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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투 합병으로 그랩·SEA와 맞대결
[FOCUS] 동남아 인터넷 삼국지- ① 실태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웨이이양 economyinsight@hani.co.kr

웨이이양 尉奕陽 <차이신주간> 기자

   
▲ 2020년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승차 공유 서비스 고젝의 오토바이 기사 쉼터에서 기사들이 스마트폰으로 고객의 승차 요청을 확인하고 있다. REUTERS

동남아 지역의 인터넷업계가 중국이 걸어온 대기업 과점화, 플랫폼화의 성장 과정을 베낀 것처럼 따라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20년 넘게 써내려간 역사는 훌륭한 ‘교과서’가 됐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넘는 현지 유니콘기업이 효율을 높이고 방향을 정하도록 도왔다.
2021년 5월 인도네시아의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고젝과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피디아가 합병을 선언했다. 업계의 과점화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각자 분야에서 동남아 지역 업계 3위인 이들 업체는 업계 선두와 경쟁해야 하는 부담 속에 합병을 선택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과학기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중국 따라하기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선택이다. 충분한 규모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덩치가 더 큰 경쟁사의 공격을 받아 쓰러지거나 잡아먹힐 수 있다. 두 기업의 합병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 동남아 지역 최초의 유니콘인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기업가치를 400억달러로 평가받아, 미국에서 상장하는 동남아 기업 가운데 최고가 될 전망이다. 온라인게임으로 출발해 전자상거래까지 확장한 또 다른 동남아 인터넷기업 SEA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동남아 지역 1위에 올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퍼진 지난 2년 연속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동남아 인터넷업계는 중국의 경험에서 배웠다. 소수 대기업이 과점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서로 경쟁했다. 중국 인터넷기업들이 걸어온 시간의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한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에서 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두는 플랫폼 경제로 전환했다. 세계적으로 진행된 디지털화와 코로나19 사태는 동남아 인터넷기업의 성장과 전환을 촉진했다.
동남아는 매우 복잡하고 다원화된 시장이다. 현지 주민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출신 국가를 말하지 ‘동남아 사람’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국가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시장이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다음의 ‘전쟁터’는 어디일까? 사업방식으로는 단일시장에 집중해야 할까, 아니면 여러 나라의 시장을 선점해야 할까? 동남아에서 새롭게 떠오른 기업에 광활한 시장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 2020년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 맥도널드 젝을 이끈다. 매장 앞에서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의 기사가 음식 배달 준비를 하고 있다. REUTERS

새로운 강자
5월17일 고젝과 토코피디아가 합병을 선언한 뒤 새로운 그룹의 이름을 ‘고투’로 정했다. 두 기업의 알파벳 첫머리를 조합한 것이다. 이번 합병은 인도네시아는 물론 아시아 인터넷기업 합병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감독 당국의 허가 절차가 남아 있어, 고투는 합병과 관련해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서 고투의 기업가치는 180억달러로 추산됐다. 합병을 완료한 뒤 인도네시아와 미국에서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할 즈음 기업가치는 350억~400억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장 계획을 발표한 그랩의 기업가치 변화를 참고해 추정한 금액이다.
‘동남아의 우버’라고 부르는 그랩은 몇 년 전부터 상장을 추진했고 고젝과 토코피디아는 합병 전부터 상장 의사를 밝혔다. 고투그룹 대변인은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려는 의지가 확고하고 이번 합병으로 절차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2021년 말 고투의 주식이 미국 증시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젝의 본사는 인도네시아에 있다. 오토바이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음식배달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두 기업은 중복되는 사업 분야가 거의 없고 상호보완성이 강해 이번 합병이 인도네시아 최대 종합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수치를 보면 합병으로 나타날 규모의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두 플랫폼의 총거래금액(GTV)은 220억달러(약 25조원)가 넘는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억 명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 등록한 운전기사가 200만 명이고, 1100만개 업체가 플랫폼에 입점했다. 이들 업체가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에 기여했다.

‘고투식’ 합병
14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의 동종업계 기업과 비교해보자. 메이퇀(美團)의 음식배달 서비스 전체 매출이 약
5천억위안(약 88조원)이고, 월간활성이용자수는 3억 명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등록한 기사가 1천만 명, 월간 활성이용자수는 4억 명이 넘는다. 중국 기업과 비교해 고투의 규모가 작은 것 같지만 인구가 2억7천만 명인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이룬 성과다. 동남아 전체 인구가 6억7천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고투의 실력과 성장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합병 이후 고투의 사업은 교통 물류와 음식배달,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게 된다. 두 기업은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했기에 합병 소식이 놀랍지 않았다. 2015년부터 업무협력을 시작해 업무효율을 크게 높였다. 토코피디아 사용자가 물건을 주문하면 고젝의 오토바이 기사가 배송에서 ‘최후의 1㎞’를 해결하는 식이다. 고투 대변인은 “두 기업 경영진이 여러 해 동안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 동료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합병 이후 그룹 내부에서 더 큰 시너지효과가 만들어질 것이다.”
고젝의 오토바이 기사가 토코피디아 물류센터에서 발송한 상품을 더욱 빨리 배송할 수 있다. 이들의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에 다양한 영업 도구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두 애플리케이션(앱)에 동시에 사용자 등록을 할 수 있고,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각자의 사업부문이 고투라는 한 브랜드로 통합되지 않는다. 고젝과 토코피디아를 독립된 브랜드로 운영하고 두 기업의 경영진이 업무를 분담할 예정이다.
합병하되 통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투 쪽은 공식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합병이 양쪽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동남아 지역 투자기관과 시장 관계자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벤처캐피털 거비파트너스(戈壁創投)의 장톈단 동남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합병 협상이 절대 쉽지 않다”며 “기존에 있던 기업의 디엔에이(DNA) 문제가 있고 주주들의 이익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벤처캐피털 비넥스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사토 데루히데는 “고젝과 토코피디아는 상호보완성이 강하다”며 “합병 이후 종합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쇼핑에서 결제, 은행 서비스까지 사용자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자상거래 그룹 비넥스트를 창업했고 초기에 인도네시아 시장과 토코피디아에 투자한 그는 “고투가 이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감격했다”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을 오랫동안 관찰한 다른 인사는 “사용자 관점에서 볼 때 두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해 사용자 친밀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계속 지키는 것이 새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경영진 관점에서 보면 합병 이후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내부에서 경쟁하기 마련이다. 두 기업이 서로를 잘 알아도 자기 손으로 키운 직원과 브랜드를 해체해 다시 만드는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다.”
<닛케이아시아평론>은 고투가 인도네시아 감독기관에 제출한 문건을 인용해 합병 이후 고젝이 고투그룹의 지분 58%, 토코피디아가 42%를 보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기업의 주주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소프트뱅크가 고투그룹의 최대주주로 지분 15.3%, 알리바바가 그다음으로 지분 12.6%를 보유하게 된다. 지분이 두 자릿수인 대주주는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뿐이다. 그러나 고투가 차등의결권을 도입한다면 이들이 보유한 지분만큼 의결권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고젝의 공동 최고경영자 안드레 소엘리스티요가 고투그룹에서 가장 높은 직위인 최고경영자를 맡아 고투의 전반적인 전략을 책임질 예정이다. 투자은행 출신의 패트릭 카오 토코피디아 사장이 고투의 사장을 맡는다. 그룹의 재무와 기업 발전, 투자자 관계, 투자활동을 책임질 예정이다. 고젝의 창업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인 케빈 알루이는 최고경영자 신분을 유지해 고젝을 이끈다. 토코피디아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윌리엄 타누위자야도 최고경영자 자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엘리스티요 최고경영자는 그룹 전략 외에 금융 사업부문인 고투파이낸스의 수장을 맡는다. 그룹에서 고젝과 토코피디아 다음으로 중요한 브랜드가 될 고투파이낸스는 두 기업에서 중복된 사업부문을 통합해 새로 출범한다. 앞으로 두 기업이 고객을 이해하고 동남아는 물론 다른 지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고-푸드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고젝의 지급결제 서비스 고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REUTERS

반독점 심사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두 인터넷기업의 합병은 감독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경쟁감독위원회(KPPU)는 고투의 합병을 철저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KPPU는 다른 시장 관계자들에게 고투의 합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당 경쟁을 보고해달라고 독려했다. 당국이 불공정한 경쟁 행위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업 시정을 고투에 요구할 수 있다. KPPU는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사업에 중복되는 부분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반독점 심사 과정에서 인터넷 업계를 하나로 간주하기 쉽다. 분야별 경계가 모호하다.” 장톈단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슈퍼 앱이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시각에서 합병 문제에 접근한다”며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사업 가운데 중복되는 게 거의 없어도 엄격한 심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가 고도로 중첩된 인터넷기업들 사이의 합병이라면 감독 당국의 심사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다.
고투가 앞둔 반독점 심사는 이번 합병이 성사된 원인을 설명해준다. 고젝이 처음 합병 파트너로 선택한 대상은 토코피디아가 아니라 가장 직접적 경쟁자인 그랩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한 그랩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랩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세계 각 지역으로 확장하던 미국 우버의 동남아 사업부문을 인수한 뒤 인도네시아 시장을 호시탐탐 노렸다.
고젝과 그랩의 협상은 후반 단계까지 진행됐지만 결국 결렬됐다. 양쪽은 협상이 결렬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두 기업은 사업 분야가 중첩돼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고젝과 그랩이 합병한 뒤 새로 설립할 기업의 지배권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것도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 비춰 정부 감독도 문제지만 결국은 사람 문제다.” 유럽계 투자회사 유라제오의 파트너 쥘리앵 미알라레는 “성공 여부와 별개로 고젝과 그랩의 합병에는 시장독점, 직원들의 협력, 기업문화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경영자들이 결정해야 하는데 누가 진심으로 경쟁사와 합병하고 싶겠나?”

   
▲ 2021년 5월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SEA의 싱가포르 본사 1층 로비에서 상영되는 전자상거래 자회사쇼피의 광고 영상. SEA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동남아최초의 유니콘기업이다. REUTERS

SEA의 자극
그랩과 고젝은 오랜 경쟁사다. 두 기업 모두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했다. 슈퍼 앱을 지향하는 성장 방식을 선택했다. 그랩은 고젝보다 더 다양한 업종에 진출했고 동남아 8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젝도 4개국에 진출했지만 성과가 저조했다. 오랫동안 공들인 인도네시아 시장을 장악한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장톈단은 “그랩은 성장 과정에서 여러 시장을 넘나들며 치열하게 경쟁해 이겼다”며 “다양한 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자금조달 성과도 고젝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그랩이 상장 계획을 발표하자 곧바로 고투의 합병 소식이 들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랩에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젝이 토코피디아와 동맹하든 그랩을 선택하든 고젝과 그랩은 서로 싸울 상황이 아니다. 5년 전에는 서로를 이기기 위해 싸웠다. 그러나 지금은 두 기업 모두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났다.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게임·전자상거래 기업 SEA다. 쥘리앵 미알라레는 “SEA가 거둔 놀라운 성공이 그랩 상장과 고투 합병 모두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SEA 창업자는 중국 톈진 출신 리샤오둥이다. 중국 텐센트 게임의 현지 배급사로 출발해, 2013년 텐센트의 투자를 받았다. 2015년 리샤오둥은 동남아 전자상거래와 모바일인터넷의 기회를 포착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를 설립하고 게임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키웠다. 이후 인터넷금융 플랫폼 시머니(SeaMoney)를 설립해 회사의 3대 사업부문을 확립했다.
SEA의 직원들은 유연하고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모바일인터넷 기술에 기반해 편리한 플랫폼을 갖춘 SEA는 동남아 6개국 시장을 점령했고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토코피디아를 따라잡았고 어쩌면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SEA는 2017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해 자본시장에 상륙한 동남아 최초의 유니콘기업이 됐다. 상장 뒤 SEA는 더욱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해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이 모바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온라인쇼핑에 적응하려면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동남아 시장 소비자가 1년 남짓한 기간에 새로운 방법에 익숙해졌다. SEA는 코로나19 혜택을 입어 2020년 전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었다. 그 가운데 쇼피의 매출액은 160% 증가했다. 2021년 1분기에도 이 흐름이 지속됐다. 그룹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고,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250%나 급증했다.
“고투의 합병은 방어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두 인도네시아 기업 모두 적당한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급속하게 변하고 경쟁이 심한 동남아 인터넷 시장에서 생존해야 했다.” 이코노미스트 인델리전스 유닛(EIU)의 산업담당 책임자 스와루프 굽타는 “고투가 앞으로 그랩과 SEA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며 “동남아 인터넷업계가 오랜 기간 이런 ‘삼각 구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1년 제22호
東南亞互聯網巨頭“三國殺”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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