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에디터 > Editor\'s Column
     
중앙은행과 암호화폐 힘겨루기
[Editor's Letter]
[136호] 2021년 08월 01일 (일) 이용인 yyi@hani.co.kr

이용인 편집장

   
 

2021년 초, 암호화폐 시장에 광풍이 불었다. 신기술을 향한 호기심과 유동성 증가에 따른 투기 본능이 더해져 시장의 열기가 비등점을 지났다. 하지만 그 후 몇 개월 동안 비트코인, 도지코인,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반토막이 났고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빚투’(빚내서 투자)로 암호화폐에 뒤늦게 뛰어들었던 일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암호화폐 역사에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시장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트공인 공장’이라고 불리는 주요 채굴장이 쓰촨성 등 중국 영토에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에 따라 투자자가 비트코인 사업으로 돈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다. 2021년 5월 암호화폐 시장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것도 중국 금융 당국이 강력한 규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이번호에서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와 벌이는 전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맛보기만으로도 흥미롭다. 5월21일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단속해 개별 위험이 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단속 대상이 거래에서 채굴로 확대됐다. 기업들이 실물경제보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을 방지하고, 에너지 사용 절감과 206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영향력이 커져 중앙은행의 독점적인 화폐 발권력이 약해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채굴을 향한 질주 본능을 멈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채굴기업들은 일부 채굴기를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게다가 대형 채굴장은 폐쇄하거나 국외로 이전했지만 개인이 보유한 채굴기는 조사하기 어렵다. 중국 지방정부와 관료들도 알음알음 채굴업자들과 엮여 있다.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암호화폐와의 전쟁이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암호화폐 단속의 맞은편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2014년부터 디지털화폐 연구를 시작해 주요 국가 가운데 진도가 가장 빠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중국의 속도전에 맞서 ‘디지털 달러’를 검토하고 있으며, 9월 초 연구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도 2020년부터 디지털화폐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조만간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에 착수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CBDC를 발행하면 암호화폐 필요성도 약화되리라 희망한다. CBDC는 법정화폐 가치와 연동돼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약점도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 권위주의 정치권력이 개인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암호화폐가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 암호화폐와 CBDC의 힘겨루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8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