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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일자리 줄고 대외무역도 적자
[FOCUS] 브렉시트 이후 ‘수렁’ 빠진 영국 경제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브렉시트를 외치며 정권 기반을 다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경제부흥과 새로운 번영을 영국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 전략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었나? 경제전문가들이 보는 ‘브렉시트 이후 5년, 오늘 영국’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팀 바르츠 Tim Bartz
베냐민 비더 Benjamin Bidder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슈피겔>기자

   
▲ 2021년 7월3일 영국 벨파스트에서 한 시민이 “영국인은 모두를 위한 브렉시트를 요구한다”고 적은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REUTERS

2016년 6월23일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했다. 영국 리버풀의 크리스 셜링루크 머지해양기업협회의 회장은 잔류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당시 그의 감정과 이성은 일치하지 않았다. 그는 “머리로는 자신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심정적으로는 탈퇴 진영을 지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성과 감성이 같다. 셜링루크 회장은 화상 통화에서 “브렉시트 진영을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굳건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이후 갑자기 치솟은 물가도, 혼란스러웠던 영국 정부의 대응도, 2021년 초 유럽 대륙과 화물 유통 시스템이 붕괴할 뻔했던 일도 그의 신념을 바꾸지 못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서해안에 사는 우리에게 좋다”고 말한다. 서해안 지역에서 영국 정부의 ‘특별 프로젝트’가 진행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셜링루크 회장은 “자유무역항(Freeports)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EU 안에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영국 정부는 이른바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자유무역항을 영국 전역 8곳에 구축할 계획이다. 리버풀에도 자유무역지대가 만들어질 것이고 머지강 좌안의 옛 항구 구역도 개발 계획에 포함됐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46억파운드(약 7조2700억원)의 자금이 도시재생에 투입되고, 1만3천 채의 새 아파트가 세워지며, 2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

   
▲ 2016년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한 지 5년이 지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여러 상황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존슨 총리가 2021년 7월15일 영국 코벤트리에 있는 배터리산업센터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REUTERS

브렉시트 이후 5년, 영국의 결산
영국 유권자의 과반수가 EU에 역사적인 충격을 안기면서 더는 EU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지 5년이 지났다. 그 후 한동안 영국의 방향성은 분명하지 않았다. 자유무역항은 자랑스러운 무역국가로서 모든 사람과 좋은 거래를 하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며,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런던 금융중심지)의 강력한 금융 지원으로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이라는 비전에 도달하기 위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야심 찬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추진하는 정책 중 가장 가시적인 단계에 이른 프로젝트다.
과연 그들의 계산이 경제적으로 들어맞을까. 극단적 자유주의 무역정책으로 과반수 지지를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을까.
수년 동안 브렉시트와 코로나19 문제로 씨름했던 영국 정부에 자유무역항은 일종의 해방구다. 보수당의 의도는 면세구역과 경제특별구역을 만들어 세금과 관세 혜택으로 전세계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역사 깊은 자랑스러운 항구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영국 전역의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영국을 유례없는 경제호황과 황금시대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초라하다. ‘브렉시트 완수’(Getting Brexit Done·보리스 존슨의 선거공약)는 어마어마한 국가 역량을 옭아맸다. 그사이 무려 약 2만7천 명의 공무원이 오로지 EU 탈퇴 관련 업무에만 종사했다. 그런데도 연초에 시작된 주권행사(의 행정절차)는 엉망진창이었다. 항만 운영자에 따르면, 대대적으로 선전한 새로운 세관 시설은 (완공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진흙밭”에 불과했고, 복잡해진 서류 작업과 통관 절차에 좌절한 기업은 EU로 이주했다. 브렉시트 진영은 이 모든 문제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경제학자 존 스프링퍼드는 이에 회의적이다. 런던의 유럽개혁센터(CER) 소속 연구원인 그는 브렉시트로 인한 손실을 추정하는 경제모델로 영국 실제 상황과 브렉시트를 하지 않은 ‘도플갱어’를 만들어 비교했다. 이 도플갱어는 구조적 유사성을 가진 산업국가로 구성된 ‘합성한’ 영국 경제다. (분석 결과) 수치는 일시적인 경제 후퇴 이상의 우려를 시사했다. 2019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예상보다 2.9% 줄었다.
스프링퍼드 연구원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세계 각국에서 각각 다른 시기에 시행된 봉쇄 조처 때문에 2020년 이후 GDP 손실 조사는 중단했지만 다른 지표를 계속 ‘도플갱어’와 비교했다. 스프링퍼드 연구원은 불과 3년 만에 상당한 경제력이 손실됐다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브렉시트 이후 10년간 영국 경제가 2~7%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2019년 예측의 최소치에 도달한 것은 “역동적 효과”, 즉 경쟁력 약화·낮은 생산성 성장·낮은 혁신 때문이다. 이는 하향 나선형 모델을 의미한다.
스프링퍼드 연구원은 “브렉시트의 가장 큰 피해는 투자”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영국 비즈니스 모델은 EU 내부 시장에 접근하려는 국제 기업의 허브 역할을 맡았다. 일본과 미국 기업이 주 고객이었다. 영국은 이 역할을 상실했다.
영국 자동차산업을 보면 상황이 잘 드러난다. 영국 자동차산업은 수십 년간 전적으로 외국기업에 맡겨져 있었다. 브렉시트 이후 자동차 회사들은 영국 사업장에 투자를 축소했다.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이 때문에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1천 개의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프링퍼드 연구원의 ‘도플갱어 모델’에 의하면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 분야에 투자가 10% 증가해야 했지만, 브렉시트로 2% 증가에 그쳤다. 영국의 월간 대외무역량은 최근 80억파운드로 적자였다. 새로운 자유무역항을 향한 수낙 재무장관의 열정을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정부는 이 이니셔티브(구상)를 그들이 주창하는 의제의 토대라고 선전하지만, ‘레벨링 업’(Levelling Up·영국의 지역균형발전 계획) 캠페인의 핵심 프로젝트를 독창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1983년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 정부는 6개 지역에 자유무역항을 만들었다. 2012년 이 자유무역지대는 다시 폐쇄됐다. 별다른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서식스대학의 경제학자 일로나 세르비카와 피터 홈스는 영국의 주요 수입품 대부분이 무관세로 수입됐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자유무역항이 외국기업보다 낮은 세율을 노리는 영국 내 다른 지역의 기업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까지 운영된 예전 영국 자유무역항의 경우 해당 구역에서 창출된 일자리의 40% 이상이 단순히 영국 국내에서 이전된 것이다.

   
▲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왼쪽)이 2021년 7월5일 런던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 경제담당 집행위원과 함께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브렉시트, 영국의 정치 지형도 흔들어
자유무역지대는 경제 리스크 외에도 상당한 정치적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정당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7년 좌파 정당인 노동당은 1918년 이래 확고한 우파 성향 지역이던 캔터베리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2019년 보리스 존슨이 다시 바셋로를 비롯해 오랫동안 노동당 텃밭이던 지역을 정복했다. 이들 지역은 그때까지 보수당이 넘을 수 없는 붉은 벽, 레드월(Red Wall)이라 불렸다.
‘변화하는 유럽의 영국 싱크탱크’(Thinktanks UK in a Changing Europe) 책임자인 아난드 메논 킹스칼리지대학 교수(정치학)는 “보리스 존슨 총리는 다수의 전 노동당 지지자가 (지지) 진영을 바꾼 덕분에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며 “그가 받은 과반수의 표는 계급을 초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진영은 EU를 탈퇴한 후 즉시 더 나은 조건으로 다른 국가와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와 첫 협정부터 존슨 내각 안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에는 자유무역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보수당의 전통 지지층인 영국 농부들의 반발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관세 철폐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영국 쪽의 공황에 가까운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오스트레일리아 농장 규모는 영국 농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육류와 양모를 더 싸게 제공할 수 있다. 영국 농장의 평균 면적은 87헥타르(ha)인데 오스트레일리아의 농장은 4천ha가 넘는다. 그곳에서 가장 큰 목장은 웨일스 크기의 면적을 차지한다.
영국 경제의 조커 카드인 런던 금융가가 남아 있다. 유럽의 금융정책 입안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악몽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 듯싶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금융중심지를 보유한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EU 바로 옆에서 거대한 조세·금융 규제 도피처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EU와 영국 의 협상이 가혹하게 진행되고, EU에서 금융중심지인 런던의 영향력을 집요하게 줄이려 했던 이유일 것이다.
그 결과 런던 금융가는 브렉시트 찬반 투표 이전보다 훨씬 약화했다. 브렉시트 이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영국 런던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 상황이 2020년 연말연시에 주식거래 시장에서 발생했다. 브렉시트로 많은 전자거래소가 EU 지점을 네덜란드로 옮겨 현재 유럽 일일 주식거래량의 5분의 1이 암스테르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런던보다 많은 거래량이다.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한 원인 중 하나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하필 금융시장의 미래 관계가 시야에서 벗어나버렸기 때문이다. EU 탈퇴 협정에는 초 국경 거래에 관한 합의가 전혀 없다. EU와 영국은 시장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거래를 처리하고 보호하는 규칙을 상호 인정하는 데 동의했지만, 이 최소한의 평화 유지 의무는 2022년 여름에 종료된다. 만일 이 합의의 유효 시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모든 수출업자에게 필요한 극히 평범한 통화 헤징 거래가 훨씬 비싸질 수도 있다. 그 외에는 1년에 두 번 ‘영국-EU 공동 금융규제 포럼’을 개최하는 것에 합의했을 뿐이다. 런던 유럽금융시장협회장 애덤 퍼커스는 말했다. “금융서비스 분야와 관련해서는 노딜”이라고.
그렇지만 ‘시티오브런던’의 몰락을 예상하기는 이르다. 런던 금융가는 쉽게 죽지 않는다. 영국과 스위스는 금융감독 당국을 서로 동등하게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이제 스위스 주식을 영국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유럽과 스위스 간 긴장으로 불가능했다.

금융허브 런던의 영광, 다시 올까
런던 금융가에 걸린 영국인의 희망은 크다. 런던은 핀테크라고 불리는 새로운 성장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고, 원자재 거래자들에게 투기할 여유를 더 주며, 일부 자금 세탁 규정을 완화하려 한다. 그리고 금융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그래서 마일스 셀릭 로비그룹 ‘더시티유케이’(The City UK) 회장은 불확실한 부분이 많더라도 침착한 태도로 미래를 전망한다. 브렉시트를 했든 암스테르담이 런던을 추월했든 “유럽에는 세계 일류 수준의 금융중심지가 없다”고 말했다. 셀릭 회장은 런던이 금융중심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회계법인 이와이(EY)는 런던에서 빠져나와 EU의 도시로 이전한 일자리는 총 8천 개가 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만 해도 1만 개 정도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말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26호
Die britische Variant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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