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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제약·배터리 공장 유럽으로 ‘유턴’
[TREND] 글로벌 리쇼어링 시대- ① 재편되는 공급망
[137호] 2021년 09월 01일 (수)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아시아 등 국외로 탈출했던 기계제작, 제약, 전기차 부품 등 몇몇 제조업이 유럽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막힌 항로, 징벌적 관세, 기후위기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히 재편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글로벌 리쇼어링(국외 생산기지 본국 이전) 시대가 열리려나? 이는 유럽에 새로운 기회인가?

지몬 부크 Simon Book
지몬 하게 Simon Hage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슈피겔> 기자

   
▲ 20세기에는 유럽의 자전거 산업이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이동했지만 근년에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자전거 생산 공장. REUTERS

산업 측면에서 유럽의 미래는 초라해 보인다. 포르투갈의 도시 포르투에서 남동쪽으로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회색 공장 건물이 있다. 공장이 최대로 가동되고 있음에도 내부는 조용하다. 3교대로 일하는 250명 중 한 명이 가끔 로봇이 정확히 수행하지 못한 작업을 다시 손볼 때만 드물게 망치 소리가 들린다. 로봇 40여 대가 투명 아크릴 칸막이 뒤 또는 격자 공간에 줄지어 서 있다. 그중 몇 대는 선적 컨테이너만큼이나 크고 대여섯 개의 관절을 가지고 있다. 산업로봇은 알루미늄 파이프를 자르고, 구부리고, 용접하고, 도장해 자전거 프레임을 만든다.

자동화, 제조업을 유럽으로 가져오는 방법
2019년 자전거 회사 트라이앵글(Triangle’s)은 포르투갈의 오지에 공장을 세웠다. 2021년 이 공장에서 프레임 15만 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2025년까지 프레임은 25만 대로 늘어날 것이다. 자전거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의 전기자전거가 인기 있다. 그러나 트라이앵글에서는 일자리를 더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은 기계를 프로그래밍하고 제어하는 데만 필요하다. 유일하게 케이블 덕트를 위한 작은 나사를 알루미늄 프레임에 용접하는 작업만 사람 손으로 한다. 이것이 마지막 수작업 단계다.
“이 모든 일을 수동으로 하려면 직원 1천 명이 필요하다”고 공장장 루이스 페드로는 말했다. 이 지역에서 기술자 1천 명을 찾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완전 자동화’는 제조업을 유럽으로 다시 가져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20세기에는 자전거 산업이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 그 이유는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유럽으로 되돌아오는 제조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라이앵글의 모회사도 오랫동안 아시아에서 프레임을 생산했다. 2015년 회사는 아시아 의존에서 탈피하기로 결정했다. 늘어나는 수요를 중국이 충족해줄 수 없으리라 내다봤다. 공급 기간과 비용(임금 상승 등) 면에서 이제는 (채산성이 없어 중국 생산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트라이앵글의 모회사는 2017년 합작투자회사인 트라이앵글을 설립했다. 유럽연합(EU)에서 대출해줘 이 회사 공장의 유럽 복귀를 지원했다.
산업로봇 덕에 아시아 국가와 가격경쟁을 할 수 있다고 페드로 공장장은 말했다. 게다가 친환경적이니 더욱 좋다. 원자재부터 완성된 자전거 프레임까지 모든 것이 포르투갈산이다. 특히 “3~5일 안에 유럽의 모든 고객에게 우리 프레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페드로는 덧붙였다. 이는 귀중한 장점이다.
최근까지 거대한 ‘글로벌화 서커스’에는 하나의 규칙만 적용됐다. 북아프리카, 멕시코 혹은 아시아 지역처럼 언제나 저렴한 임금으로 유혹하는 곳에서 공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은 이 시스템이 얼마나 위기에 취약하고 무너지기 쉬운지 보여줬다. 하룻밤 사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 기계 또는 식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기존 관세를 인상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처음에는 중국이, 나중에는 유럽과 북미가 국경을 닫았다. 이는 국제무역과 나라 간 물품 운송이 막히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낳았다. 컨테이너의 운송료도 증가했다.
독일 자동차회사들은 최근 동북아시아 지역의 주요 공급업체에서 반도체를 받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코로나19 시기에 말 그대로 판매량이 폭증한 독일의 고급 리무진과 아시아의 게임 콘솔(단말) 모두 똑같이 희소한 상품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바로 반도체칩이다. 게다가 2021년 봄, 수에즈운하에서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좌초했다. 이에 따른 짧은 봉쇄로 전세계에서 화물운송이 정체됐고, 독일 슈퍼마켓과 할인마트의 매대가 물건이 없어 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선전과 옌톈 항구의 가동이 중단되자, 배 80여 대가 화물을 내리거나 적재하기 위해 항구 정박소에서 대기해야 했다. 물류회사 퀴네앤드나겔(Kühne+Nagel)의 해상화물운송 부문 책임자인 오토 샤흐트는 6월 중순 소셜네트워크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고객에게 (재고가 남지 않도록 하는) ‘적시생산 방식’은 현재 작동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것은 세계화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폭풍’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확고한 세계무역 옹호론자들조차 분업에 기반을 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많은 번영을 가져왔지만, 서구 국가를 극도로 의존적이고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각 기업 내부에서 발상의 전환이 시작됐다. 더는 값싼 노동력과 에너지 비용만으로 제품의 생산처와 구매처를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급망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가 생산지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자동차 등 독일 산업계는 더는 값싼 노동력 등 비용만으로 제품 생산 공장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이 2020년 6월10일 베를린에서 독일산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전기차를 몰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REUTERS

생산공장 결정, 저임금보다 공급 안정성
바로 이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한다고 독일 뮌헨공과대학 달리아 마린 교수는 지적한다. 그가 말하는 불확실성은 잠재적인 비용 상승을 뜻한다. 마린 교수는 연구 결과 향후 공급망의 거리가 기존보다 약 35% 더 짧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 생산이 독일 국내 시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리라고 예측했다. “공급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저임금, 낮은 운송 비용, 그리고 상대적인 안전성이다.” 생산 위치를 결정하는 데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지금껏 저임금뿐이었지만, 산업로봇 이용이 저렴해질수록 고임금 국가에서도 쉽게 제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마린 교수는 “회사는 어떤 면에서 효율성과 회복성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같은 신흥 강대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있던 유럽에 이는 예기치 못한 기회다. 그렇다고 국제분업의 이점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재조정될 거라고 마린 교수는 설명했다. 기계제작 또는 화학, 제약 부문은 일부 생산량이 이미 유럽에 되돌아왔다.
폴크스바겐도 마찬가지다. 니더작센주 잘츠기터의 생산공장에서 과거 기술자들이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디젤 장치를 조립했다. 지금은 흰색 가운을 입은 배터리 전문가들이 리튬·코발트·망간 같은 귀중한 원료를 회색 반죽으로 혼합하고 얇은 알루미늄판을 코팅하는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인쇄소와 하이테크 빵 공장이 섞인 것처럼 보이는 이곳은 폴크스바겐이 중국의 파트너 회사 궈쉬안(Gotion)과 함께 설립한 시범공장이다. 이곳에서 최신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셀이 생산될 예정이다.
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 폴크스바겐 회장 마티아스 뮐러는 2016년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우린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뮐러는 삼성이나 파나소닉, 엘지(LG) 같은 아시아의 공급업체에서 배터리셀을 사들이는 것을 선호했다. 그렇게 폴크스바겐은 생산시설 설립과 우수 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할 수백만유로를 절약했다.
당시에는 비용 효율성이 폴크스바겐그룹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아우디는 멕시코에 새 공장을 열었고, 포르셰조차 독일 국내 생산의 이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경영진은 모든 자동차를 반드시 독일 안에서 생산할 필요는 없다고 믿었다. ‘독일에서 개발됐다’는 라벨만으로도 충분했다. 에너지와 임금 비용은 동북아시아가 훨씬 저렴하기에 배터리셀을 생산하기 위해 유럽에 새 공장을 짓는 건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우선 유럽연합(EU)에서보다 엄격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정을 도입해 전기자동차 수요를 촉진했다. 이후에는 전기차의 선두 기업 테슬라가 유럽 시장을 정복해 전기차 붐을 일으켰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가장 큰 배터리 제조 공장을 미국이나 아시아가 아니라 브란덴부르크의 그륀하이데에 세울 계획이다. 중국 제조업체도 독일 경영자들의 비용 절감 주장이 불합리함을 입증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CATL)가 튀빙겐에 공장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이 투자는 새로운 생산처 선택에 이제는 비용 문제만 고려하지 않고 무엇보다 유연성과 공급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배터리셀을 항로로 유럽에 보내는 데 약 6주가 걸린다. 이는 적시생산 방식 시대에 너무 긴 시간이다. 전기차 붐과 함께 배터리셀도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병목현상 탓에 폴크스바겐은 개별 차량의 생산을 줄여야 했다. 폴크스바겐 본사의 경영진은 이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공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잘츠기터에서는 지금 굴착기와 불도저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다. 2025년부터 21만㎡에서 40기가와트시(GWh)를 생산할 일명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짓고 있다. 여기서 연간 약 50만 대의 자동차에 장착할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폴크스바겐은 유럽 전역에 이런 공장을 총 6개 세울 예정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이 사업에 수십억유로를 투자한다. 폴크스바겐 기술담당 최고책임자 토마스 슈말은 “우리는 유럽에서도 제조할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배터리는 단순한 공급부품이 아니다. 미래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이자 포기하면 안 되는 ‘핵심 노하우’다.

   
▲ 독일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은 2025년부터 일명 ‘기가팩토리’를 지어 연간 약 50만 대의 자동차에 장착할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 모습. REUTERS

폴크스바겐 유럽에 6개 기가팩토리 건립
이런 슈말의 발언은 전기차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폴크스바겐 직원들의 걱정을 없애준다. 회사의 내부 연구에 따르면 2029년까지 독일 내 공장에서 내연기관 생산 관련 일자리가 1만1400개 감소한다. 하지만 전기차 생산 관련 일자리는 약 8500개 늘어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물리학자, 화학자, 배터리 전문가 등 전문지식을 지닌 이들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키우고 보존해야 할 노하우이기도 하다. 잘츠기터에는 이미 5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2021년 안에 이 수는 두 배로 늘 것이다. 새로운 기가팩토리는 첫 번째 확장 단계에서만 또다시 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어쩌면 저렴한 가격보다 신속함, 그리고 고객 요구사항의 안정적 이행을 높이 평가하는 글로벌 경제의 시작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 Der Spiegel 2021년 제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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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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