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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인터넷’ 될지 주목하라
[CULTURE & BIZ] 메타버스의 함의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 엘지(LG)디스플레이가 최근 도입한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신입사원교육 장면. 엘지디스플레이 제공

세계를 휩쓴 전대미문의 재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한 지도 1년 반이 지났다. 이 짧은 기간에 달라진 게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변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 한다. 이전까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 이런 전환에서 생겨난 행동과 가치관의 변화. 이런 변화가 모여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시대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말이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코로나 이후 시대 변화와 그에 따라 달라질 우리 삶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개념이 생겨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 흐름 속에 크게 주목받는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메타버스’다.

오래된 개념, 새로운 테마
메타버스는 초월이란 뜻의 ‘메타’와 우주란 뜻의 ‘유니버스’의 합성어다. 현실의 초월과 가상이 혼합된 공간이라는 뜻이다. 말 자체는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유래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2020년 10월 그래픽카드 제조사 엔비디아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이 ‘GPU 기술 콘퍼런스(GTC) 2020’의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고 선언하면서다. 이후 메타버스는 일약 시대가 주목하는 열쇳말로 떠올랐다.
지금 시점에서 메타버스 정의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넓은 의미에서 메타버스는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시작된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개념과 비슷하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세계 어디서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모습을 보고 마치 새 세상이 열린 듯한 충격에 빠졌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실과는 다른,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체계로 움직이는 이곳을 사람들은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불렀다. 너무 널리 쓰이는 바람에 촌스러워진 느낌도 있지만 한때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어였다. 20여 년이란 세월의 간격이 있음에도 사이버 스페이스와 현재의 메타버스는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계승, 발전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메타버스에서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기술적 개념은 20년 전에 나왔다.
조금 다른 점은, 사이버 스페이스와 달리 메타버스는 더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현실과 가상의 융합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우리 생활을 모사한 전혀 다른 가상공간으로 사이버 스페이스를 규정한 것보다 진일보한 개념이다. 20여 년 동안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처리 속도, 6세대(6G) 통신 시대를 바라보는 네트워크 기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확장현실(XR) 등 가상화 기술, 소형 기기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이 모두 공존하는 3차원 가상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등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소설과 영화에서 그리던 상상도를 더 현실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이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더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어떻게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메타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변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비정상으로 커진 디지털 환경에서 일어난 다양한 상호작용이 메타버스에 대한 모호한 인식을 더욱 명확하게 해줬다고 하겠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예고편인 셈이다.

메타버스의 가능성
대표 사례가 현재 메타버스 개념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받는 서비스로, 사용자가 3억5천만 명 이상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일어났다. 이 게임의 ‘파티 로얄’이라는 일종의 소셜 공간에서 유명 뮤지션들의 온라인 콘서트가 잇달아 열렸다. 2019년 마시멜로라는 유명 디제이의 라이브 콘서트에 1천만 명 넘는 사용자가 모였다. 코로나19 감염이 한창이던 2020년 4월, 미국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에는 1200만 명이 모였다. 특히 스콧의 공연은 실제 현장 공연에서는 불가능한 시각적 효과와 연출을 선보여 공연 구성 면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게다가 스콧은 <포트나이트> 공연에서 실제 공연보다 10배 많은 매출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메타버스를 이끄는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가능성을 입증해낸 것이다. 코로나19로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선택한 이 공연이 현실에선 불가능한 1200만 명이라는 막대한 관객 수와 그에 따른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스콧의 공연 이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달아 메타버스의 기류에 편승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메타버스 테마가 급부상하는 등 메타버스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 이즈음이다. 오래전부터 개발하던 각 기업의 가상 또는 소셜 공간 플랫폼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묶이며 대세로 급부상했다. 메타버스 패권을 차지하는 기업이 미래 IT 세상의 신흥 강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거기에 더해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같은 개념까지 메타버스 테마에 합류하면서 신봉자들은 메타버스를 조만간 우리 앞에 펼쳐질 인터넷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치켜세운다.

   
▲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 네이버제트 제공

미래 인터넷 표준?
미국 전기전자학회에서 제시한 정의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지각되는 가상세계와 연결된 영구적 3차원 가상공간들로 구성된 진보된 인터넷’이다. 흔히 메타버스를 설명하면서 예로 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묘사된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게임과 같은 모습이다.
사람들은 집 안에 앉아 가상현실에 접속하는 장치를 몸에 두르고 가상현실에서 살아간다. 현실에선 볼품없는 외모를 가진 빈민이라 하더라도 가상현실에선 얼마든지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영화는 공간적 배경을 게임 속이라고 했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영화에서 묘사한 삶을 살고 있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작은 기기가 그야말로 블랙홀처럼 우리의 모든 생활을 빨아들이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가 점점 감소하고, 가정에서 텔레비전이 없어지고, 고정형 전화기가 사라져간다. 영화관에 가는 사람이 줄어들고,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는 대신 손가락 하나로 일을 해결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만드는 메타버스에 산다고 말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영화나 게임에서 그리는 화려한 3차원 입체 공간에서 뛰어노는 아바타들의 모습이 아니다. 메타버스가 가진 기술적 속성이다. 메타버스 개념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에 도달한다면 그때 우리가 보는 메타버스는 현재 월드와이드웹 표준의 인터넷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방향이 현재의 인터넷인 월드와이드웹의 완벽한 대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하는 운영체제, 통신 프로토콜, 컴퓨팅 기술까지 모든 것이 새로 만들어진다. 이는 현실 세계의 법·경제 체계를 비롯해 현존하는 모든 규칙에 대한 도전이 된다. 기득권자와 새로운 시장의 강자가 되려는 세력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는 기술적으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일상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메타버스가 일상에 너무 연결돼 있어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법, 정책, 사람들의 인식 같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메타버스는 아주 천천히 스며들듯이 우리 삶을 파고들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이버 스페이스 같은 추상적 차원의 메타버스 개념이 아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에서 파생되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다. 우리가 몇십 년 동안 함께해온 월드와이드웹 체제의 인터넷은 수많은 비즈니스와 거대한 기업군을 낳았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이 그런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달라진 시대에 맞는 새 기술적 접근으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바꿔놓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넷플릭스의 서비스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기존 플레이어들은 넷플릭스 방식을 거부했다.
넷플릭스 방식이 사람들에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진 지금 후발 주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방식을 따라 한다. 메타버스 개념도 이런 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 하나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규칙이 되는 순간, 이 기술을 장악한 기업이 새 시대의 챔피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문동열 칼럼니스트는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콘텐츠산업 전문가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며, 콘텐츠 제작과 금융이 전문이다. 일본 게이오대학원을 졸업하고 LG인터넷과 SBS콘텐츠허브 등에서 방송·게임·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콘텐츠 금융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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