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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농법 벗어나는 방향·기준 제시
[TREND] 유럽연합 새 농업정책
[134호] 2021년 06월 01일 (화) 세드리크 발레 economyinsight@hani.co.kr

세드리크 발레 Cédric Val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유럽연합 농업담당 집행위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농약과 비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인 ‘유기농 생산 발전을 위해: 2030년으로 가는 길’의 행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REUTERS

마리안 스트릴은 벨기에 브뤼셀 인근 헤스베 지역 160ha 땅에서 비트와 꽃상추, 밀, 보리 농사를 짓는다. 헤스베는 벨기에 남부 왈롱에서도 땅이 비옥하기로 유명하다. 아버지처럼 농부가 된 마리안은 왈롱농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30년까지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각각 50%, 20% 줄인다고 밝혔을 때 그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집행위 발표가 급작스럽게 느껴졌다. 농부들이 지속가능성을 늘리기 위해 지금껏 해온 노력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집행위가 ‘밭에서 식탁으로’ ‘생물다양성’이란 이름이 붙은 전략을 줄줄이 발표한 2020년 5월20일을 기점으로 유럽의 농업 문제 접근법이 바뀌었다. 농부 준비에브 사비니는 “오래전부터 바라던 식량 정책”이라며 집행위 발표를 반겼다. 그는 소규모 농업을 지지하는 농민단체(ECVC)에서 활동한다. “새 전략을 시행할 구체적 방안이 아직 부족하다. 대기업에 보조금을 더 챙겨주기 위한 겉치레가 아닐까 우려스럽다.”

논밭 25% 유기농으로
유럽연합 집행위가 ‘초록색 뱃머리’를 세우고 2030년까지 달린다. 목표가 눈에 띈다. 농약 사용을 줄이는 것 말고도 논밭의 25%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비료 손실(많은 양이 대기와 하천으로 흘러간다)은 50% 줄여야 한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유럽환경청이 2019년 연간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화학농업은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1999년) 체결한 공동농업정책(CAP)에는 녹색화 대책이 부족했다. 종류가 다른 농작물 3가지(또는 2가지)를 재배하도록 하는 규정으로는 “생물다양성 훼손과 환경오염을 막기엔 역부족이다.”(유럽 회계감사원 2020년 보고서)
‘밭에서 식탁으로’ 전략에서 내세우는 ‘큰 숫자’는 정치적 목표에 가깝다. 집행위도 이 점을 인정한다. 숫자는 회원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방법의 하나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제초제 사용 지침 △영양제 통합 관리 △유기농 산업 지원에 관한 행동계획 등의 대책이 지역 단위로 시행될 계획이다. 그 밖에 유기농약 개발을 비롯한 연구계획을 지원한다.
새 공동농업 정책은 그래도 퍼즐의 한 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의 2021~2027년 예산안을 두고 유럽의회와 회원국 정부가 논의하고 있다. 농사 보조금의 20~30%를 규정보다 더 적극적으로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는 농부에게 지원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집행위는 이 전략에 부합하는 친환경 농법의 예를 제시했다. 다양한 작물을 함께 또는 바꿔가며 기르기, 목초지 가꾸기, 유기농업, 정밀농업 등이다. 비료와 농약을 덜 쓰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하나의 유럽 공동농업 정책 안에서도 회원국마다 다른 국가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각 나라가 놓인 상황에 맞춰 친환경 농업의 구체적 방안을 짠 뒤 집행위의 승인을 얻는 것이다. 유럽환경청의 셀리아 니센은 “회원국이 유연성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국가전략은 과감한 정책을 시도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현상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가 대단한 변화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청년 농부 조합 ‘청년농부들’의 기욤 카보 위원장은 집행위가 제시한 숫자가 “무리”라고 평가한다. 카보 위원장은 프랑스 북부 센마리팀 지방에서 160ha 규모로 농사짓고 있다. 집행위 전략에 다소 회의적인 그는 “현실에서 도달할 수 있는 목표도 필요하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 역시 농약을 대체할 방법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는다. 유황, 마늘즙 등 안 쓰는 천연 살충제가 없다. “환경에 덜 해로운 제품이 있다면 기꺼이 쓸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화학제품의 대안이 없을 때는 금지하지 말아야 한다.”

스마트농업
마리안 스트릴도 비트 농사에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이 기술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현장의 변화는 원하는 만큼 빨리 이뤄질 수 없다.” 농약과 비료 줄이기는 마리안도 일찍부터 실천하고 있다. “아버지 때처럼 무분별하게 밭에 농약을 뿌리지 않는다.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 진딧물이 많이 생기는 때엔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친다. 서리 내리는 시기, 작물 성장 시기, 계절에 따라 농약과 비료 사용을 조절한다. 필요하지 않으면 화학제품을 쓰지 않는다.” 새 정책을 따르다가 작황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게 마리안만의 걱정은 아니다. 작황이 나쁘면 안 그래도 적은 수입이 더 줄어들 것이다.
마리안 스트릴과 기욤 카보는 농사에 대한 도움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얻는다. 카보는 “앱이 곡물에 곰팡이가 필 가능성을 계산하거나, 어느 밭 어느 구역에 비료를 뿌려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화학제품을 아예 쓰지 않으려면 “기술개발을 더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유럽 농민협동조합총연맹 ‘코파-코제카’는 데이터, 위성사진, 드론을 이용해 농약과 비료를 정밀하게 분사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안한다. 농부 사비니는 그것을 “사기”라고 말한다. 그는 “이들 기술이 유용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 대규모 농장만 쓸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친화적 농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작물을 돌아가며 심기(윤작), 가축 방목하기, 야생 목초지 만들기, 비료 대신 퇴비 쓰기, 밭에 울타리 치기, 천연 환경 유지하기 등의 방법이 우선이다. “화학제품은 특별한 때만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농민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지만, 셀리아 니센은 이렇게 정리했다. “지금까지 병충해 예방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려왔다. 토양·수질 오염과 생물다양성 훼손은 꼭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다. 수치만 내세운 목표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래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5월호(제412호)
Quand Bruxelles veut réduire engrais et pesticid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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