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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워너비의 성공 비결
[CULTURE & BIZ] 피처링의 경제학
[137호] 2021년 09월 01일 (수)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프로젝트로 구성된 그룹 ‘MOM’(왼쪽)과 ‘정상동기’. MBC 제공

방송가의 화제를 주도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하나가 최근 막을 내렸다. 남성그룹 ‘MSG워너비’를 결성하는 내용이었다. 감미로운 발라드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 SG워너비에 대한 오마주 같은 프로젝트였다. 과거 이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와 ‘환불원정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에도 성공했다. 얼굴을 가린 채 목소리만으로 구성원을 선발하는 오디션부터 화제였다. 오디션으로 가수, 방송인, 배우로 조합된 ‘MOM’과 ‘정상동기’가 탄생했고 이들이 부른 노래는 각종 차트를 휩쓸었다.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그룹의 성공 요인은 다양한 구성원의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내는 기대감에서 온다. 전설의 댄스가수 이효리와 비가 만날 때, 록가수 김정민과 힙합가수 쌈디가 만날 때 생기는 시너지와 긴장감이 팬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을 <놀면 뭐하니?>에서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국외 팝과 우리 가요계에서는 일찍이 기대감을 활용했다. 한 팀이 아닌 가수들이 일시적으로 함께 노래하는 피처링을 통해서다.
최근 빌보드나 우리 가요 차트에 피처링 곡이 크게 늘었다. 국외에서 피처링은 1980년대 힙합이 인기를 끌면서 늘었다. 빌보드 차트에는 1990년 7월 글렌 메데이로스와 바비 브라운이 노래와 랩을 한 <She Ain’t Worth It>이 피처링 곡으로 처음 ‘핫100’ 1위에 올랐다. 그들의 성공 이후 팝 차트에서 피처링은 봇물 터지듯 늘어났다. 2021년 7월 둘째 주 기준 빌보드 ‘핫100’ 가운데 40개가 피처링 곡이거나 한 팀이 아닌 가수들이 함께 부른 노래다. 톱10에서 무려 5개가 피처링 곡이다.

힙합에서 출발
피처링이 이처럼 늘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우선 힙합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피처링 문화가 확산했다. 힙합은 래퍼와 디제이 등 각자 역할이 뚜렷한 음악가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장르다. 이 때문에 힙합은 협업 음악가들의 이름을 앨범에 공동 참여자로 올리는 것, 즉 앨범 ‘크레딧’에 넣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힙합의 영향으로 크레딧에 참여자들을 포함하는 문화가 정착되자 다른 장르에서도 피처링이 늘어났다.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면 저작권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 배분 장치가 안정되면서 피처링도 늘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곡 제작 참여자 수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로코노믹스>의 저자 앨런 크루거에 따르면 1976년 빌보드 차트에 오른 밴드의 평균 멤버 수는 4.5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3.2명으로 줄었다. 과거보다 솔로 가수 비중이 크게 는 것까지 고려하면 곡 하나를 제작하는 데 참여하는 사람은 더 줄어들었다. 기술 발전으로 참여자 수가 줄어들자 1인당 수입도 늘었다. 나눠 갖는 수익에 여유가 생기자 그 부분을 다른 가수의 피처링에 쓰는 경향이 늘었다고 크루거는 분석한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으로 음악을 듣는 형태가 늘면서 앨범 발매가 줄고 싱글 음원이 늘어난 것도 이유다. 싱글 음원은 신속히 공개되는 장점이 있지만 노래가 나올 때마다 개별적으로 마케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럴 때 서로 다른 팬층을 가진 가수들이 함께 작업하면 양쪽 팬층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입소문을 내려 할 때 이 장점은 두드러진다. 이른바 공동 마케팅, 공동 브랜딩을 하는 셈이다. 음악시장에서 SNS 영향력이 커지면서 피처링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공동 브랜딩이 언제나 효율적인 것만은 아니다. 공동 브랜딩 이론에서는 여러 범주가 섞일 때의 불이익도 강조한다. 각 범주의 고객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어 타기팅(목표 대상 선정)이 어려워지곤 한다. 그래서 어떤 조합으로 구성할 때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연구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약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조합의 잠재력이 가장 크다. 최근 편의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곰표 맥주, 금성 맥주 등과 같은 상품이 이런 연구에 기반해 개발된 제품이다.

   
▲ 처음 피처링 곡으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글렌 메데이로스와 바비 브라운의 뮤직비디오. 애머스트레코드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질적 조합의 효과
피처링 역시 이런 차원에서 효과를 생각해봄직하다. 피처링 곡이 일반 노래보다 효과가 큰지, 또 어떤 장르가 만날 때 시너지가 생기는지 등에 대해서다. 이탈리아 보코니대학 안드레아 오다니니 교수 연구팀은 빌보드 핫100에 오른 노래로 피처링 효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피처링 노래가 그렇지 않은 노래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분명 컸다. 또 다소 이질적인 장르가 만날 때 성공 가능성이 더 컸다. 하지만 장르별로 효과는 달랐다.
오다니니 교수팀은 1996년 1월~2018년 4월 빌보드 핫100에 오른 1909개의 피처링 노래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기간을 1996년부터 잡은 이유는 이때부터 피처링 노래가 본격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성공 지표인 빌보드 핫100 안에 들어간 피처링 노래의 비중은 점점 더 커졌다. 핫100보다 더 어려운 톱10 진입을 기준으로 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장르 간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먼저 어떤 장르가 유사한지 이질적인지 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유사도’라는 방식을 이용했다. 쉽게 말해 서로 피처링하는 비율이 높은 장르는 유사도가 높고, 그 반대는 유사도가 낮다고 봤다. 문화상품에서는 이처럼 함께 등장하는 빈도가 높으면 장르 간 거리가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쓰곤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힙합과 리듬앤드블루스(R&B), 힙합과 팝은 유사도가 높다. 반면 컨트리와 힙합, 라틴과 힙합의 유사도는 낮다. 이 잣대로 측정한 결과 유사도가 낮은 장르의 조합일수록 빌보드 톱10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서로 이질적일수록 더 희귀하고 새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날치 밴드와 같은 국악과 록의 혼종이 인기를 끈 것도 이런 효과에 기인한 듯하다. 하지만 장르 간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효과는 다시 떨어졌다.
피처링에선 호스트 음악, 즉 주가 되는 음악 장르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달라졌다. 호스트 음악이 댄스일 때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팝, 록, 힙합 차례다. 고유한 성격이 뚜렷하지 않고 두루 어울리기 좋은 장르가 호스트일 때 성공하기 쉬운 셈이다. 호스트 음악이 컨트리일 때는 역효과가 났다. 장르 고유성 때문이다. 장르 고유성이 높은 컨트리, 힙합 등이 호스트가 되면 고유성 훼손이 두드러져 팬들이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질 개선보다 프로모션
피처링 음악은 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걸까. 앞서 이야기했듯 각자의 고정 팬층이 더해져 더 많은 사람에게 노래를 알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조합 자체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키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경영학 관점에서 ‘프로모션 효과’라 부를 수 있다.
피처링 가수들이 각자의 장점을 더해 노래 자체의 질을 높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효율적 노동 분업이라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피처링은 각각의 비교우위를 가진 참여자들이 서로의 기술을 보완한다. 이럴 때는 경제학 관점에서 ‘질 개선 효과’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오스트레일리아 매쿼리대학 조르디 매켄지 교수 연구팀은 피처링 곡의 성공 원인을 더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피처링 곡의 프로모션 효과와 질 개선 효과 가운데 어느 쪽이 큰지 따져 본 것이다. 이들은 2016년 12월~2018년 10월 미국에서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를 통해 실시간 재생된 노래 가운데 톱200 차트에 오른 곡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피처링은 프로모션 효과를 위한 산물이다. 톱200 차트의 노래 가운데 44%가 피처링 곡이었다. 피처링 노래는 다른 곡보다 더 많이 재생됐다. 특히 피처링 곡은 발표 첫 주의 재생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프로모션 효과가 우세하다는 뜻이다. 질이 좋아서였다면 꾸준히 수요가 늘어 재생 기간도 길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초반에 반짝하는 프로모션 효과만 강하게 나타났을 뿐이다. 같은 장르보다 다른 장르끼리 만날 때, 경력이 오랜 유명 가수와 막 뜨는 신인 가수가 피처링할 때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 또한 프로모션 효과 덕분으로 나타났다. 노래 발표 초반에 새로운 팬층을 유입하는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역시 세상은 경제학보다 경영학 관점이 더 우세하다는 것이 피처링의 세계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성현들의 말씀은 틀린 게 없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선배님, 경제학으로 갈까요, 경영학으로 갈까요?”라고 묻던 우매한 나에게 경영학을 쓱 짚어주던 선배님이 생각났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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