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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좌파, 기업 마케팅 방편으로 전락
[SPECIAL REPORT] 돈으로 산 진보- ② ‘깨어 있는 자본주의’의 허실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르네 피스터 economyinsight@hani.co.kr

르네 피스터 René Pfister <슈피겔> 기자

   
▲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그에게 순순히 동조해 엄청난 수혜를 입었다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유력시되고 나서야 트럼프의 계정을 폐쇄했다. 스마트폰에 나타난 트위터 애플리케이션. REUTERS

미국 민주주의가 표류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치적 양심을 갖는 건 분명 일보 진전이다. 미국 조지아주 최대 기업인 델타에어라인과 코카콜라는 최근 공화당이 주도(州都) 애틀랜타에서 통과시킨 유권자 (우편) 투표를 제한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반기를 들었다. 이 선거법 개정안은 특히 (투표소에 잘 오지 않는) 흑인 유권자의 투표를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 효과’ 본 페이스북과 트위터
다만 기업들의 비즈니스 이해관계를 윤리로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 기업들이 가장 혐오하는 것은 불확실성으로, 2021년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사태는 마치 치안이 불안한 남미 국가를 연상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잭 도시 트위터 CEO를 포함한 미국 기업인 다수는 대중영합주의자인 트럼프에 순순히 동조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두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가슴으로는 민주당 성향에 가깝지만, 트럼프를 통해 엄청난 수혜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는 한때 트위터 팔로어가 9천만 명에 이르렀다. 트럼프 덕택에 트위터는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수단으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진 뒤에야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트럼프의 계정을 폐쇄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사업모델은 다분히 감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게 보면 잭 도시 트위터 CEO가 흑인 역사학자이자 비판적 인종이론가인 이브람 켄디의 반인종차별 연구센터에 1천만달러를 후원하기로 발표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된다. 켄디는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동시에 논란을 몰고 다니는 흑인 활동가이자 좌파 성향의 선동가다. 그는 흑인을 위한 평등은 물론 미국의 인종차별주의 철폐를 위해 미국 백인을 차별할 것을 요구한다. 그의 베스트셀러 <반인종주의자가 되는 방법>(How to Be an Antiracist)에서 핵심 문장은 “인종차별에 대한 유일한 치유책은 반인종차별적인 차별”이라는 대목이다.
120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재산가인 잭 도시 CEO가 켄디에게 엄청난 기부를 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켄디의 세계관으로 보면, 미국 자본주의는 인종주의에 의해 철저히 부패한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를 사랑한다는 것은 인종차별주의를 사랑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켄디는 저서에 적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잭 도시 CEO도 인종차별주의라는 것을 의미한다.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의 파크 애비뉴 펜트하우스 자택에서 흑표범단(Black Panthers)을 위한 자선디너를 주최한 것을 다룬 작가 톰 울프의 1970년대 초 <뉴욕 매거진> 기고문 제목은 ‘래디컬 시크’(Radical Chic·겉멋만 부리는 급진주의자)였다. 흑표범단은 1965년 결성된 미국의 급진적 흑인운동단체로, 필요하면 무기를 사용해서라도 미국 혁명을 위해 투쟁하는 단체다. 흑표범단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비폭력 노선이 아니라 맬컴 엑스의 강경투쟁 노선을 추종했다. 도심 백인 상류층의 분열증을 아주 잘 보여준 톰 울프 작가의 <뉴욕 매거진> 기고문은 저널리즘의 이정표가 됐다. 자기혐오와 공포, 욕구가 뒤섞인 상태의 도심 백인 상류층은 부르주아 계층을 몰락시킬 수도 있는 급진적 흑인운동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다.
보는 관점에 따라 ‘깨어 있는 자본주의’는 래디컬 시크의 연장선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번스타인이 흑표범단을 두려워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들은 신좌파를 훨씬 덜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신좌파는 기업에 소속된 누군가가 인터넷 공간에서 분노의 희생양이 되거나, 기업에서 두둑한 보수를 받는 것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반인종주의 의식을 갖고 이른바 미세공격(Microaggression·적대적, 경멸적, 부정적 편견과 어떤 집단을 깎아내리는 사소하고 단순하며 평범한 일상 언어, 행동, 환경 모욕)을 피하도록 돕는 컨설턴트만 수백 명에 이른다.

   
▲ 2021년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한 무리의 노동자들이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의 인형을 들고 미국 뉴욕 거리에서 시위하고 있다. REUTERS

반인종주의 강연으로 부자 된 사회학자
사회학자 로빈 디앤젤로는 이 업계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디앤젤로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백인의 취약성: 백인은 인종주의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왜 그토록 어려워하는가>의 핵심은 모든 백인은 인종차별주의라는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책에는 지속해서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야만 자기 잘못을 씻을 수 있다고 나온다. “우리의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디앤젤로는 미국에서 반인종주의 관련 대표 강사다. 말하자면 그는 죄인을 지목하고, 수수료를 받고 고해성사를 해주는 셈이다. 디앤젤로의 웹사이트를 보면, 아마존이나 유니레버 등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그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미국 하원의 민주당도 그의 강연 코스를 예약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디앤젤로는 몇 년 전 1회 강연료로 최대 1만5천달러(약 1700만원)를 벌기도 했다. 그는 반인종주의 세상을 위한 활동으로 세상에서 부유한 여성 중 하나가 됐다.
여기서 의문은, 과연 세상은 디앤젤로를 통해 무엇을 얻느냐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차별이나 인종주의 철폐에 관한 강연은 거의 효과가 없다. 스위스 출신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행정대학원의 행동경제학자 아이리스 보닛은 기업들이 여성과 흑인의 임원진 비율을 높이도록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우리 두뇌의 익숙해진 행동체계와 습득한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어떤 강좌에서 한 시간 동안 스위스인처럼 독일인을 좋아해야 한다고 배운다면 머리로는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좌가 끝나는 순간 다시 익숙한 습관으로 돌아간다.”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면 작업환경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닛 교수는 지적한다. 단순히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강좌의 엄청난 성공이 실제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에 토대를 둔 정황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와튼경영대학원의 프랭크 도빈 경영학 교수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알렉산드라 칼레브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기준 500대 미국 기업 대부분은 노동자에게 이런 트레이닝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어떤 의무도 뒤따르지 않는 일종의 플라세보(속임약) 행동주의로, 기업 마케팅에만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뿐이다. 조세회피 혹은 열악한 직원 대우 등으로 언론에서 항시 집중포화를 받는 아마존 등의 기업에는 면피용으로 제격이다.
“아마존은 직원들을 세뇌해, 이들이 아주 근사한 기업에서 일한다고 생각하게 한다”고 아마존에서 해고된 크리스 스몰스는 지적한다. 이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에게 스몰스는 더는 무명의 전직 직원이 아니다. 베이조스는 내부 회의에서 스몰스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두고 사내 최고 법률가들과 협의했다. 이 회의에서 한 변호사는 “스몰스는 특별히 언변이 뛰어나고 영리한 사람은 아니므로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발언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회의록이 언론에 유출돼 해당 변호사는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뉴욕시장 아마존 노동자 해고 조사 지시
스몰스는 미국 내 분위기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고 믿는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민주당이 노동자를 얼마나 홀대했는지 충격적으로 인지하는 계기가 됐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스몰스의 해고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좌파 성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년 전 아마존에 분명한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버니 샌더스는 트위터에 제프 베이조스 CEO를 향해 글을 남겼다.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경영진이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를 겁박하는 것을 우리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명 남았다. 스몰스는 조만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서 연락받는 걸 꺼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Der Spiegel 2021년 제23호
Die gekaufte Revolutio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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