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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역사적 진보
[INTERVIEW]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미하엘 자우가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태생의 가브리엘 주크만(34·Gabriel Zucman)은 현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캠퍼스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조교수이기도 한 그는 부의 불평등과 이를 낮추기 위한 공정한 조세제도 도입에 많은 연구와 힘을 쏟았다. 주크만 교수는 최근 주요 20개국(G20)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합의 움직임과 관련해 “조세회피처를 단속하고 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라”고 유럽연합(EU)에 촉구했다.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 불평등 연구의 새 기수로 떠오르고 있는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는 프랑스에서 자라 박사과정을 마친 뒤, 지금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캠퍼스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REUTERS

-당신 책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머그잔이 놓여 있는가.
=아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대기업의 조세회피에 엄중하게 대응하기로 결심한 것은 환영한다. 세계화의 면모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신은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다. 샌더스는 바이든의 증세 공약이 너무 온건하다고 비판했다. 마음이 바뀐 건가.
=나는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다. 내가 지지하는 것은 정치사상이다. 기업 이익에 글로벌 최저 세율을 도입하려는 바이든의 계획은 우리 시대 중요한 정치사상 중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간 세금 경쟁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했다. 글로벌 세수에 대한 기업의 기여도는 지난 20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다.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

글로벌 법인세율 합의, 새 변화 신호
-바이든 정부는 본디 21%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하려 했다. 지금은 15%로 합의하려 한다. 너무 야심 찬 계획이었음을 인정한 것일까.
=아니다. 21% 세율은 어떤 회사에도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종적으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합의한다면 세입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15% 세율은 너무 낮지만 그래도 역사적 차원의 진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법인세는 계속 줄었다. 이제 법인세를 처음으로 인상하게 된다. 지금은 어느 나라 정부든 법인세를 자유롭게 0%로 낮출 수도 있다. 앞으로는 15% 미만이면 불법이 될 것이다.
-15%로도 많은 조세회피처가 잘살 수 있다.
=사실 몇몇 국가의 실효 법인세는 그 두 배인 적이 있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그렇게 돼도 조세회피처의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법인세율 합의는) 진정한 방향 전환을 끌어낼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각국은 더는 가장 낮은 세율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 가장 생산적인 인프라, 최고 대학, 숙련노동자 등을 놓고 경쟁할 것이다. 건강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해로운 최저가 입찰 싸움이 유익한 경쟁으로 바뀌는 것이다.
-미국은 왜 최초의 요구에서 물러선 것인가. 몰타나 버뮤다제도 같은 세율이 아주 낮은 지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인가.
=당연히 아니다. 미국이 원하면 조세회피처의 사업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도 독일이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낮은 세율의 혜택을 받는 영향력 있는 집단이 있다. 예를 들어 다국적 대기업의 주주들이다. 그들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해 결집한다. 그런 행위가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해치더라도 말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선진국 시민이라면 글로벌 기업, 은행, 펀드회사 등 세계화의 큰 수혜자가 지역사회 재정에 공정하게 기여할 때만 장기적으로 세계화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기업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조세 계획을 미국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협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그들의 생각이 모두 틀렸나.
=아니다. 일류 교육 시스템과 우수한 인프라를 제공하려면 국가에 자금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산업계도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에 각국이 합의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맨 왼쪽)가 유럽의회 의원 등과 함께 2021년 7월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조세관측소’ 개설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경제효과 없어
-많은 경제전문가는 세금이 낮아야 기업이 더 많이 투자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의 감세 정책 결과가 보여주듯, 현재 미국 상황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무려 14%포인트(35%→21%)나 낮췄지만 경제적 성과는 없었다. 성장, 투자, 소득 등 모든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비슷한 성장률을 보였다.
-그래도 임금, 특히 저소득자의 임금이 올랐다.
=그 또한 오바마 행정부 때 시작됐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세가 계속 이어진 것뿐이다. 어떻게 봐도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경제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이 낮은 세율로 거둔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기술을 선도하는 산업국가이고, 경제는 유럽의 고세율 국가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결과는 주로 인구 증가와 관련 있다. 1980년 이후 미국의 1인당 소득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더 증가하지 않았다. 반대로 미국인의 평균적인 생활 조건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부유한 상위 10%의 소득은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매년 2~3%씩 증가했지만, 국민 태반의 소득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인 대다수의 기대수명은 감소했다. 많은 미국 시민이 노동시간과 스트레스 증가를 호소하고, 그들의 자녀는 대부분 대학 교육을 위해 짊어졌던 큰 빚을 떠안고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40년 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낙수 정책’은 큰 실수였다.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대중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론을 말하는 건가.
=어쨌든 누가 국가재정을 부담해야 하느냐의 문제에선 부유층이 중산층에 대해 승리를 거두었다. 오늘날 미국에선 평균 소득자들이 ‘슈퍼리치’보다 국세청에 더 많은 소득세를 낸다. 이는 공정과 거리가 먼 조세시스템이다.
-그것이 기업의 법인세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관계가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국가가 기업을 살리려 한다면 언젠가는 개인 소득에 대한 세금도 낮춰야 한다. 최소한 부유층한테라도 세금을 낮춰야 한다.
-왜 그런가.
=고소득자는 의사, 변호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같은 자영업자다. 이들은 개인회사를 만들어 (세금을 낮추는 등) 자신의 수익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세금을 줄일 수 있어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 그래서 기업 소득에 대한 세율과 개인 소득에 대한 세율 사이에 큰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최저세율도 조세제도 전체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큰 구실을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와중에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국적기업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정보기술(IT) 기업과 제약회사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여행안내원, 웨이터, 소매상은 아예 수입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는 일부 기업의 막대한 추가 이익에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전쟁 때 미국은 전쟁 수익자들에게 최대 80%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렇게 하면 애플이 생산을 즉시 중단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의 수익은 여전히 높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팬데믹 비용을 더 공정하게 분배하는 올바른 방법이 될 것이다.
-독일·프랑스 같은 국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을 환영했지만, 아일랜드·룩셈부르크 같은 저세율 국가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유럽연합(EU)의 반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는 근본적인 약점을 보여준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동시장, 공동정치 제도, 공동통화 등 많은 것을 이루었다. 반면 조세정책은 오늘날까지 순전히 각국의 개별적 사안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다. 공동체로서 유럽의 응집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 저세율 국가는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 세금과 경제력만 빼가는 것이 아니다. 이들 국가는 유럽연합 프로젝트 전체를 해친다. 유럽연합 핵심 국가의 중산층은 다국적기업이 실질적으로 세금을 면제받는 동안 지속해서 더 높은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유럽연합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야 한다.
-만일 (마지막 절차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15% 최저 법인세율에 최종 합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 강력한 유럽연합 국가들은 유럽연합 내 조세회피처 국가의 건전하지 못한 조세 경쟁에 맞서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은 모든 다국적기업에 대한 최저세율에 합의해야 한다. 여기에는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기업도 포함돼야 한다.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에서 기업이 세금을 너무 적게 내면 독일이나 프랑스 세무 당국에서 차액을 징수하는 것이다.
-불법 아닌가.
=아니다. 각국은 다른 국가의 승인을 구하거나 협정을 체결하지 않고도 그런 규정을 도입할 수 있다. 나는 국제적으로 아주 높은 수준의 최저세율에 합의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일부 유럽연합 국가에서 연대를 거부하면 다른 방식으로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미국도 유사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미국 사례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가 2021년 7월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REUTERS

국가는 다양한 법인세 인상 방법 찾아야
-그런 방식은 국제관계에 독이 되지 않겠는가.
=오히려 반대다. 지난 몇 년간 모든 국가가 어느 정도 조세회피처처럼 행동했다. 각국은 법인세를 낮추고, 기업 수익이 적어 보이도록 계산할 수 있게 온갖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했다. 국가가 자신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법인세를 인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의 길을 따르려는 정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국제무역을 위해 그리고 상품, 서비스, 노동의 자유로운 교환을 지키기 위해서다.
-전후 법인세가 50% 이상이던 때가 있었다. 또다시 그런 시대가 올까.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다른 시나리오는 지금 같은 법인세 인하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는 사라지고, 그와 함께 공정한 사회를 위한 재정적 기반도 사라질 것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22호
Durchschnittsverdiener zahlen heute mehr Steuern als Superreich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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