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저탄소 시나리오 위한 소통 절실
[COVER STORY] 녹색경제- ③ 이행 전략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김해창 seablue5@hanmail.net

김해창 경성대 교수·환경공학

   
▲ 2019년 4월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에너지전환포럼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그린피스 관계자가 기업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녹색경제의 비전과 전략은 유럽연합(EU)의 그린딜(Green Deal) 정책에 잘 나타나 있다. 유럽연합은 2020년 1월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그린딜 정책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매년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약 1.8조유로(약 2400조원)를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 인프라 구축, 녹색산업 전환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린딜의 핵심은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 달성을 비롯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50~55%로 강화,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탄소관세 도입 등이다. 특히 2050년까지 수송 부문 온실가스 90% 감축과 화석에너지산업 보조금 폐지를 결정했는데, 이는 배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이 그린딜 투자 계획에서 석탄과 원자력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타성에 젖은 ‘한국판 뉴딜’
우리나라는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를 축으로 해당 분야에 2022년까지 67조7천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88만7천 개를,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1천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아쉽게도 한국판 뉴딜에는 기후위기나 에너지전환, 불평등 해소 등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에 대한 방향성과 의지는 보이지 않고 외형적 성장만을 지향해온 신자유주의경제 기조와 관료적 타성이 읽힌다. 이러다보니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틈타 재계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작동하는 이른바 ‘재난 자본주의’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기후위기 시대에 미래 식량안보 기지로서의 농촌을 살리고, 농촌을 지역에너지 생산기지로 만드는 ‘농촌 그린 뉴딜’이 빠져 있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발생할 실업 등 사회적 재난의 대비책이나 노동소득 감세, 금융·부동산·양도소득 같은 불로소득에 대한 조세권 강화 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판 뉴딜 정책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통 뉴딜’에 비해서도 너무 미온적이다. 1930년대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금융제도 정비와 통화 규제를 강화하고 농산물 가격 하락 방지, 기업 간 과열경쟁을 막기 위한 긴급은행법, 관리통화법, 농업조정법, 산업부흥법을 제정했다. 또한 사회보장법을 제정해 노인연금과 실업자수당을 제도화하고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최저임금제와 주 40시간 근로제 등을 도입했다. 이런 정신이 한국판 뉴딜 정책에는 빠져 있다. 루스벨트는 재임 중 미국의 최고소득세율을 25%에서 79%까지 높였다.
녹색경제를 실현하려면 ‘녹색 마인드’ 확산이 중요하다. 경제의 녹색화를 위해서는 인식과 생활양식 그리고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녹색 마인드의 대표 사례로 지구를 살아 있는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가이아(Gaia) 이론’이나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의 “천지와 부모는 한 몸”이라는 ‘천지부모’(天地父母) 사상,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어머니 대지’(Mother Earth) 사고를 들 수 있다. 환경경제학자 E. F. 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1973)에서 보인 ‘인간성 회복을 위한 경제학’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녹색 마인드는 생활 속에 △전기·물·종이 등 자원 아끼기 △대기·수질·토양·쓰레기 등 오염 줄이기 △환경일기와 가계부 쓰기·환경단체 회원 되기·에코쇼핑·환경여가 등 친환경 습관 갖기 등으로 실천돼야 한다. 이와 함께 인센티브(Incentive)와 페널티(Penalty)의 ‘신상필벌’ 제도를 마련해 시민 인식을 바꾸고 생활양식 변화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 2020년 7월6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필원에서 열린 ‘제16차 녹색소비자연대 목적과사업연구회 토론회’에서 전인수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녹색경제의 수단: 에너지법
경기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녹색전환을 위한 10대 환경전략’(2021년 3월)은 탈탄소경제와 정의로운 전환을 핵심으로 △2050 탄소중립 이행 기반과 거버넌스 구축 △에너지전환을 위한 가격체계와 전력시장 구조 개편 △친환경 산업구조 개편과 정의로운 전환 △자원순환사회 조성과 순환경제로의 전환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과 녹색 교통체계 구축 △하천의 자연성 회복과 기후위기 대응 △생태 복원과 생태계 서비스 확대 등을 들고 있다.
녹색경제를 실현하려면 적시적소(適時適所)에 정책을 펴야 한다. 촉진적 정책수단과 규제적 정책수단을 적절히 동원하는 것이 열쇠다. 촉진적 정책수단으로는 △탄소포인트제 실질적 확대 △기본소득 도입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탄소금융 활성화 등을 들 수 있다. 환경부가 10여 년 전 탄소포인트, 그린카드제도를 도입했으나 인센티브가 적어 개선이 절실하다. 민간 싱크탱크 ‘랩 2050’은 2019년 10월 ‘세제개편을 잘하면 2028년까지 생계급여 수준인 월 65만원 기본소득도 가능하다’며 토지보유세 강화, 부유세·탄소세 도입, 부가가치세 인상, 주식양도차익 과세 정상화 등을 재원으로 들었다. 이를 위한 전 단계로 도시 청년의 농촌이주지원금이나 농민 기본소득의 실시도 고려할 만하다. 2015년 개설된 우리나라 탄소배출거래권 시장은 3년 새 10배나 성장했다고 한다. 탄소금융에 대한 세제 혜택 등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규제적 정책수단으로는 △배출부과금 강화 △탄소세 도입 △재생가능에너지법 도입 등을 꼽을 수 있다. 쓰레기와 수질·대기 오염물질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배출부과금은 더 강화해야 한다. 스웨덴은 1991년 환경 세제를 개혁하면서 탄소세 도입과 동시에 법인세의 대폭적 감면을 시행해 성공했다. 독일은 2000년 재생가능에너지법(EEG) 제정에 힘입어 2025년까지 전력공급의 40~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50년까지 전력공급의 80%와 총에너지공급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이런 재생가능에너지법을 조속히 제정·실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말 ‘2050 탄소중립’을 천명한 뒤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 대비 온실가스 24.4% 감축을 뼈대로 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했으나, 목표가 너무 낮아 상향 조정을 요구받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무엇보다 고탄소 산업구조를 저탄소로 개혁하는 일이 급선무다. 2019년 우리나라의 제조업/에너지 다소비업종 비중은 24.8/8.4%로 유럽연합의 16.4/5.0%보다 훨씬 높고, 석탄발전 비중도 40.4%로 미국 24%보다 훨씬 높다.

녹색경제 이행 전략: 국가시나리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저성장을 기반으로 국가시나리오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2050년이라는 목표 시점에서 2040년, 2030년을 계획하는 ‘백캐스팅’(Backcasting)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 시절인 2008년 국가 기후변화 프로젝트 ‘탈온난화 2050 연구’ 결과로 <일본 저탄소의 시나리오-이산화탄소 70% 감축의 지름길>이란 책이 나왔다. 이 시나리오는 ‘적절한 경제성장률’, 즉 활력사회(시나리오A)에서는 연간 성장률 2%, 여유사회(시나리오B)에서는 연간 1%를 잡았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울 때 감축 주체와 부문을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논의가 절실하다.
녹색경제를 실현하려면 체계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한데, 미즈타니 요이치 등이 펴낸 <지구발! 스톱 온난화 핸드북: 전략적 정책 형성의 추천>(2008)을 참고할 만하다. 전략적 정책 형성의 첫걸음은 온실가스 배출 특성을 포함해 지역에서 지구온난화 대책을 구축할 때 활용·동원 가능한 지역 자원, 제도 기반과 대책, 담당 주체 역량 등의 실태를 파악·분석하는 일이다.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 자금 융자 내지 일부 보조, 세금 감면과 같이 재생에너지 도입·생산을 장려하는 공급 측면의 ‘푸시 정책’(Push Policy)과 그린전력 구매 제도와 같이 수요 확대를 촉진하는 ‘풀 정책’(Pull Policy)을 적절하게 병행할 필요가 있다.
가정 분야에서도 에너지·자원 절약 등 생활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과 고효율의 에너지 기기를 보급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톱러너’(Top-runner) 방식을 도입해 선두 개발 제품의 판로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책수단 동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이다. 공무원 부문이라는 별도의 목표를 세워 점검해야 한다. 녹색경제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홍보 전략도 중요하다. ‘도심 경유차량 진입 금지’ 같은 정책마케팅 차원의 강력한 ‘정책 초점화’를 해야 하고, 캠페인이나 이벤트 등으로 지속해서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 국내외 네트워크, 민관 거버넌스, 소통과 피드백 등이야말로 정책 성공의 열쇠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