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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빅테크를 규제하는 이유
[박상인의 경제직설]
[137호] 2021년 09월 01일 (수) 박상인 sanpark@snu.ac.kr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7월 발동한 ‘미국 경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UTERS

최근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빅테크(Big Tech) 기업들에 대한 규제 법안과 행정명령을 연이어 발표했다. 2021년 6월11일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더 강력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을 위한 반독점 어젠다’라는 이름으로 총 5개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5개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배적 플랫폼의 ‘킬러합병’ 심사 강화
먼저, 독립적인 판매자 이익의 침해를 막기 위해 플랫폼 운영과 자체 브랜드(PB)의 판매를 분리하도록 했다. 이 경우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을 자체 PB상품만 파는 공간과 다른 업체들의 물건을 파는 공간으로 쪼개거나, 자체 PB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둘째, 페이스북 같은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가 인스타그램처럼 시장에 막 진입한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하는 ‘킬러 합병’(Killer Acquisitions)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를 강화하도록 했는데, 기업 인수 결정이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확장하거나 참호화하지 않음을 빅테크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셋째, 사용자가 기존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때 기존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전송해 공유해야 하는 ‘데이터 이동성’(Data Portability)과 호환성을 강제해, 진입 장벽과 갈아타기 비용을 낮춘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빅테크 기업의 제품이나 검색 결과에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구글 검색 결과에 유튜브나 구글맵 안내 내용이 먼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7월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앞서 소개한 미 하원에 제출된 법안의 일부를 행정명령으로 우선 실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르면,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는 시장지배적 인터넷 플랫폼의 신생 기업 인수, 일련의 기업 인수, 데이터 축적, ‘공짜’ 제품을 제공하는 경쟁, 사용자의 사생활에 대한 영향 등을 기업결합 심사에서 더 엄밀히 고려해야 하며, FTC는 데이터 감시(Surveillance)와 축적에 관한 규정, 빅테크 플랫폼이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기업과의 불공정한 경쟁을 감시할 규정을 확립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행정명령을 발동한 이유가 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비대해져 생기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조처를 두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행정부가 스탠더드오일이나 모건의 철도회사 등과 같은 신탁(Trust)을 분할한 것, 1930년대 말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독점 정책을 실행한 것과 동일하고 담대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시장경제 오작동에 대한 경고는 미국의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보수 경제학의 본산인 미국 시카고대학의 스티글러 센터도 경제력집중 문제를 최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센터는 경제·정치 권력이 소수의 수중에 집중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경제력의 집중을 규제”(fighting ‘bigness’)하는 것에 반독점규제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미국 대법원 판사였던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주장을 재조명했다.
이 흐름을 ‘뉴브랜다이스 운동’이라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브랜다이스 운동의 대표 인사인 팀 우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기술·경제 특별보좌관, 리나 칸을 FTC 위원장, 조너선 캔터를 법무부 반독점국의 최고책임자로 각각 임명한 바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재벌의 경제력집중이라는 20세기 초 미국의 진보적 운동과 빅테크 기업의 출현이라는 21세기 초 뉴브랜다이스 운동이 당면한 상황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서 재벌개혁이 주요 의제로 제기되지 않을 뿐 아니라 빅테크를 육성하자고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는 계열사 102개를 거느리고 금융 및 플랫폼 산업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질주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네이버라는 빅테크가 사실상 은행 기능의 일부를 수행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혁신이라는 허울로 동일 기능에 동일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사이에, 네이버·카카오 같은 빅테크 사업자들은 새로운 재벌이 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에 의한 새로운 혁신의 소멸, 독과점 심화에 따른 소비자와 독립 소상공인의 폐해, 개인정보 보호의 미비라는 잠재적 위험 등이 초래하는 결과에는 우리 정치인도 관료도 관심이 없다.

경제력집중 해소 없으면 퇴행의 길로
서구 자본주의는 영미형 자유시장경제와 유럽대륙의 조정시장경제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두 체제는 기업의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 문제를 미국식 구조개혁이나 독일식 통제와 조정으로 해결해오고 있다. 이에 반해, 벤 슈나이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 교수는 저서 <라틴아메리카의 계층 자본주의>에서 중남미 국가들은 공고한 경제 기득권과 정치권력의 사악한 보완성에 빠져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사회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개발도상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급격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뒤 재벌의 경제력집중 문제에 맞닥뜨린 이스라엘이 2013년 미국식 구조적 재벌개혁에 나선 이유도 경제력집중 문제 해소 없이는 중남미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성찰과 우려 때문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개혁을 통해 미래로 나가느냐, 기득권에 포획돼 정체와 퇴행에 빠지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한국 경제의 핵심 이슈를 심층 분석해 직격하는 논설형 칼럼으로, 재벌 개혁 등 여러 경제 현안을 제기하며 대안 또한 제시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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