다.” 류샤오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외국 소프트웨어는 각종 재료의 성능곡선 등 수많은 데이터를 집적했다”며 “CAE 소프트웨어의 분석 결과가 실제 현장과 차이가 있다면 누적된 데이터 부족이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 분야에서도 외국기업의 경쟁력이 높다. 엔지니어에 따르면 다른 산업용 소프트웨어보다 CAD는 관련 업계 지식이 적어도 된다.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쉬운 것이다. 하지만 ‘쓰기 좋은’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
외국 CAD 업체 관계자는 “쓰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인력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선 하나도 수십, 수백 개 매개변수로 제어할 수 있다. 거리, 굵기, 점의 형태까지 많은 것이 필요하다. CAD 소프트웨어는 코드량이 굉장히 많아 후반부로 갈수록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우리 목표는 1990년대 그린 설계도를 최신 소프트웨어로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해낼 회사는 많지 않다.”
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더 어려운 부분은 종합적인 제품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지멘스와 다쏘시스템 등 외국 대기업은 꾸준히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출시하고 인수·합병으로 완벽한 제품 생태계를 구축했다. 다쏘시스템은 1990년대 CAD 소프트웨어 솔리드웍스를 인수해 카티아와 함께 양대 CAD 제품라인을 구성했다. 이후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해 제품 설계부터 인도까지 완벽하게 서비스한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다쏘시스템의 매출액이 45억유로(약 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이 가운데 소프트웨어 매출액이 40억유로다.
“기업고객을 겨냥한 제품은 다양한 부서의 업무를 포함한다. 부서마다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선 체계화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면 프로젝트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동차 전장부품 제조사 직원은 외국 유명 제품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장밍쥐 민생증권 투자은행사업부 책임자는 “일부 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각자의 분야에서 실적을 내도 업계 전체를 볼 때 작은 기업의 가치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나의 플랫폼으로 합병해 힘을 모았을 때 가격결정권이 생긴다”고 말했다.

   
▲ 2018년 10월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다쏘시스템 코리아가 최신 버전의 3D 설계·엔지니어링 애플리케이션 ‘솔리드웍스 2019’를 공개했다. 중왕소프트는 솔리드웍스 같은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쏘시스템 코리아 블로그 화면 갈무리

추격하는 중왕소프트
중국 소프트웨어 업계도 제품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국산 CAD 1호’인 중왕소프트는 일체형 제품 개발에 주력한다. 1998년 설립된 중왕소프트는 2010년 미국 VX의 CAD/CAM 사업부를 인수해 3D CAD 기술을 확보했다. 2018년 CAE 분야에 진출해 2D와 3D CAD, CAE, CAM 제품을 제공한다.
“중왕소프트의 목표는 다쏘시스템의 솔리드웍스 같은 ‘올인원’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중왕소프트 관계자는 “3D CAD 제품을 개발하면서 CAD, CAE, CAM을 통합했다”며 “일체형 제품 수요가 많기 때문에 설계만 할 순 없고 시뮬레이션도 제공해 기업이 설계를 최적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왕소프트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매출액이 4억56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순이익은 1억2천만위안으로 34% 늘었다. 실적보다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는 합병이 고속 성장의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는 뜻이다. 한 투자자는 “수익성을 기준으로 예측하면 2023년 중왕소프트의 순이익이 5억위안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시가총액을 500억위안으로 가정하면 주가수익률이 100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왕소프트의 현재 주가수익률이 이미 200배가 넘었다. “부담이 너무 커 지속적인 합병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산업용 소프트웨어의 보안 문제도 주목한다. 산업용 소프트웨어는 종류가 많고 다양한 유형과 업종, 지식과 관련이 있다. 국가공업정보화부 정보기술발전사 셰샤오펑 사장은 6월 중국산업용소프트웨어대회에서 소프트웨어산업의 ‘제14차 5개년 규획’을 곧 발표해 핵심기술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산업용 소프트웨어 연구가 크게 발전하지 못한 원인은 복잡하다. 1980~1990년 관련 연구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당시에는 성장 효율을 우선해 가능하면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스스로 개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방식이 외국기업에 기회가 됐다. 중국이 30년 넘도록 제조업 체계를 구축하는 동안 외국기업은 각 분야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자사 산업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선했다. 세계경제가 통합되는 동안 중국은 국내외 분업 과정에서 리스크를 느끼지 않았다. 중국의 대학과 연구기관도 성장기에 들어선 인터넷을 비롯한 신흥산업에 관심을 보였고 계속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곳이 드물었다.

중국의 길
초기에는 기업이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석유설계원 임원에 따르면 1990년대 설계 소프트웨어는 외국 제품밖에 없었다. 중국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인력이 부족해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못했다. 이후 개발 문턱이 낮아졌어도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의지가 약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산업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같이 일하기 힘들었다.” 가오수밍 교수는 각종 산업용 소프트웨어의 기초 기술을 강조했다. “기본일수록 먼저 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 가장 어렵고 쉽게 압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도 역량을 집중해 기술 문제를 돌파하도록 호소했다. <중국 산업용 소프트웨어 백서(2020)>에서는 정부가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중국과학원을 중심으로 기업이 협력해 기술 난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가오수밍 교수도 “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의 우수 인력이 부족한데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에 흩어져 있다”며 “인력을 한데 모아 함께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우수한 인력이 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산업용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데이터와 지식도 축적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백서>는 중앙정부가 공공지식 공유플랫폼을 구축해 기본적인 솔버와 표준 부품, 기초 데이터베이스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학계 관계자는 “지식 공유가 어렵다”며 “산업 지식은 기업의 자산이어서 공유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로 핵심 반도체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스마트폰 제품 구성에 타격을 받은 화웨이는 서둘러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기술개발 투자를 큰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산업용 소프트웨어의 성장을 이끌 대기업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에 대해 <백서>는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전담하는 국유기업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또 외국의 일류 소프트웨어 기업은 인수·합병을 마친 상태이므로 이류 기업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이나 지분투자, 합자회사 설립 등으로 호혜와 공영의 이익연합체를 만들 수 있다.
산업용 소프트웨어의 불법 사용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외국 제품의 독점 구도를 깨는 것을 방해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오랫동안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국산 소프트웨어가 성장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2021년 6월24일 차이신 하계포럼에 참석한 산업용 앱 업체 쒀웨이시퉁의 리이장 회장(오른쪽 첫째)이 산업 기술의 소프트웨어화에 대해 기조연설을 했다. 쒀웨이시퉁 누리집 화면 갈무리

기술 축적 고민
장기적으로 산업용 소프트웨어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기술 축적에 달려 있다.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앱) 사업 추진업체인 쒀웨이시퉁의 리이장 회장은 6월24일 ‘2021 차이신 하계포럼’에서 “산업용 소프트웨어는 도구가 아니라 제품 지식과 기술의 응집체”라고 말했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오랜 기간 축적한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항공기 설계에 필요한 7천 종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외부에 판매하지 않는다.”
“지식과 경험을 머릿속에 저장하면 해당 직원이 퇴직한 뒤 그가 축적한 것이 남지 않는다.” 석유설계원 임원은 “제조업에선 경험을 계승하고 축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내가 속한 설계원은 최근 수천만위안을 들여 사업 경험을 저장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산업용 앱을 이용해 경험과 노하우를 저장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공업정보화부는 ‘산업인터넷 발전 지도의견’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공용기술, 업종별 기술, 기업 전용 기술로 분야를 나눠 산업용 앱 100만 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리이장 회장은 “지식을 소프트웨어로 변환하는 산업용 앱이 기업 구축 데이터베이스보다 효율적”이라며 “먼저 투자와 사업모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앱을 개발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하나의 앱을 개발하는 데 5만~10만위안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100만 개의 개발에 500억~1천억위안이 든다. 이 자금을 정부가 모두 부담할 수는 없고 기업과 민간자본에 의존해야 한다. 동시에 투자 이익을 얻는 사업모델을 개발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財新週刊 2021년 제26호
解困工業軟件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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