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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횟수로 정해진 시간에 먹어라
[LIFE] 생체시계- ② 빛과 장기의 리듬
[134호] 2021년 06월 01일 (화) 외르크 블레히 economyinsight@hani.co.kr

외르크 블레히 Jörg Blech <슈피겔> 기자

   
▲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듯이 수면은 육체·정신적 건강에 필수적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심장질환과 자살충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겨레 자료

신체기관에서 장은 일주기 리듬을 따르며 정기적으로 음식물을 소화하도록 코딩돼 있다. 장내 미생물도 이 주기에 맞춰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십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대장 안에 살면서 건강에 도움을 준다. 일종의 생물학적 틈새를 차지해 위험한 배탈 유발균이 대장 안에 퍼지는 것을 막는다. 유용한 미생물은 장세포를 정상적으로 발달하게 하고 장 점막을 온전하게 유지한다. 무엇보다 박테리아는 장내 특정 섬유소(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다당류)를 분해해 건강에 좋은 단쇄지방산을 생산한다. 단쇄지방산은 장세포의 중요한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으로 심혈관계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장이 잘 소화하는 시간 있다
박테리아가 장의 올바른 주기 활동을 유지한다는 것도 실험으로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무균 상태에서 성장해 장내 미생물이 없는 생쥐는 장벽 세포의 일주기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험에서 수면리듬을 계속 반복해 인위적으로 늦춘 생쥐의 경우 장내 미생물이 줄어듦에 따라 염증이나 비만에 취약해졌다.
분자생물학 실험에서도 미국 연구자들은 장내 미생물이 숙주의 생체시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냈다. 장내 미생물은 특정 시간에 신호 물질을 장세포로 보낸 뒤 효소를 생성하고, 이 효소는 다시 음식물로부터 지방 흡수를 시간상 조절한다.
이런 생리학적 연쇄반응은 원시인류가 음식물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도움이 됐다. 식량이 부족하고 칼로리가 낮은 식물성 식품 말고 먹을 게 없었던 석기시대에는 큰 장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환경에서 박테리아와 장 사이 통신 오류는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인간은 소화계가 쉴 틈이 없을 때 지방을 많이 축적하는 것 같다. 시간생물학자 헨리크 오스터와 의학자 제바스티안 슈미트는 뤼베크대학의 동료들과 함께 젊고 건강한 남성 15명을 대상으로 이 현상을 연구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며칠 밤을 수면 실험실에서 보냈다.
수면 실험실은 한 사람만 잘 수 있는 창문 없는 방으로, 문이 육중해서 바깥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샤워 시설과 화장실을 갖춘 욕실이 있고 텔레비전은 없다. 스마트폰 사용은 금지, 책과 잡지는 허용됐다. 천장에는 적외선카메라가 설치됐고 침대 옆에 개폐식 덮개가 설치됐으며 그 뒤의 벽에 구멍이 나 있었다. 이 구멍으로 연구자들이 피험자의 팔 정맥에 캐뉼러를 삽입해 혈액을 채취했다.
실험에서 젊은 남성 15명은 먼저 밤 11시에서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잤다. 몇 주 뒤 피험자들은 두 번째 실험을 위해 다시 실험실에서 숙박했다. 이번에는 새벽 3시까지 깨어 있다가 자기 시작했지만 기상 시간은 동일하게 아침 7시였다. 세 번째 실험에서 젊은 남성들은 전혀 잠을 자지 않았다.
실험마다 아침저녁으로 피험자들의 배꼽 옆 지방 조직을 채취했다. 이 표본을 이용해 연구자들은 채취한 지방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됐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하룻밤만 수면 시간이 짧아져도 지방세포의 생물학적 시계가 잘못 맞춰졌다. 무엇보다 당분 균형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적시에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는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만 신진대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건 아니었다. 음식물을 시도 때도 없이 먹는 행동도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생물학자 사친 판다는 연구팀과 함께 얼마 전 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생쥐에게 대부분 지방으로 구성된 특정 먹이를 줬다. 야행성 설치류가 좋아하는 먹이지만 실험 조건에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한 그룹의 실험동물은 먹고 싶을 때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주로 밤에 먹었지만 낮에도 계속 먹이를 조금씩 먹었다. 다른 그룹은 간격을 두고 먹어야 했다. 이 그룹은 밤에만 8시간 동안 먹이에 접근할 수 있었고, 24시간 주기 중 남은 16시간은 강제로 굶어야 했다.
100일 이상 지난 뒤 모든 실험동물의 상태를 확인했다. 지속해서 먹은 쥐는 살이 쪘을 뿐만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과 포도당 수치가 높았고 간도 손상됐다. 간격을 두고 먹은 쥐는 24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시로 먹었던 그룹과 동일한 칼로리를 섭취했어도 살이 찌지 않았고 건강했다. 즉, 지속해서 먹은 쥐는 24시간 내내 음식물에서 칼로리를 섭취하도록 강제된다. 결국 살이 찌고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긴다. 반면 간격을 두고 먹은 쥐는 강제된 단식 시간을 당과 지방의 대사 활동에 쓴다. 장기의 가벼운 염증도 줄었다.
이러한 동물실험은 건강한 음식 섭취가 적절한 시기 선택에 달렸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음식 섭취를 특정 시간대로 제한하고 체내 시계에 따라 나머지 시간은 음식을 먹지 않으면 사람들은 (비만 등에 대한 걱정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
이는 ‘간헐적 단식’이란 용어로 일반화됐지만 여기서는 ‘시간제한 섭식’(Time-restricted Feeding), 즉 음식 섭취를 시간상으로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하루 24시간 중 음식 칼로리 소비는 6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연속되는 특정 시간대에만 허용된다. 그 시간 외에는 수분만 섭취할 수 있다. 이때도 물·차·블랙커피 등 탄수화물이 포함되지 않은 음료만 마실 수 있고 탄산음료나 맥주, 무알코올 맥주, 와인, 증류주 등은 금지된다.
수많은 연구에서 간헐적 단식이 생쥐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많은 실험에서 과체중,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고혈압, 당대사 장애로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남녀가 식습관을 바꿨다. 하루 24시간 중 10시간 동안 칼로리를 섭취하고 그 외 14시간은 단식했다. 약 12주 뒤 나온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피험자들은 평균 3% 몸무게가 감소하고 허리둘레가 줄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고 혈당 대사가 더 좋아졌다. 또한 밤에 잘 잤다.
언제 금식하는 게 가장 이상적일까? 아침을 늦게 먹어야 할까? 저녁을 먹지 말아야 할까? 사친 판다는 이 부분에서만큼은 완전히 아침형 인간이다. 그는 “8시에 아침 식사를 하면 시스템이 8~10시간 정도 최적으로 작동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지방을 빨리 제거하고 싶은 사람은 아침에 공복 상태로, 즉 첫 번째 칼로리 섭취 전에 운동해야 한다. 이때는 몸의 당분 보유량이 많지 않아서 아침 운동을 할 때 축적된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 하루의 첫 식사를 낮 12시에 먹는 게 더 잘 맞는 사람도 있다. 이때는 대략 밤 9시까지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어 가족이나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정오 이전에 칼로리를 전혀 섭취하지 않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사과 한 개도, 요구르트 한 스푼도, 우유를 탄 커피 한 잔도 허용되지 않는다.
금식 시간이 길수록 효용성이 커진다. 충실하게 지킨 사람은 짧은 시간 내에 극심한 허기를 느끼지 않게 되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되찾아 소화기를 금식 시간을 회복하는 데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체세포에 축적된 분자 찌꺼기를 제거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약 12시간 동안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으면 신진대사의 중요한 스위치가 전환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신체는 간에서 지방산에서 변환되는 특정 분자(케톤체)를 사용한다. 케톤체는 에너지 연료일 뿐만 아니라 메신저 물질이라는 연구 결과가 저명한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됐다. 케톤체는 “건강과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많은 단백질과 분자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시간생물학자들은 아침에 산책하거나 숲을 달리고 침대에선 스마트폰을 끄도록 권고한다. 침실은 서늘하고 조용하고 어두워야 한다. REUTERS

침대에선 스마트폰을 꺼라
선진국의 많은 사람이 지쳐 있고 과체중이다. 건강을 회복하려면 이들은 다시 생체시계에 맞춰 살아야 한다.
교대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에 옮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일주기 리듬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빛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신호 전달자다. 시간생물학자들은 아침에 산책하거나 숲을 달리고 침대에선 스마트폰을 끄도록 강력하게 권고한다. 침실은 서늘하고 조용하고 특히 어두워야 한다.
햇빛과 마찬가지로 음식물 섭취도 생체시계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항상 무엇인가를 먹는 습관을 멈춰야 한다. 소량의 간식도 안 된다. 대신 적은 횟수로 되도록 정해진 시간에 음식물을 먹어야 한다. 세포 안 시계가 신체를 제어하기 때문에 무엇을 하느냐만 주요한 게 아니라 언제 그것을 하느냐도 중요하다.

ⓒ Der Supigel 2021년 제13호
Wir Uhrmensch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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