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공공부문, 문제는 규모가 아닌 역할이다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134호] 2021년 06월 01일 (화) 신영규 youngkyu.shin@gmail.com

신영규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방문연구원

   
▲ 2018년 핀란드 중앙정부는 약 7만4천 명을 고용했다. 이 가운데 행정직 공무원은 4800여 명, 약 6.4% 수준으로 행정직 비율이 높지 않다. 2018년 핀란드 공무원들이 헬싱키 시청사 앞 맨홀을 점검하고 있다. REUTERS


핀란드의 공공부문 고용 규모는 약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우리나라에 견주면 3배 이상이다. 그야말로 ‘큰 정부’다. 많은 사람이 큰 정부는 느리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복지국가의 서비스 효율성과 대응성을 높이려면 복지혼합(Welfare Mix)을 활용해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핀란드에 살기 전에는 이 말이 정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유럽에서 지내보니 크냐 작냐의 규모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헬싱키 공무원 3만8천 명은 어디에
핀란드에는 우리나라의 읍·면·동사무소 같은 기관이나 조직이 없다. 헬싱키 시청사는 서울의 여느 구청 청사보다 규모가 작다. 헬싱키시 소속 직원이 3만8천 명이라는데 이들은 모두 어디에서 일하는 것일까. 직원 대부분은 청사가 아닌 보건소, 복지시설, 어린이집 같은 서비스 제공 시설에서 근무한다. 행정직 비율은 5% 수준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청사와 행정 공무원의 모습을 핀란드에서 보기 힘든 이유다.
핀란드 공공부문 고용의 75%는 지방정부 몫이다. 핀란드 법률은 지방정부에 대부분의 사회서비스 공급 책임을 부여한다. 지방정부 공공부문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비롯해 보건소, 병원, 보육시설, 복지시설, 초·중·고등학교 등 각종 공공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구성된다.
행정 담당 직원이 많지 않고 서비스 제공을 위한 현장 근무자가 많아 지방정부 전체 직원 가운데 25%만 공무원 신분을 갖는다. 나머지는 일반 시민이다. 의사와 교사는 지방정부 소속 직원이지만 공무원은 아니다. 이처럼 구성원의 신분과 업무 분야가 다양해 2년마다 열리는 지방정부 공공부문의 단체교섭은 7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의원내각제형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핀란드 중앙정부는 대통령집무실, 12개 중앙부처, 의회, 100여 개의 중앙행정기관, 사회보험청(KELA), 핀란드은행(Bank of Finland), 대학교 등으로 구성된다. 교사는 지방정부 인력으로 분류되므로 중앙정부 인력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게 집계된다. 2018년 핀란드 중앙정부는 약 7만4천 명을 고용했다. 이 가운데 행정직 공무원은 4800여 명으로 약 6.4% 수준이다. 중앙정부 역시 행정직 비율이 높지 않다.
2019년 기준 입법부와 사법부를 제외한 우리나라 행정부 국가공무원은 68만 명이다. 이 가운데 약 25%가 행정 사무를 맡는다. 교육공무원을 제외하면 비율은 50%를 넘는다. 전체 고용 규모만 보면 우리나라는 작은 정부이지만 행정직 공무원 비중은 큰 정부로 핀란드를 크게 앞선다. 그만큼 서비스 제공에 직접 참여하는 공공부문 인력 비율이 낮다.
그런데도 공무원 신규 채용 공고를 보면 항상 일반 행정직 규모가 가장 크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이 100만 명을 넘는 시대에 일반 행정직을 줄이는 일이 정부로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행정 업무를 요구하는 인력은 점점 줄어드는데 계속 이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인사 행정인지 의문이다.
핀란드 공공부문 고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보건복지 서비스 분야다. 약 47%를 차지한다. 핀란드가 사회보험 방식이 아닌 영국처럼 조세를 바탕으로 한 국가보건서비스(NHS) 방식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네덜란드와 같이 사회보험 방식의 의료서비스 전달 체계를 구축한 나라에선 서비스 제공 주체가 주로 민간이라 보건의료 서비스 종사자 대부분이 공공부문 인력에 포함되지 않아 공공부문 고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는 인구밀도가 낮아 독일이나 우리나라처럼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 형성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사회 합의를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것도 현재의 보건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를 구축한 이유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는 사회 합의와 현실 조건에 따라 국가 보건 서비스 체계를 운영하고, 이런 선택은 결과적으로 공공부문 고용 규모 확대로 이어졌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큰 정부를 갖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많은 북유럽 국가가 혁신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여러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지방정부는 법률에 따라 민간 조직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체 복지서비스 가운데 70% 정도는 지방정부가 직영하는 조직과 기관에서 제공하고, 30%는 비영리조직이나 민간기업이 담당한다. 중앙정부 기관인 국립보건복지감독원에서 복지서비스 제공 허가를 받은 민간 조직은 전국 300개 지방정부와 각각 계약한 뒤 자신의 시설과 인력을 이용해 복지서비스 제공에 참여할 수 있다. 지방정부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방정부의 감사나 평가를 받지 않고, 정기적으로 국립보건복지감독원의 모니터링을 받아 허가를 연장받는다. 계약 당사자와 규제 기관이 분리돼 지방정부 공무원이 민간 조직에 부당하게 명령이나 요구를 강요할 여지가 줄어든다.

공무원 조직 체계 재구성해야

우리나라에서 민간 위탁은 복지시설 운영을 위해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민간 조직의 서비스 제공이 더 효율적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민간 조직의 장점이 발현될지 의구심이 든다.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의 신분은 민간인이지만 그들의 채용과 인사에 공무원복무 규정이나 그와 유사한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고, 담당 공무원은 평가와 복무 점검을 이유로 지속해서 조직 운영에 간섭한다. 그리고 시설 노동자는 위탁계약 동안 계약직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고용 불안에 시달리기 쉬운데 이는 업무 몰입도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는 일이 많다. 서비스 제공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관련 공공 조직과 전달 체계에 전반적인 손질과 재구성이 필요하다.

* 혁신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특히 핀란드의 사회정책이 어떻게 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는지 탐색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6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