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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서비스업 다국적화 추세 뚜렷
[ISSUE] 코로나19 이후 세계화
[134호] 2021년 06월 01일 (화) 올리비에 파세르 economyinsight@hani.co.kr

올리비에 파세르 Olivier Passer
경제연구소 제르피(Xerfi) 소장

   
▲ 2020년 2월 그린피스 회원들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건물 앞에서 탄광을 개발하는 인도의 에너지 대기업 아다니에 항의해 투자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탈세계화’가 정말 일어나는가 싶을 때가 있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탈세계화 전망을 들어보면 그렇다.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그런 상황은 더하다. 전 지구적 위기가 터질 때마다 탈세계화 주장에 점점 더 힘이 실린다.

제조업 탈세계화
세계화가 끝났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 무엇인가. 첫째, 무역 역동성이 끊겼다. 나라 사이에 왕래가 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재화 교역이 2000년대 중반부터 줄고 있다.
둘째, 중국 경제가 변했다. 중국은 세계 가치사슬에서 저부가가치 분야만 맡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전세계의 조립실, 공방으로 통하던 나라가 그런 수입-재수출 놀이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중국은 모든 제조 과정, 품질에 투자한다. 기술 자립성을 키운다.
셋째, 단위원가(단가)가 수렴한다. 이에 따라 저임금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추세가 사라진다. 넷째, 로봇이 생산을 맡는다. 임금이 높은 나라가 생산시설을 다시 국내로 들여온다. 다섯째, 화상회의가 늘어나면서 일 문제로 외국에 나갈 필요가 줄었다.
여섯째, 관세장벽과 ‘재정적 덤핑’(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을 낮추는 현상)이 부활했다. 산업 자양분(인적·기술 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한 이 조처가 선진국에서 혁신·일자리·불평등 등에 악영향을 끼쳤고 행복한 세계화의 꿈이 깨졌다.
일곱째, 각국이 전략적 자립 문제에 더 민감해졌다. 제약, 반도체 같은 산업의 몇몇 주요 주체에 대한 의존성이 코로나19 위기로 더 부각됐다.
여덟째, 지역 상품과 추적 가능한 상품의 생산·소비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야 한다. 아홉째, 수입 화석연료가 지역산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고 있다.
탈세계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은 이유는 그 주장이 얼마나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또 그것이 얼마나 1차원적 시각에 갇혀서 하는 말인지도.
각국의 금융시장과 서비스 영역이 점점 더 깊고 광범위하게 상호의존하고 있는데 제조업만 보고 세계화가 끝날 것이라고 한다. 재화 무역시장이 통합되는 과정이 완전한 성숙 단계에 접어든 것과 세계경제가 통합되는 추세가 약해지는 건 완전히 별개다.
자본시장에서는 무엇이 보일까. 국채에 투자한 국내 자본 비중이 높아져 탈세계화가 시작된 듯한 착각이 들 수 있다. 그 국내 자본은 중앙은행이 위기 대응용 양적완화로 뿌린 돈이다. 자본 관리나 기업의 인수·합병 추이는 전혀 다른 현상을 보여준다. 물론 기업이 합치기도 갈라지기도 쉬운 건 맞다. 하지만 국적이 다른 기업끼리 인수·합병한 수나 유럽 기업이 유럽 밖에 낸 자회사 수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면 확실히 기업의 다국적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몇몇 거인 기업(블랙록·뱅가드 등)만 계속 몸집을 키우는데, 그러면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에서 세계 어딘가에 있을 주주의 영향력도 항상 더 커진다.

서비스업의 세계화
그렇다면 서비스시장은? 세계화가 새 토양을 찾아 장소를 옮긴다. 디지털, 데이터다.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는 글로벌 기업에 원료로 쓰인다. 상거래·정보·문화·여가·생산프로세스 분야 경제는 이들 디지털 거인에 점점 더 의존한다. 그런데도 탈세계화를 논할 수 있을까? 세계가 ‘초연결’된 덕에 거래처와 협상하러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러 굳이 먼 길을 가지 않는다.
다국적기업은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부서끼리 같이 일도 한다. 이렇게 사람과 기업이 이동할 필요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탈세계화 조짐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그 판단은 틀렸다. 왜냐하면 물리적 거리가 지워지면서 일터가 전세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쟁 압박이 심해지고 원거리 서비스 역시 늘어날 것이다.
원래 서비스산업은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수출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만드는 사업이라고. 그런데 플랫폼과 로봇이 지역 서비스 업체와 인력을 대신해 그들이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영화가 다른 나라 극장까지 수출되는 모든 과정을 ‘한 컷’에 잘라버리고, 수술 로봇이 원격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서비스산업의 세계화를 가로막던 소비자와의 거리는 이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전세계가 하나로 통합된 방대한 공간이 열렸다.
세계화 본질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차원의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을 만들어낼 것이다. 더는 물질 영역이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4월호(제411호)
Place à l’hyperglobalisation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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