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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중단이 의료비 불안 줄인다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박중언 parkje@hani.co.kr
   
▲ 2020년 10월 전북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라는 주제의 호스피스 다큐 사진전이 열렸다. 중앙호스피스센터 누리집

나이 들어 아프면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돈이 많이 든다. 생활비와 함께 의료비 걱정이 노후 불안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상당 부분은 병상에 머무는 생의 마지막 두 달 안팎 기간에 빠져나간다. 치료 단계로 보면 말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신체·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의료비 부담 정도를 좌우한다.

건강하게 살다가 조용히 세상을 떠나기를 누구나 원하지만 질병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죽음으로 이끄는 대표 질병이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이다. 최신 자료인 ‘2018년 암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83살)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암에 걸릴 확률이 37%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암 발병률이 여성보다 5%포인트가량 높다.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암을 비롯해 심장·뇌혈관 질환, 폐렴, 알츠하이머 등 주요 질병으로 숨지는 사람이 3명에 2명꼴이다. 
평소 큰 병이 없던 고령자도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신체 곳곳에서 이상 증상을 보인다. 수명을 다한 기관과 장기가 기능부전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119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하게 된다. 말기 환자는 물론 고령자 대다수가 대형 병원 응급실이나 병실,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일단 환자가 되면 자신의 신체와 생명도 뜻대로 하기 어렵다. 환자가 의식이 없다면 말할 것도 없다. 의식이 있을 때조차 보호자인 가족과 의료진이 치료 전반에 의사결정을 하기 일쑤다. 가족애 때문이든 따가운 외부의 눈길 때문이든 가족은 ‘무슨 수를 써서든 살려만 달라’고 의료진에게 애원하기 마련이다. 죽음을 ‘치료 실패’로 여기는 의사들 또한 환자의 삶의 질보다 생명 유지에 주력한다. 성큼 다가온 죽음의 시기만 늦추느라 부질없이 벌이는 갖가지 검사와 처치로 환자의 고통과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다. 
 
자기결정권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 장치는 마련됐다. 2017년 시행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그것이다. 평소 정신이 멀쩡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거나 담당 의사와 함께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혀둘 수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만 19살 이상)이 98만여 명,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가 약 7만 명이다. 실제로 연명치료를 중단한 사례도 16만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하면 현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50대 이상(2천만여 명) 또는 65살 이상(800만여 명) 고령자 수에 비하면 의향서 작성자가 턱없이 적다. 70대 이상과 지방 거주 고령자들은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실정이다. 
연명치료 중단은 기본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튜브와 줄을 주렁주렁 매단 채 가족과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불행을 피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죽음을 전제로 한 얘기여서 노부모에게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지난해 집 가까운 등록기관에서 의향서를 쓴 중견기업 P부장도 지방 누이 집에서 지내는 80대 후반 노모에게 의향서 얘기를 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핑계로 노모를 방문하지 못한데다 노모가 생명을 위협할 만큼 큰 병을 앓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단되는 연명치료는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이다. 의학 드라마의 응급실 장면에서 흔히 보이는 심폐소생술(CPR)은 멎은 심장이 뛰도록 가슴에 강한 외부 충격을 준다. 나이 든 연약한 환자는 이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다른 장기를 찌를 위험도 크다. 
20년 가까이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한 김형숙 순천향대 교수(간호학)는 인공호흡기 착용을 위해 기도에 플라스틱 관을 집어넣는 기도삽관에 주목한다. 기도삽관 이후에는 말을 못해 환자의 의사 표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도삽관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가름하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의향서 내용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추상적인 수준이어서 제도 시행 이후에도 의료 현장에서 혼선이 적지 않다.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크고 복잡한 서류 작업 등의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첫 단추가 의향서 작성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제도 도입에 앞장서 온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환자가 입원하거나 응급실에 방문할 때 의료기관에서 의향서 작성 여부를 확인하고, 미작성자에게 설명 뒤 작성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촉구했다.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수술 등 공격적 치료보다 고통 감소에 초점을 맞춘 완화의료를 선택하는 것이 슬기롭다. 완화의료를 제공하는 호스피스는 환자와 가족의 육체·정신·사회·영적 돌봄을 위한 서비스다. 죽음을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삶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완화의료라는 대안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비용 또한 크게 줄었다. 일반 병실이나 요양병원과 별 차이가 없다. 가장 고민되는 간병 서비스를 월 10만원 남짓(하루 4천원)으로 제공하는 병원도 여러 군데다. 월 300만원 정도 드는 개별 간병인보다는 못하겠지만 가족의 간병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암 환자밖에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집에서 방문 서비스를 받는 가정형, 일반 병동과 외래 진료 환자에게 제공하는 자문형 서비스도 있다. 2019년 기준 대상 질환 사망자의 22.4%가 호스피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스피스 이용자의 생존 기간은 일반 병실과 차이가 없고 만족도는 훨씬 높은 것(96%)으로 조사됐다. 
호스피스 대상 질환이 암과 만성 간경화 등 네 가지 중증질환으로 제한된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의향서에 호스피스 이용 의사를 밝힌 P부장은 임종이 멀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호스피스 완화의료로 평온한 죽음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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