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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 성과, 바탕은 보편적 복지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135호] 2021년 07월 01일 (목) 신영규 youngkyu.shin@gmail.com

신영규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방문연구원

   
▲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핀란드 중앙정부는 2013년부터 청년보장(Youth Guarantee)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24살 이하 실업자나 학업을 마친 25~29살 청년이 구직자로 등록하면 3개월 이내에 개인의 상황과 욕구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청년보장제도를 운용하는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 건물 입구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를 비롯해 최근 많은 복지국가에서 청년세대가 겪는 어려움이 주요 사회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기성세대와 비교하면 요즘 청년들은 취업하기 어려워졌고 집을 사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취업해도 고용 안정성은 과거보다 점점 낮아지고 이들 세대가 은퇴 뒤 받을 연금은 지금 세대보다 적을 것이다.
역사상 최고 학력 수준을 지녔음에도 이렇게 암울한 현실을 마주하는 많은 청년이 좌절감이나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나라도 점차 심각해지는 청년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다양한 청년정책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연구자와 정책결정자 사이에 핀란드 사례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970년대 ‘청년법’ 제정
핀란드의 청년정책은 역사가 길다. 19세기 말부터 민간단체 중심의 청년사업(Youth Work)이 전국적으로 발전했고, 1970년대 초 ‘청년법’이 제정되면서 정부 차원의 청년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법률은 청년정책 관련 공공기관의 구성, 권한, 의무에 관한 내용은 물론 민간단체 재정 지원, 국가 차원의 청년정책 수립 등의 사항을 규정한다. 요즘처럼 청년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던 50년 전에 정책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누구에게나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돼야 한다는 보편복지 국가 철학에 따라 취약계층 청소년과 젊은이에게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 덕분이었다.
이런 노력에도 최근 핀란드에서 청년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핀란드 청년실업률은 20%대로 상승했다. 이후 지금도 15%를 웃돌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이민가정 출신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경험하는 다문화 배경의 청년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15~29살 핀란드 청년 가운데 ‘취업 의지도, 교육이나 훈련에 참여할 생각도 없는’ 이른바 ‘니트족’(NEET) 비율도 매년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심각해지는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핀란드 중앙정부는 2013년부터 청년보장(Youth Guarantee)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24살 이하 실업자나 학업을 마친 25~29살 청년이 고용서비스사무소(TE-palvelut)에 구직자로 등록하면 3개월 이내에 사례관리자가 개인의 상황과 욕구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때 핀란드 전역 120여 곳에 설치된 고용서비스사무소는 지방정부 관련 조직, 교육기관, 민간 청년작업장, 사회보험청 등과 협조해 구직자 개인의 요구에 맞춘 통합서비스 계획을 제안하고 구직자와 합의해 그 계획을 추진한다. 통계에 따르면, 이 제도가 적용된 청년 구직자의 40~45%가 고용서비스사무소의 해결책을 받아들여 학업이나 직업교육을 시작한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핀란드의 청년정책은 ‘오흐야모’(Ohjaamo)라는 이름의 원스톱 안내센터 설립 프로젝트다. ‘조종실’을 뜻하는 오흐야모는 이 센터가 청년 스스로 자신의 경력을 조종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오흐야모센터는 취업·경력 관련 서비스, 창업·보건복지·스포츠·금융 서비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위한 상담, 교육컨설팅, 자원봉사활동 참여 등 청년에게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료적 요소를 최소화해 29살 이하 청년 누구나 예약 없이 이 센터를 방문해 서비스를 문의할 수 있다.
2018년 수도 헬싱키에 처음 설립된 오흐야모센터가 성과를 올린 뒤, 전국 60곳 넘는 지방정부에 이 센터가 설립돼 운영 중이다. 오흐야모센터가 다양하고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조직의 구성원들이 이곳에서 함께 일하며 기관 간 협업을 바로바로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 센터에는 지방정부 청년정책 담당자, 중앙정부 조직인 사회보험청(KELA)과 고용서비스사무소 전문가, 민간기구 전문가 등이 함께 파견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상담, 교육, 의료, 창업 등 관련 서비스 전문인력이 추가로 고용된다.

청년 위한 원스톱 안내센터 설립
핀란드 사례가 점차 소개되면서 최근 우리나라에도 청년보장제도나 오흐야모센터와 유사한 청년정책이 도입됐다. 하지만 이 시도가 우리나라 청년문제를 개선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두 나라 사이에 청년정책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청년정책은 공고하게 구축된 무상교육제도, 노동시장 정책, 소득보장제도, 사회주택제도 등을 바탕으로 시행된다. 핀란드에선 모든 공교육과 직업훈련이 무료라서 청년정책으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각종 훈련에 참여해도 청년들은 학비 부담이 없다. 핀란드의 노동시장 정책과 소득보장제도는 청년들이 당장 먹고살 걱정 없이 취업이나 창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무료 학습프로그램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핀란드 전체 주택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사회주택과 전체 인구의 20%가 받는 주택수당은 청년들이 평생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준다.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핀란드 청년정책은 청년 개개인이 정보 부족이나 접근성 제한으로 복지제도에서 배제당하지 않도록 서비스를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우선 많은 청년문제가 과중한 학비에서 비롯된다. 2000년대 들어 대학 교육이 급속히 영리화하면서 등록금이 치솟았는데 그 부담은 청년과 그 가족이 지고 있다. 청년수당을 주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지만 그 금액이나 지급 기간을 보면 얼마나 청년문제 해결에 효과적일지 모르겠다. 원룸 사업자들이 기숙사 건립조차 극도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질 좋고 저렴한 주택 공급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정책이 얼마나 청년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2006년부터 15년간 우리 정부가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은 225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출산율은 매년 떨어져 2020년에는 세계 최저 기록인 0.84를 기록했다. 명백한 정책 실패다. 수많은 정책이 집행되고 엄청난 돈이 투입됐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고치지 않고 대증요법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부디 청년정책은 이런 오류를 겪지 않기 바란다.

* 혁신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특히 핀란드의 사회정책이 어떻게 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는지 탐색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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