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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터 출산까지, ‘네우볼라’가 책임져요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신소영 sinso_sinso@naver.com

 신소영 자유기고가

 
   
▲ 핀란드에선 엄마와 아기의 건강은 개인과 가정은 물론 사회의 책임이란 인식이 강하다. 연합뉴스
나와 배우자의 반쪽이 더해져 이 세상에 소리를 보태기 위해 열심히도 울어대는 아기. 이 작은 생명을 품에 안고 나서야 누군가를 책임지고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진정한 가족의 탄생이다. 필자는 핀란드에서 그 첫 경험을 했다. 결혼 뒤 남편을 따라 핀란드로 이주하고 바로 아이를 가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를 내 안에 품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몰랐다. 막상 임신하니 당장 병원은 어디 찾아가야 하는지, 핀란드 병원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지 아무런 사전 준비와 기초 지식이 없음을 깨닫자 불안감이 몰려왔다.
다행히도 답은 간단했다. 핀란드에서는 임신부터 출산 뒤 관리, 영유아 발달사항 체크와 건강검진까지 모든 것을 네우볼라(Neuvola)라는 공공 의료기관에서 한다. 출산과 관련해 사설 병원에 갈 일은 없다. 네우볼라 첫 예약이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상담원에게 차라리 사설 병원에서 검진받겠다고 하니 “이 아이를 원하는 게 맞나요?”라며 내 의도를 오해할 정도니 예외는 없다고 봐야겠다.
 
임신 기간, 의사는 단 두 번 만났을 뿐
임신 기간 임신부가 가장 많이 만나는 의료진은 네우볼라 간호사다. 간호사가 기본 검사인 소변검사와 헤모글로빈 수치 검사, 혈압 검사 그리고 아이 심장 소리를 체크한다. 임신 4개월에는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정밀하게 분석해 아이의 다운증후군 위험성을 검사하고 임신부의 건강 상태를 파악한다. 초음파는 네우볼라가 아닌 출산 전문 병원에서 임신 12주차, 20주차에 두 번만 한다. 그 이상의 초음파 촬영은 오히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다. 핀란드에서는 지금 설명한 검사보다 무언가 더 한다면 임신부나 아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특이 사항이 있다는 것으로 오히려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출산과 관련해 의사를 직접 만난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 의사는 임신 4~5개월 때와 출산이 임박한 시기에 만나 자궁에 이상은 없는지, 태아가 자리를 잘 잡았는지 확인한다. 출산 뒤 의사를 한 번 더 만나 출산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확인하고, 원하는 경우 피임기구 삽입 시술까지 무료로 해준다. 임신 기간 앞에서 언급한 것 이상으로 의사를 만난다면 그것 역시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출산 과정에서도 의사와 조산사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된다. 핀란드에서는 ‘카틸뢰’라는 조산사가 출산의 전 과정을 주도한다. 의사는 무통분만 주사를 놓을 때, 출산 뒤 산모의 몸에 생긴 상처를 확인할 때 잠깐 보는 것이 전부다. 조산사는 산도가 충분히 열렸는지 확인하고 본격적인 힘주기부터 아이를 받는 일까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혼자 처리한다. 진료부터 출산 집도까지 전부 의사 주도로 이뤄지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핀란드에서는 적어도 출산과 관련해 의사와 간호사, 조산사의 업무가 확실하게 나뉘어 있다. 
네우볼라와 출산 전문병원은 모두 시에서 관리하는 공공시설이기에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돈이 거의 없다. 필자도 임신부터 출산까지 의료시설을 이용하며 낸 병원비는 출산 뒤 4일 입원비 300유로(약 40만원) 정도가 전부였다. 이렇듯 출산 관련 의료기관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다보니 매뉴얼이 분명하고 환자의 생떼나 억지는 통할 길이 없다. 예외도 잘 적용되지 않아 일의 융통성이 없기도 하다. 그렇기에 의료 관계자 입장에서도 과잉진료를 권할 이유가 없고 환자의 요구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다.
잠시 한국 상황을 돌아보면 임신 초기 단계부터 들어가는 병원비가 만만치 않다. 대개 테스트기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4~5주에 병원에 처음 방문하는데, 이 시기에 보이지도 않는 태아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기계부터 들이밀고 이후에도 매달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필자가 몇 해 전 잠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임신 4주차에 산부인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아기집이 보이지 않자 다음 주에 다시 초음파를 해보자는 의사의 말을 듣고 8만원을 결제하며 신뢰가 뚝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과잉 없고 박탈감 없는 진료
네우볼라 간호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간호사는 임신 10주는 돼야 태아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왜 그런 짓을 하냐는 듯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장용 초음파 비디오와 3차원 초음파 같은 한국 병원의 세련된 서비스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멋지긴 하지만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그 비용이 환자에게 전가되는 건 아닌가?”라는 간호사의 물음에 나는 답하지 못했다. 그의 질문을 듣고 나니 한국에서 임신부에게 추가 선택으로 권하는 수십만원짜리 검사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임산부에게 바우처를 지급하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여러 혜택을 주기에 병원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경제적 관점에서 벗어나 네우볼라 같은 기관이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모든 국민이 국가가 정한 같은 진료와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더 비싼 진료를 받지 못해 박탈감을 느낄 필요가 없고 의료진도 과잉 진료 없이 환자에게 필요한 적정 수준의 서비스를 하면 된다. 이런 시스템은 의료서비스가 낙후되고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더 빛을 발한다. 
 
* 한국에서 법조 전문지 기자로 일하던 중 핀란드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 낯선 땅에서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만 6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이력을 살려 간간이 핀란드의 정치·교육·문화 뉴스와 한인 동포 소식을 고국에 전하는 YTN 핀란드 해외리포터로 활동했다. 더불어 국내의 한 장애인권단체가 발간하는 월간지에 핀란드 장애인 관련 복지제도를 소개했다. 최근 고국에 돌아와 핀란드에서 겪은 출산·육아 경험을 담은 책을 준비 중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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