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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가축공장을 묻어라
[Focus]
[10호] 2011년 02월 01일 (화) 이은경 economyinsight@hani.co.kr

이은경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새해 벽두를 장식하는 뉴스는 한파, 물가 폭등, 그리고 구제역으로 인한 소·돼지의 살처분 광경이다. 이런 이슈들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상대적으로 북반구에 한파가 몰아치고, 북반구의 여름과 남반구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환경파괴로 지속되는 기후변화는 세계 농업 생산량에 영향을 미쳐 상당 수준의 곡물가 상승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후변화와 4대강 공사 등으로 농산물 생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것이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우병 파동과 2009년의 신종플루, 그리고 2010년 말부터 이어지는 구제역 파동은 축산업의 공장화와 세계적 유통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2006년 2월 경기도 화성의 닭농장에서 가축방역사들이 조류인플루엔자를 검역하고 있다.

 
인류와 함께한 대규모 전염병
인류가 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지구의 나이와 비교해보면 매우 짧은 순간이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한 순간은 36억만 년 전으로 추산되는 데 비해, 인류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10만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전염병은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함께해왔으나 인류 문명에 큰 흔적을 남긴 대규모 전염병, 즉 팬데믹(Pandemic)은 그 뿌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역설적이지만 인류가 대규모로 확산되기 전까지 팬데믹은 불가능했다. 즉, 대규모 인구집단이 존재해야 유행할 수 있는 것이 팬데믹이다. 역사 기록 초기 아테네 역병으로 그리스 문명이 사그라지고, 페스트로 로마 문명이 문을 닫았으며, 페스트의 2차 대유행은 중세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근대사회로 가는 길을 열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구가 2억∼5억 명 수준으로 조절된 배경에는 ‘인구 증가-기후변화-농업 생산량 감소-기아- 이주-전쟁-전염병 대유행-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일련의 패턴이 존재한다. 전염병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도시인구가 증가하고 공중위생이 열악해지는 상황에, 새로운 인구집단과의 접촉으로 새로운 병원체가 유입되어 발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양상태가 취약한 인구집단이 대규모로 희생되고, 혼란해진 사회상을 틈타 대규모 이주와 전쟁이 일어나면 전세계적인 팬데믹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은 팬데믹의 발생을 축약해 설명한 것이고 병원체의 변이,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인구집단의 면역력, 그 사회의 주체적 사회운영 능력 등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었다. 20세기 초반 최소 2천만 명, 최대 6천만 명을 희생시킨 스페인 독감 역시 제1차 세계대전의 상황에서 대규모 전선을 따라 바이러스가 전파됐고, 그 과정에서 독성이 강해진 인플루엔자는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홍역이나 천연두 등이 유라시아 지역에서 수천 년 동안 반복적으로 유행해 풍토병 수준에서 면역력을 획득했다. 그러나 신대륙의 원주민에게는 최초 감염인 탓에 치명적인 독성을 발휘했고, 그 결과 신대륙 인구의 90%가 사망한 무서운 역사를 보면 인류 역사와 전염병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런 패턴을 종결하고 인구 폭등의 시기를 맞이한 배경에는 전염병을 조절할 수 있는 인류 문명의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전염병의 원인 병원체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아니라 공중위생을 통해 깨끗한 물과 공기를 공급하고, 생산력 증대와 부의 분배를 통해 영양상태가 개선된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 역사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길지 않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희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은 100년이 채 되지 않았고, 1980년대에 처음 발생한 에이즈는 막대한 희생자를 내고 있는 새로운 전염병이다. 인류가 전염병의 종식을 선언한 이래 오히려 전염성 질환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으며, 광우병·조류인플루엔자·신종플루·구제역 등의 발발은 새로운 전염병으로 인한 대규모 팬데믹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파괴된 자연의 역습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광우병·조류인플루엔자·신종플루, 그리고 올해의 구제역은 모두 가축에서 유래한 질병이다. 물론 구제역은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지 않지만, 사회·경제적 충격은 인간감염 전염병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은 세균성 질환과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세균보다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어 변이가 쉽기 때문에 치료제나 예방백신의 효과가 약하다. 게다가 환경 변화에 따른 변이 속도가 빠르고 종간 장벽도 쉽게 넘나든다. 구제역 역시 종류가 7종인데다 변이 속도가 빨라 백신과 치료제 생산이 어려울뿐더러, 전파 속도 역시 빠르기 때문에 무서운 가축 질환인 것이다.
전염병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류는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개체군과 만나며 새로운 전염병을 얻어왔다. 습지를 개간하는 과정에서 말라리아를 얻었으며, 가축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결핵·홍역·천연두·에이즈 같은 동물 유래 질병과 인플루엔자·광우병·탄저병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얻었다. 현재의 문제는 오랜 세월을 통해 안정적 균형을 이뤄왔던 생태적인 면역적 균형이 급속히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전염병의 도래는 새로운 습지 개발과 가축 생산 변화 같은 생태계의 변화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온 바이러스의 적응도를 뒤흔들어 다양한 종을 넘나드는 바이러스 변이를 촉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새로운 전염병>의 저자 마크 제롬 월터스는 “인류의 지구 환경 및 자연의 순환 과정 파괴가 신종 전염병의 등장과 전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전통적 의미의 전염병(Epi-demic)이 아닌 ‘환경전염병’(Eco-demic)인 것이다. 병원체 변이는 전세계적 규모로 벌어지는 농축산물 생산 방식의 변화가 야기한 새로운 자연환경에 병원체가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생태계 파괴와 다국적기업에 의한 축산업 혁명, 제3세계의 도시화 등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을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한 다른 종 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 교환 기회를 증가시킨다. 더구나 빈곤 증대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약품 독점,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공공보건의료 체계는 변이된 바이러스의 인간 감염을 촉진하고 사망률을 높인다. 심각한 오염과 낮은 의료 혜택에 시달리는 제3세계는 바이러스의 전파와 2차 감염의 토대가 되고, 이런 저소득국에서 발생된 변이 바이러스는 국제무역과 여행 등을 통해 전세계로 확산된다.  
현재 거대 목축 기업의 축사는 들판이 아니라 기업형 공장이다.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 축사에는 배설물이 쌓여 있고, 사육동물들은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협소한 공간에 갇혀 있다. 쌓인 동물 배설물은 살모네라균을 비롯한 병원균의 서식처이고 악취와 오염물질, 폐수의 원천이다. 이런 오염에 노출된 동물에게 질병에서 보호하고 몸집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광범위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투여된다. 단시간에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고도로 집약된 사료를 먹이는데, 사료는 경제적 효율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생산돼 수만km를 이동해 몇 달, 심하게는 몇 년씩 창고에 쌓여 있다. 이 과정에서 변질을 막기 위해 많은 항진균제 등을 섞는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동물들은 면역체계가 취약해 질병 발생 위험이 높고, 집단으로 사육되기 때문에 일단 질병이 발생하면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돼지가 문제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돼지의 호흡기에서 바이러스가 재조합되기 쉽기 때문이다. 돼지 호흡기에는 인간독감 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모두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뒤섞이는 ‘혼합 용기’(Mixing Vessels)로 불렸다. 1957년과 1968년에 발생한 전염병 대유행 바이러스들은 돼지를 매개로 섞인 것으로 추정되고, 이번 신종플루 역시 돼지를 매개로 여러 바이러스가 섞인 형태라고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파괴적 소비 부추기는 ‘통큰치킨’
전세계 육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단백질 공급원이 육류로 바뀌고 있고, 그 추세는 선진국 중심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면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3억 명이 축산업 분야에 종사하며, 지구 농업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소 사육 두수는 13억 마리로 추산되며, 소 사육 면적은 전세계 토지의 24%가량을 차지한다. 소를 비롯한 가축들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가량을 소비하며,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전체 곡식의 3분의 1을 가축이 먹어치우고 있다. 이런 공장식 축산업의 공정은 전염병 발생의 원인이 된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상위 몇 개의 공장형 농장이 세계 대부분의 육류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대규모 사육 환경에서 동물들은 병에 더 취약해지고, 병은 빠르게 전파돼 더 치명적인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2009년 퓨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산업식 동물 생산은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즉, 많은 수가 집중된 동물 무리에서 바이러스가 끝없이 순환하면서 돌연변이와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확률이 커진다. 그 결과 인간 대 인간 전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한다.
   
1월11일 구제역 최초 발생 지역인 경북 안동 한 축산 농가의 소들.
 
얼마 전 ‘통큰치킨’의 판매로 모 대형 할인매장 업체가 논란이 됐다. 서민들도 싼 통닭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통닭을 파는 동네 치킨점들은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는 어떤 사회경제학이 숨어 있을까?
그동안 쌀을 포함한 기본 먹을거리의 가격은 다른 물가에 비해 거의 오르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신자유주의는 저가의 농축산물을 기반으로 한 저임금 구조를 한 축으로 하고, 여기서 이탈된 지역민들이 저임금 노동자군을 형성하는 것을 또 다른 축으로 하여 발전했다. 그 배경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곡물·축산·원자재·가공·유통을 장악한 거대 다국적 식품회사들이 있다. 이들이 값싸게 공급한 저질의 풍족한 먹을거리는 신자유주의 풍요의 결과물로 여겨졌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먹을거리의 대량생산 체계와 거대 식품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파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야기되는 새로운 전염병은 부차적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낮은 식품 가격마저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비단 닭만이 아니라 몇 년 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자재와 곡물 가격 인상 폭은 매우 가파르며, 세계경제 성장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값싼 치킨’은 저임금 노동의 산물
‘값싼 치킨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에는 싼 가격으로 닭을 공급하는 생산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저가의 병아리 공급, 대규모 사육 환경, 값싼 사료, 빠른 성장을 위한 항생제 및 화학물질 투여, 농장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병아리와 사료, 약과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집단이다. 현재는 이 모두를 카길, 몬샌토 등 다국적 식품기업이 장악하고 있고, 제약회사도 큰돈을 벌고 있다. 생산하는 항생제의 40%가 가축에게 사용되고 있다. 값싼 치킨을 먹기 위해서는 이런 원자재들이 값싸게 이동할 수 있는 운송체계도 필요하다. 옆집에서 기르는 닭을 좀더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하기보다 수만km를 날아오더라도 생산비가 더 싼 닭을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먹을거리 안전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부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저임금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노동자들은 임금이 너무 낮아서 제값 주고 질 좋은 닭을 먹을 수 없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산경제 활동인 농축산업이 신자유주의 생산방식의 도입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면 모순적으로 보인다. 인류가 초기 생산품을 거래한 이래 시장은 아주 합리적인 문제해결 도구였다. 여전히 많은 거래가 시장에서 이뤄지고, 서로에게 합리적인 지점을 찾아가게 되는 것도 시장의 긍정적 요소다. 문제는 지나친 시장화다. 또한 시장의 질서가 너무 비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게 되고, 경제적 효율성에 근거해서 결정하다 보니 그 외의 외부적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구제역 발생으로 살처분되는 가축과 보상비, 환경적·심리적 문제는 가축생산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시장화는 이런 환경과 건강의 외부 효과를 해결하는 도구를 개발하지 않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도입되면서 가장 비자본적 생산구조를 가진 농축산업에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통해 전세계가 몇 개의 거대 곡물농장과 거대 가축공장으로 재편돼왔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물이 신자유주의를 강화하고 신자유주의 번영의 물적 토대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생태계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미세 생물들은 변이를 하고, 항생제나 치료제가 듣지 않는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미생물의 변이와 질병 변화 추이를 의학과 공중보건이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치료제와 예방백신 보유 순위는 그대로 국가의 경쟁력 순위로 바꿀 수 있다. 이전의 대유행 때도 피해는 제3세계와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영양상태와 공공보건 체계가 우월한 선진국이 의약품까지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저개발국가의 대유행은 말 그대로 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금융위기의 근원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투기 자본임에도, 그 피해는 주변국으로 확산되고 가장 큰 피해는 곡물가 상승, 국제 지원 부족 등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제3세계가 되는 현 상황과 너무 닮아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전염병 위기는 근본부터 다르다. 금융위기의 확산은 여러 중재를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치명적 전염병의 위기는 국경·자본·빈부를 넘나든다. 낮은 단계의 전염병 확산은 국가 단위로 차단할 수 있지만, 전세계적 범유행은 통제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경제위기로 신자유주의의 무분별한 탈규제 금융·경제 시스템의 결함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갔다. 몇 번의 몸부림은 있겠으나 신자유주의는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예견이 많다. 그 신자유주의의 배경에 역시 탈규제화되고 사유화된 농축산업과 교역이 존재한다. 이런 식품 생산방식이 과연 종언을 고할 것인가? 인간이 새로운 식품 생산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eundust@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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