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코로나 백신 계기 급부상 개인 의료정보 누출 우려
[ISSUE] 프랑스 병원 예약 플랫폼 ‘독토리브’ 논란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병원 예약 플랫폼 ‘독토리브’가 대규모 코로나19 백신접종 사업 이후 급성장했다. 개인 의료정보를 보호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7월 프랑스 파리 시청 앞에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가 설치됐다. 프랑스 정부는 백신접종과 예약 관리 서비스를 대형 인터넷 플랫폼 3곳에 맡겼다. REUTERS

접종당 가격, 제약사 이윤, 백신 수급 어려움. 7개월 전부터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에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바이러스 집단면역 경주의 승패가 백신 제조업체 행보에 달렸다. 제약회사만큼이나 이 경주에서 큰 몫을 하는 업체가 있다. 프랑스 백신접종 사업이 만든 주인공, 병원 예약 플랫폼 ‘독토리브’다.
2021년 6월 중순까지 독토리브에 예약된 코로나19 백신이 4200만 건에 이른다. 독토리브가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접종 사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맡았는지 잘 보여준다. 개인병원 예약 기록이라는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이 플랫폼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독토리브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시장에서 공고한 입지를 다졌다. 2013년 창립 이후 2016년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일드프랑스(수도권) 지역, 2019년 남부 마르세유 지역에 있는 공공의료 기관들과 차례로 온라인 예약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에 나온 지 10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독토리브는 블라블라카(카풀 예약 플랫폼), OVH클라우드(데이터센터)처럼 프랑스에서 몇 안 되는 유니콘(기업가치가 약 1조원이 넘는) 기업이 됐다.

백신접종으로 날개 달아
거기에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접종 사업을 시작했다. 독토리브는 필수 기업이 됐다. 집단면역이라는 시간 싸움에 내몰린 정부는 접종 시작까지 몇 달이 걸릴 입찰을 하는 대신 국가조달업체연합(UGap)에 올라온 조달기업 가운데 업체를 골랐다. 조달업체연합은 프랑스의 대표 국가조달시스템이다. 정부는 모든 백신접종 기관에 백신접종 일정과 예약 관리 서비스를 갖추도록 지시했다.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지목된 세 업체가 독토리브, 마이아, 켈도크다.
이 플랫폼의 기술 덕에 백신접종망 관리가 쉬워졌다. 마우스 몇 번만 클릭하면 접종 예약 가능 시간을 비롯해 실시간 잔여 백신, 거주지역 백신접종 기관과 담당 의사, 백신 종류 같은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의료정보시스템 전문가인 조아나 아비브 엑스마르세유대학 교수(경영학)는 “프랑스에서 의료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관리시스템을 만든 첫 사례가 독토리브”라고 말했다.
병원들이 정부가 지정한 세 플랫폼 가운데 한 곳만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4500만 개 개인계정을 보유해 온라인 병원 예약 서비스로 일찌감치 입지를 다진 독토리브가 자연스럽게 선두로 떠올랐다. 독토리브는 어느새 직원 1700명을 넘으며, ‘작은 조직’이라는 수식어를 벗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비브 교수는 “감염병 확산세를 하루빨리 차단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가입 환자가 몇천만 명, 의사는 10만 명이 넘는 플랫폼과 함께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독점적 필수 인프라
그렇게 독토리브는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지위를 얻었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추산한 데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예약의 90%가 독토리브를 통해 진행됐다. 정부가 백신접종 사업을 시작한 뒤부터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독토리브의 존재감은 계속 커졌다. 접종 사업은 잠자고 있던 계정을 깨워 독토리브를 거치는 예약 건수를 늘렸다. 백신을 놓는 의료기관도 플랫폼으로 끌어모아준다.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잇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가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독토리브는 일감이 늘어나 매달 80명을 채용하고 있다. 그래도 증시 상장까지는 멀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처럼 독토리브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백신접종 사업 덕에 재정 사정이 나아졌지만 언제쯤 장부에 파란불이 들어올지 모른다. 백신접종센터를 비롯한 의료기관에 월이용료로 세금을 빼고 107유로(약 14만5천원)를 매기는데 투자금과 인건비를 충당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재정 균형을 맞추기 전에 우선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관건은 의료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2021년 말이나 2022년 초까지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마치겠다는 정부 목표대로라면 국민의 90%는 독토리브에 가입돼 있을 것이다. 독토리브는 사실 병원 진료를 예약하는 환자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다. 예약 일정을 관리하는 의료기관을 위한 서비스다. 그래서 환자가 병원에 전화해 백신을 예약해도 병원에서 독토리브에 예약자 정보를 저장한다. 정부가 독토리브 등 세 플랫폼에 백신접종 관리를 맡겼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키우기에 딱 좋은 방법이다. 기존 예약 관리 방식에 디지털망을 덧씌워 물리적 이동을 조절한다.
독토리브는 필수 인프라에 가까워졌다. 항공교통관제탑이나 에너지제어장치처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제주체로 부상했다. 물론 독토리브를 대신할 기술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은 한 기업만 돋보이게 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의사가 몰리고, 의사가 많을수록 환자도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 덕분이다. 서비스 효용은 이용자 수에 비례해 커진다. 프랑스 의료시스템 관리 분야에서 독토리브를 따라올 경쟁업체가 없다. 동네 의사를 찾는 검색엔진으로 독토리브를 쓰는 사람도 많다. 조아나 아비브 교수는 “프랑스 보건의료 관리시스템을 한 경제주체가 독점하는 형세”라고 말했다.

   
▲ 2019년 3월 프랑스 병원 예약 플랫폼 독토리브의 프랑스 파리 본사에서 최고경영자 스타니슬라스 니옥스샤토(가운데)가 직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독토리브를 통한 코로나19 백신 예약은 2021년 6월 중순까지 4200만 건에 이른다. REUTERS

개인 의료정보 관리
독점 지위는 강력한 규제를 부른다. 독점기업이 지위를 악용하기 쉬워서만이 아니다. 기업의 기술과 활동이 사회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독토리브는 의료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코린 르소데르 프랑스 의사연맹 위원장은 진료 예약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의사가 담당 환자를 관리할 방편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 환자에게 의사가 그렇게 하도록 권할 수 없다. 환자가 스스로 백신접종 일정을 짜고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환자가 떠맡는다.” 알고리즘 기반 기술을 비롯해 진료 항목을 고르게 하는 검색엔진까지 “독토리브가 공공의료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독토리브는 개인 의료정보 관리라는 민감한 문제로도 비판받았다. 의료정보를 다루는 기업에 대한 몇 안 되는 규정 가운데 인증된 저장소에 정보를 저장하게 하는 항목이 있다. 해킹 등 외부 공격에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독토리브는 이 규정에 따라 세계 최대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누리집으로 모인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기술 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다. 그러나 미국 기업이어서 미국 법률을 따라야 하는 문제가 있다. 변호사 쥘리에트 알리베르는 말했다. “독토리브에 쌓인 개인정보가 물리적으로 프랑스에 저장돼 있어도 미국 법률을 적용받는다. 미국 정부기관이 언제든 플랫폼에 쌓인 개인정보를 열람하겠다고 할 수 있고, 독토리브는 그런 요청에 군말 없이 응해야 한다.” 쥘리에트 알리베르는 프랑스 인권연맹(LDH)과 여러 의사노조(FMF·UFML·SMG·SNJMG)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백신 예약 관리 인증 플랫폼에 독토리브를 포함시킨 행정명령의 집행을 취소해달라고 국참사원(최고행정법원)에 요청했다.
미국 법률에 따르면 미국 정부기관은 자국 기업이 관리하는 정보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스타니슬라 니오 샤토 독토리브 대표는 “독토리브에 저장된 모든 개인정보는 여러 단계의 암호화를 거쳐 보호한다”고 반복해 말한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독토리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설득력 없는 돌림노래로 들린다. 이들은 “의료정보가 모든 과정에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며 아마존이 “언제든 미국 정부에 접근권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참사원은 결국 정부 행정명령 집행 취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적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쥘리에트 알리베르는 다른 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
이런 사법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독토리브의 사업 활동을 규제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할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두고 조아나 아비브 교수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한다. “정부가 엄청난 양의 개인 의료정보를 관리하도록 민간업체에 자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새로운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 원격의료 발달로 원격진료와 진단서 전송도 독토리브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이는 더 민감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7월호(제414호)
Mais qui arrêtera Doctolib?
번역 최혜민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