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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증명서 구입해 친환경 행세
[SPECIAL REPORT] 유명 식품기업들 그린워싱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옌스 글뤼징 economyinsight@hani.co.kr

 호흘란트, 알디쥐트, 네슬레의 공통점은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등을 집중 홍보하는 유럽의 대형 식품기업이란 점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싼 비용으로 교묘히 친환경 행세를 하는 대표적 ‘그린워싱’ 기업이다. <슈피겔>이 친환경을 가장한 이들 기업의 그린워싱 실태를 추적했다. _편집자

옌스 글뤼징 Jens Glüsing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 유럽의 대표 할인매장인 알디쥐트는 자사가 ‘독일 최초의 기후중립적 식품회사’라고 광고를 냈지만, 이로 인해 광고감시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알디의 한 종업원이 2021년 5월 독일의 한 매장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REUTERS

낙농식품을 생산하는 기업 호흘란트(Hoch-land) 쪽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그륀렌더(Grünländer)표 치즈보다 더 지속가능한 치즈는 없을 것 같다. ‘천연 재료’ ‘동물복지를 좀더 배려한’ 그리고 ‘최적화된’ 재활용 포장이라는 문구에다 최근에는 ‘100% 기후중립 제품’이라는 인증마크까지 첨부했다. 이른바 기후전환을 위한 치즈다.
이 회사가 친환경을 장담하며 판매하는 상품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라는 이 치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생선에서 양초, 과일, 쓰레기봉투까지 전 상품에서 ‘기후중립적’이라고 선전한다. 마치 ‘오가닉’ 표시가 된 제품은 모두 탄소배출 제로라는 듯이 말이다. 이 가운데 과연 진짜 친환경 제품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친환경을 가장한 ‘그린워싱’(Greenwashing) 제품은 얼마나 될까?
아무튼 호흘란트는 ‘100% 기후중립 제품’이라는 광고문을 냈다가 되레 어려움을 안게 됐다. 불공정 경쟁을 감시하는 독일 규제 기관인 ‘경쟁센터’(Wettbewerbszentrale)가 호흘란트의 해당 광고문을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고발했다. 이와 함께 ‘기후중립’이란 개념을 차용했다는 이유로 광고감시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이처럼 경고받은 기업은 모두 12개사인데 대형 할인매장 체인 알디쥐트도 포함됐다. 알디쥐트는 자사가 ‘독일 최초의 기후중립적 식품회사’라고 크게 광고를 냈다.

기후중립 과장광고 적발 기업 12곳
기후중립이란 라벨은 ‘이 회사는 오직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방식으로만 제품을 생산했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실제는 그와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고 경쟁센터의 투도어 플라는 지적한다. 탄소배출을 줄이며 제품을 생산한 게 아니라, 대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을 돈으로 상쇄해주는 기후파트너(ClimatePartner) 같은 사업자에게서 탄소증명서를 구매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업이 생산한 제품은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판매됐다는 뜻이다. 증명서조차 실효성 논란이 분분한 개발도상국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증명서인 경우가 빈번하다.
호흘란트는 걸핏하면 과장광고를 하기로 유명하다. 닭 사육 환경을 ‘방사’라고 표기했다가 경고받기도 했다. 당시 호흘란트는 “닭들이 풀밭에서 방목된 것은 전혀 아니고 단지 축사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문장을 작은 글씨로 인쇄해놓았을 뿐이다. ‘기후중립적 생산’이란 말도 쓰임새가 이와 비슷하다. 과거 호흘란트의 대규모 생산지 두 곳에서 방출된 가스양은 연평균 이산화탄소 약 2만t에 해당한다. 이는 독일 정부 공무원 전체가 베를린과 본 사이를 비행기로 왕복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에 버금간다.
호흘란트는 지난 몇 년간 자체적으로 완제품 1t당 발생하는 가스양을 겨우 11% 절감했다. 이 변화의 대부분은 재생가능 에너지원에서 얻어지는 전력으로 전환해 이뤄졌다. 대외적으로 발표한 기후중립성 목표에 이르기 위해 부족한 부분은 탄소증명서로 메웠다.
베를린공과대학 환경보호기술연구소장 마티아스 핑크바이너는 이런 ‘면죄부’ 거래에 매우 비판적이다.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증명서를 아주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에너지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게끔 하는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기후중립적 생산이라는 말만 나오면 나는 곧장 비상경계 태세를 갖춘다”는 말로 자신의 의구심을 표현했다.
이런 현상은 탄소배출을 해도 벌금을 낼 필요가 없는 업종에서 많이 일어난다. 에너지 거대 기업들은 지금 탄소 1t당 50유로(약 6만8천원) 정도 비용을 내야 한다. 하지만 식품업체들은 기후중립을 헐값에 사들이는 식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 호흘란트는 1t당 3유로70센트(약 5천원)를 냈다.
‘지구를 위한 식물’(Plant for the Planet)을 운영하는 23살 환경운동가 펠릭스 핑크바이너는 낙농업계를 상대로 기후상품을 팔아왔다. 그가 호흘란트에 중개한 상품에는 저렴한 보상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효용이 의심스러운 캠페인도 있다. 멕시코에 나무를 심어 기후온난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 계획은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행동 연대 모임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의 큰 호응을 얻었지만, 핑크바이너의 성공 사례는 검증 가능하지 않다는 보고서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호흘란트가 ‘그루너 운트 야르’(Gruner+Jahr)라는 회사처럼 환경단체와의 공동작업을 그만뒀다는 것도 최근 소식 중 하나다. 핑크바이너는 1유로당 나무 한 그루씩을 꼬박꼬박 심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의 투명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 기후행동을 위한 세계 청소년 연대 모임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은 기업의 ‘그린워싱’을 맹렬히 비판한다. 이 운동단체의 활동가가 2021년 3월19일 오스트리아 빈의 거리에서 물품을 팔고 있다. REUTERS

탄소거래 시장의 수상쩍은 계획
매입 가능한 탄소보상 증명서 거래는 수십억(유로)이 걸린 고가의 시장이다. 이 시장에는 기후보상 의무를 대신 맡아준다고 장담하며 거대 기업을 불러모으는 무수한 검증자, 증명서 발급자, 상담자, 중개인이 모여 있다. 하지만 그들은 문제를 제3세계 프로젝트로 미뤄놓았을 뿐이다. 탄소배출 제한이 의무화한 분야에서조차 수상쩍은 계획안이 줄줄이 허가받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엔 기후사무국이 증명서 발급처를 일시 폐쇄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독일 기술감독협회(기술 부작용에서 인간과 환경, 재산을 보호하는 민간기관)도 한때 이 제재의 대상이 됐다.
호흘란트는 경쟁센터의 경고를 받아들여 즉시 광고를 중지했다. 반면 알디쥐트는 자사가 부당하게 비난받는다고 봤다. ‘독일 최초의 기후중립적 식품회사’라는 자사 구호를 경쟁센터 소속 감독자들이 공공연히 망쳐놓도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의식적으로 탄소배출 제로를 강조하려던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 결과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혔다는 의미에서 기후중립적 개념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 회사는 교묘하게 변명한다. “균형을 잡기 위해 많은 일을 했고, 전보다 효과적으로 에너지 경영을 했으며, 새로운 기술에 투자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만t 남짓 되는 알디쥐트는 배출량이 억대에 달하는 자동차 콘체른(기업집단) 보슈(Bosch)나 식품 콘체른 네슬레(Nestlé)에 비하면 별로 해가 없다고 느껴지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만t은 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양일 뿐, 가치 창출 사슬 전체를 망라해 계산한 수치는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자사 누리집에 ‘우리 사명은 탄소배출 제로’라는 구호를 내건 알디쥐트는 4대 보상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인도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지원해 연간 3만t에 가까운 전력을 생산한다는 것 등이다. 이는 “석탄에너지를 태양에너지로 대체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알디쥐트는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인 핑크바이너 교수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듣기는 좋지만 한낱 가설에 불과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인도에선 현재 기본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 기존 석탄 연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효율적인 소형 숯불 화덕을 써서 산림의 벌목과 대기오염을 최소화하겠다는 가나(Ghana) 프로젝트 역시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탄소배출 보상 혜택을 보는 기업은 24곳에 이른다.
알디쥐트가 재정 지원을 하는 브라질의 삼림 보호 프로젝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알디쥐트는 동부 아마존 지역에 자리잡은 도시 포르테우 근처에서 이산화탄소 6만6천t을 상쇄할 수 있다. 6만6천t은 알디쥐트의 탄소배출량 대부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프로젝트의 시행자는 미국 엔지니어인 마이클 그린이다. 그는 10여 년 전 브라질의 삼림을 구제하기 위해 재직하던 혼다(Honda)에 사표를 냈다. 그린이 전화 통화와 전자우편으로 알려준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희망’인 것 같다.
이 미국인은 아마존에서 삼림 소유주들을 만나 벌목에 주로 쓰였던 15만헥타르(ha)의 땅을 개인 소유의 ‘보호구역’으로 선포하게끔 설득했다. 그 뒤 알디쥐트 같은 기업들이 이 삼림 소유주들에게 벌목을 포기한 데 따른 이른바 보상금을 주고 대신 탄소배출 신용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36만4천t의 이산화탄소를 상쇄한다고 돼 있다. 알디쥐트 외에 100개 넘는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녹색 빚’을 청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로 정말 그렇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는지는 마이클 그린 자신도 정확히 모른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여기는 그야말로 서부 개척 시대”라고 말문을 열었다. 소유권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은데다, 외부자인 자신이 옛날부터 강에 거주해온 주민들이 다른 사람에게 땅을 매각하지 않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모범적으로 이 움직임에 앞장서려고 한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이 회사는 2050년까지 기후중립 경영을 완수하겠는 약속과 함께 ‘넷 제로 로드맵’(Net Zero Roadmap)을 최근 발표했다. 실제 그렇게 하려면 할 일이 꽤 많다. 이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t인데, 네슬레 본사가 있는 스위스의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두 배가 넘으니 말이다.

   
▲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는 2050년까지 기후중립경영을 완수하겠는 약속과 함께 ‘넷 제로 로드맵’(Net Zero Roadmap)을 최근 발표했다. 이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t에 이른다. 2021년 5월4일 스위스의 한 매장에서 선보인 이 회사의 제품들. REUTERS

나무심기, 믿을 수 없는 기후 프로젝트
네슬레는 녹색성장을 믿는다. 그리고 기후친화적 기술을 사용해 이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해도 몇백만t에 이르는 온실가스의 지저분한 찌꺼기는 여전히 남는다. 이 잔여분 역시 개발도상국에서의 나무심기 운동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통해 정리돼야 한다.
그러나 영국 코번트리대학 농업생태학과 마이클 핌버트 교수는 이런 계획을 믿지 않는다. 그런 식의 보상은 “지구 남단에서 토지 수탈이라는 새 흐름으로 이어져, 마침내 거주지에서 쫓겨난 지역 공동체와 폭력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에 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라고 압력을 가하기보다 차라리 서구 국가들이 이제야말로 소비를 줄이는 편이 더 정직한 해결책일 것”이라고 충고한다.

ⓒ Der Spiegel 2021년 제24호
Die Klima-Discounter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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