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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개발’에 코로나 타격...이자 유예는 ‘언 발에 오줌’
[FOCUS] 불어나는 아프리카 채무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저소득 국가의 채무 부담이 늘었다. 최근 주요 20개국(G20)이 이자 지급을 늦춰줬지만 빚 부담은 여전히 무겁다.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7월15일 코트디부아르의 최대 도시 아비장에서 저소득국가 금융지원을 위한 세계은행 국제개발협회(IDA) 회의가 열렸다. REUTERS

“채무 만세!” 몇 달 전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사에서 프랑스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말에 굴복하지 말자며 이렇게 외쳤다. 금리가 낮을 때 얼른 에너지전환과 공공서비스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론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프랑스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정부가 빚내는 데 여전히 소극적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라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빛을 잃어갈 때쯤 긴축재정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의심이 팽배하다. 하지만 경제계 전망은 밝다. 다른 곳은 몰라도 선진국에서는 그렇다. 반면 저소득국가·개발도상국가한테 공적 부채는 공공의 이익 증진에 쓸 수 있는 지렛대라기보다 무거운 짐에 가깝다.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더 그렇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미국이나 유럽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경제를 살릴 여력이 있는 나라가 아프리카 대륙에는 없다. 명백한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감염병이 선진국과 저소득국가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20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북부 선진국에 빌린 돈을 꼬박꼬박 갚았다.(그 금액이 28% 줄어든 나이지리아를 빼면 평균 2.3% 늘었다고 세계은행은 전했다.)

착실한 부채 상환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입이 줄었다는 데 있다.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했다. 여기에 의료와 경제 부양에 예상치 못한 지출까지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무국이 느낄 재정 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G20은 2020년 4월 70개국에 이자 지급유예를 조처했다. 그 절반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있다. 이자 지급 기한을 당분간 미루는 ‘채무 상환유예 이니셔티브’(DSSI)가 시작됐다. 원래 예상한 기간은 6개월이었으나 2021년 6월까지 연장했다. 다시 연말로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G20의 지급유예 선언은 환영받을 만하지만 그것으론 역부족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 조처가 문제해결을 미루기만 한다는 점이다. 지급유예 기간이 끝나도 갚아야 할 이자는 그대로다. ‘부당한 채무 탕감을 위한 위원회’(CADTM)의 밀랑 리비에는 “지급유예 대상 채무국이 너무 적다”고 말한다. “재정 어려움이 심각한데 지급유예 대상에서 빠진 나라가 있다. 아르헨티나나 레바논처럼 지급불능 상태에 있는 나라도 제외됐다. G20은 두 나라가 대상 국가 목록에 넣기에 소득이 너무 높다고 봤다. 짐바브웨같이 IMF와 세계은행 이자가 연체된 나라도 지급유예 혜택을 못 받는다.”
프랑스 개발청은 최근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 상환 능력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G20이 외면한 나라로 “튀니지와 가봉,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라피노, 바바카르 센 두 교수는 2021년 5월 발간된 경제 계간지 <레코노미 폴리티크>에 실린 인터뷰에서 “감염병 유행에 대응할 필요성은 과거에 진 빚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급유예의 한계
‘채무 상환유예 이니셔티브’의 또 다른 문제는 국가 간 채무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이나 민간채권자에게 진 빚은 제외다. 아프리카 국가의 전체 대외 채무에서 국제금융기관과 민간의 채무 비중은 19%에 이른다. 민간채권자들은 G20에서 이니셔티브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금융시장에서 누리는 특별한 지위(유리한 자금조달 여건)를 잃을 것이 우려된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프랑스 귀스타브에펠대학 소속 연구원 마랭 페리는 “이번 지급유예가 채무국 사이에 불공정한 차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가 간 채무 규모만 따져 숨 쉴 구멍을 만들어준 것이다.” 기니, 소말리아는 대외 채무의 60%가 다른 나라에서 빌린 돈이라 지급유예 혜택을 받는다. 반면 부르키나파소와 르완다는 그 비중이 겨우 10%를 넘는다.
그래서 몇몇 채무국은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기를 포기했다. 유동성(현금)이 부족한 기색을 내비치다가는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불참을 선언한 나라도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민간채권자가 이자를 더 요구할 수 있어서다. 마랭 페리는 “지급유예는 공적채권자가 민간채권자에 주는 간접 지원의 하나”라며 “G20이 남겨준 돈 일부가 정부가 아닌 기관이나 민간채권자의 빚을 갚는 데 쓰인다”고 말했다.
G20의 이니셔티브로 지급유예된 이자는 모두 60억유로(약 8조1천억원)다. 2020년 개발도상국이 갚아야 하는 이자의 1.6%에 불과하다. 그것으로 유동성 부족은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장기적 해법은 아니다. 저소득국가의 무거운 부채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있었던 문제다. 2012~2019년 사이 아프리카 국가의 공적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62%로 껑충 뛰었다.
대대적 채무 탕감 카드를 다시 꺼내야 할까. 2000년대 초 최종 해결안으로 채택된 것이 저소득 채무국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없애는 ‘과다채무빈곤국(HIPC) 이니셔티브’였다. 지금은 그런 방안을 거론하기에 채무 성격이 많이 변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통 채권자(선진국·국제금융기관)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민간투자자(은행 등 금융기관과 개인)에게 진 빚이 늘어났다.
세실 발라디에 프랑스 아프리카개발청 경제전망부 차장은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투자자들이 위험도가 높은 저소득국가로 몰려갔다. 그런 나라에서는 이자율을 높게 매길 수 있다. 마침 2010년대 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발자금이 절실해진 저소득국가에서 민간의 돈을 많이 빌려 썼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졌다. 이번에는 자본이 투자 품질을 찾아 빠져나갔다. 선진국으로 돈이 몰린 것이다.”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의 슈반 바디루 가파리 총장과 아르튀르 보에 부총장은 “자금 출처를 여러 군데 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역으로 재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클럽은 국가 간 채무 조정이 필요할 때 중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한 국제 비공식 협의체다.

   
▲ 2021년 3월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윌킨스호텔 앞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주민들이 줄 서 있다. 짐바브웨는 국제금융기관에 이자를 내지 않아 G20의 이자지급유예 혜택을 받지 못했다. REUTERS

골치 아픈 민간 채무
현재 아프리카 채무국이 겪는 재정 불안정은 민간 채무 의존도가 높아 생긴 문제다. 민간채권자는 다른 채권자에 견줘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한다. 또 민간채권자는 수가 많아 통일된 거래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 G20이 2020년 11월 ‘부채 대응 공동지침’을 도입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중국을 보면 이자 지급유예에 동참하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미국과 독일 연구진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내놓는 대출 조건은 전반적으로 채무국을 지원하기보다 채무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밀랑 리비에는 “채무가 지배체제와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채 탕감은 경제보다 정치 영역에 속하는 조치다. 채무 고리가 끊김으로써 채무국이 개발 계획에서 온전한 독립성을 갖는다.” 그는 채무 탕감이 필요한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저소득국가에 돈이 모이게 하는 다른 방안이 있다. 조세제도 개선하기, 불법자금 유출 막기(아프리카 국가에서 매년 860억달러가 불법으로 빠져나간다), 원료 추출 중심의 생산체제 탈피하기, 세계적인 개발자금 지원 구조 다시 세우기 등이다. 마크 라피노, 바바카르 센 두 교수와 마랭 페리는 이렇게 정리했다. “아프리카 국가 등 저소득 개발도상국은 1960년부터 특별기금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여러 공공기관에서 기부를 받고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도 받는다. (…) 그런데 금융 세계화로 자금조달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이런 패러다임에 금이 갔다.”
국제아동구호기관 세이브더칠드런 영국지부의 케빈 왓킨스 대표는 “나라에서 과거에 진 빚을 갚으려고 어린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것이 과연 옳은지” 묻는다. 그는 “크게 ‘아니다’라고 외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그렇다’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모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7월호(제414호)
En Afrique, des Etats pieds et poings liés par leur dett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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