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비즈니스
     
온라인 판매 금지를 기회로 시장 장악
[BUSINESS] 주목받는 중국 전자담배 릴렉스- ① 성장 배경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양쉐 economyinsight@hani.co.kr

양쉐 楊雪 취윈쉬 屈運栩 <차이신주간> 기자

   
▲ 2021년 1월 중국 베이징 쇼핑몰에 전자담배 릴렉스가 전시돼 있다. 이달 미국 증시에 상장된 릴렉스 생산업체 RLX테크놀로지의 주가는 50조원까지 치솟았다. REUTERS

2018년 설립한 중국 전자담배 브랜드 ‘릴렉스’(悅刻)의 제조업체(RLX테크놀로지)가 (2021년 1월) 미국에서 상장된 지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이 2천억~3천억위안(약 34조~51조원)까지 치솟았고 주가수익비율이 한때 5천 배를 웃돌았다. 외국의 유명 궐련담배 대기업이나 전자제품 기업인 애플의 주가수익비율은 20배 수준이다. 릴렉스의 비교 대상은 누구일까? 도대체 어떤 사업이고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담배와 궐련담배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전자담배는 동영상 파일 엠피포(MP4) 재생 기기와 같은 전자제품에 가깝다.” 중국연초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비유했다. 중국의 대표 담배전매기관인 중국연초그룹은 전자담배를 지켜보면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2016년부터 중국 전자담배 시장은 해마다 평균 30% 이상 성장했다. 궐련담배의 대체품이라는 시장의 논리와 3억 명 넘는 중국의 흡연인구를 생각하면 확실히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전자담배는 ‘유해물질을 줄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증기로 만들거나 직접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방법으로 니코틴을 흡입하는 것이 궐련담배보다 타르 등 유해물질을 덜 빨아들인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새 흡입 방식의 유해성은 철저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RLX테크놀로지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 회사 지출 가운데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쳤다. REUTERS

새로운 시장 창출
중국은 최대 니코틴 소비국이다. 2020년 궐련담배가 국가에 벌어준 이윤과 세금이 1조2천억위안(약 205조원)에 이르렀다. 반면 2020년 1~3분기 릴렉스의 매출은 22억위안(약 3756억원), 순이익은 1억900만위안(약 187억원)에 그쳤다. 분석가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전자담배가 중국 전통 담배산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2019년 10월, 정부가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자 전자담배의 유통경로가 바뀌었다. 온라인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금지령 시행 뒤 전자담배 산업 구도가 재편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강한 판매력을 보인 릴렉스가 시장점유율 60%를 넘는 절대 강자가 됐다. 브랜드를 보유한 전자담배업체 제품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오프라인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릴렉스의 능력을 증명했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뒤 시장을 초조하게 했던 감독 기준은 나오지 않았다. 전자담배를 담배로 분류해야 할까? 어떤 제품을 기준으로 감독해야 할까? 관련 제도는 아직 공백 상태다. 제품 성질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전자담배에 현행 ‘연초전매법’의 감독과 세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현행 법률 가운데 유일하게 2020년 7월부터 시행한 ‘미성년자보호법’ 수정안이 전자담배를 담배로 분류해 미성년자에게 파는 것을 제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자담배는 온라인게임처럼 미성년자를 유혹하고 있다. 관련 법률이 있지만 법 집행에 어려움이 따른다.
외국 대형 투자기관 소비산업 책임자는 릴렉스와 접촉했지만 결국 투자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는 정책 리스크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 리스크는 지속될 것이다. 전자담배가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내겠지만 그것이 리스크이기도 하다.”
 

   
▲ 중국 광둥성 선전의 릴렉스 사무실에 다양한 향의 전자담배 제품이 쌓여 있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기 전에 대대적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릴렉스가 급성장한 비결이다. REUTERS

오프라인 점령
전자담배 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선전시 샤징 ‘전자담배 거리’에 가면 20분 만에 최신형 전자담배 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2018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호황을 누렸다가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온라인 판매를 결합한 사업 방식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업계는 빠르게 재편됐다. 자금력이 있어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장한 기업만 감독 당국의 ‘몽둥이’를 피할 수 있었다.
2019년 10월30일 국가연초전매국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함께 ‘전자담배 유해성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통보’를 발표하고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를 팔지 못하게 했다. 또 전자담배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전자담배의 온라인 유통을 중단하고 인터넷에 올린 전자담배 광고를 내리도록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이 조처를 ‘온라인 판매 금지령’이라고 불렀다.
소형 전자담배 제조사에서 일하는 우하오는 “온라인 판매 금지령이 나온 뒤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온라인 판매 금지령이 나오기 전에 대대적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한 것을 릴렉스가 급성장한 비결로 본다. 그때 경쟁사들은 온라인 판매의 달콤한 환각에 빠져 있었다.
인터넷과 소매업에서 잔뼈가 굵은 ‘고참’들이 모여 릴렉스를 창업했다. 왕잉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자동차 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우버의 중국 지역 책임자였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장룽은 P&G와 로레알에서 고객마케팅을 했고 디디추싱의 지역 총경리를 했다. 공급망과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원이룽은 메르세데스벤츠 엔지니어 출신으로, 역시 디디추싱의 지역 총경리를 했다.
온·오프라인 ‘유전자’를 두루 갖춘 이들은 창업 초기부터 사모펀드 투자를 받아냈다. 2018년 6월 소스코드캐피털(源碼資本)과 IDG캐피털, 세콰이어캐피털(紅杉中國)에서 초기투자 3800만위안을 받은 데 이어 상장하기 전까지 모두 여덟 차례 4억5천만달러(약 5천45억원)를 조달했다. 투자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은 투자자들이 릴렉스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다. 2019년에만 릴렉스는 2억달러 넘는 자금을 끌어모아 ‘총알’을 장전했다. “릴렉스가 시장점유율 40%를 돌파했다고 밝히자 전쟁이 끝났다.”
릴렉스는 처음부터 오프라인 유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2018년에는 매출 1억3300만위안 가운데 온라인 유통이 60%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대리점+전용판매점’ 형태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장했다. 한 해 동안 중국 전역에 전용판매점을 1500개로 늘렸다. 오프라인 유통으로 11억3900만위안의 매출을 올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74%로 늘어났다. 2020년 1~3분기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늘어난 22억100만위안을 기록했다. 대리점 110개, 전용판매점 5천 개, 소매점은 10만 개가 넘었다.
온라인 판매 금지령 발포 뒤 쓰촨성과 윈난성 등 담배 생산·판매 규모가 큰 지역의 지방정부는 전자담배 판매를 강력하게 감독했다. 일부에선 궐련담배 기준을 적용해 전자담배의 실내 사용을 금지했다. 업계는 곧 조정기에 들어갔다. 기업정보제공업체 치신바오(啟信寶)의 자료를 보면, 금지령 발포 직후 618개 전자담배 관련 기업이 문을 닫았고, 2020년에도 803개 기업이 폐업했다.
릴렉스가 정부의 서슬 퍼런 감독을 이겨내고 오프라인 유통을 지켜낼 수 있었던 데는 개인용 컴퓨터(PC)와 통신, 소비전자 제품을 파는 ‘3C 판매점’의 역할이 컸다. 우하오는 이렇게 말한다. “담배 판매 허가를 받은 가게의 소매유통은 진입장벽이 높았다. 전자제품 판매점이 훌륭한 선택이었다. 전자제품 판매점에도 휴대전화 판매가 시들해진 시기에 등장한 전자담배가 적절한 대체품이었다. 전자담배처럼 이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기 힘들다.”
릴렉스의 기업공개에 참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릴렉스는 대리점 관리에 엄격하다. 입금된 뒤에야 제품을 출고한다. 대리점의 입고가격과 도매가격, 소매가격을 결정해 통보한다. 다른 지역으로 물건을 빼돌리거나 가격을 낮춘 사례, 온라인에서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면 대리점 자격을 박탈한다. 온라인 판매 금지령은 릴렉스의 이익률에도 영향을 끼쳤다. 오프라인 판매비용이 늘어 매출총이익률이 2018년 45%에서 2020년 38%로 줄었다.

담배? 첨단기술?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파는데다 ‘전자’라는 표현을 달아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니라 과학기술 제품이라는 암시를 준다. 릴렉스는 선전시의 첨단기술기업인증도 통과해 2020년 12월부터 법인세 15% 감면 혜택을 받는다.
전자담배 제품은 담뱃대에 해당하는 본체와 니코틴이 들어 있는 용기(카트리지)로 구성된다. 기류 감지 기술을 이용해 전기로 ‘액상 니코틴’(정제된 니코틴 액체와 각종 첨가제를 합성한 액체)에 열을 가하면 사용자가 일반 연초의 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뿜지 않아도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다는 원리를 활용한다.
릴렉스의 모회사 RLX테크놀로지(霧芯科技)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 RLX테크놀로지는 중국과 해외에서 특허 76건을 확보했다. 주로 니코틴 액체를 기화해 흡입하도록 하는 무화기와 액상 니코틴에 관한 특허다. 무화기 분야에선 누수 방지 설계와 기류 구조에 관한 기술, 액상 니코틴에선 성분 조합, 성분의 안정성 확보, 니코틴 흡입량 저감에 관한 특허가 포함됐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2021년 2월23일 현재 RLX테크놀로지는 특허 185건을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 등을 제외한 98건이 발명특허다. 액상 니코틴 관련 특허 20여 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자무화기 분야에 집중됐다.
액상 니코틴 관련 특허는 대부분 향의 배합률에 관한 내용이다. 복분자 등 과일향을 첨가하거나 카트리지에 ‘건강성분’을 배합하는 유형이 있다. 항산화·항암·항우울 성분인 ‘제니스테인’을 첨가하거나 호흡기관 항균, 소염, 진해거담(기침 진정과 담 제거)에 도움되는 ‘퀘르세틴’을 첨가하는 식이다. 니코틴과 관련된 유일한 발명특허는 고순도 니코틴을 얻어내는 제조법이다.

연구개발 비중 작아
릴렉스 제품은 5개 시리즈로 나뉘고 향은 100여 종에 이른다. 경쟁사 제품은 적으면 10여 종, 많아야 60종을 넘지 않는다. 해마다 새로운 기기와 다양한 향을 출시했지만 투자설명서에서 밝힌 연구개발비 비중은 한 자릿수였다. 2020년 1~3분기 RLX테크놀로지의 비용 지출 비중에서 판매비가 가장 높았고 연구개발비는 4%에 불과했다.
“릴렉스 같은 전자담배 제조사는 오프라인 유통망이 없으면 자산이 없는 것과 같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 자체가 혁신적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릴렉스의 OEM 방식은 오히려 카트리지 제조사의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RLX테크놀로지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홍콩 상장사인 스무어인터내셔널(斯摩爾國際)이 최대 공급업체다. 2019년 릴렉스가 지출한 매입비용의 72%를 스무어인터내셔널에 지급했다. 릴렉스 기업공개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스무어인터내셔널에는 릴렉스 제품만 생산하는 전용 공장이 있지만, 그래도 릴렉스는 항상 공급 부족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릴렉스가 연구개발보다 더 중요하게 챙기는 지표가 순추천지수(NPS)다. 고객이 타인에게 어떤 기업이나 서비스를 추천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그는 “한때 릴렉스의 NPS가 애플 스마트폰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둥우(東吳)증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자담배 카트리지와 본체의 비율로 고객 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018년 릴렉스의 카트리지가 본체의 11.8배였고, 2020년 1~3분기에는 22.27배로 늘었다. 2020년 1~3분기 카트리지 출하량은 1억2500만 개로 전년 동기 대비 162% 늘었고, 본체는 560만 대로 81% 늘었다.

기존 시장 영향 적어
아직 전자담배가 중국 담배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는 증거는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연초그룹이 납부한 세금과 이윤 총액의 연간 증가율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연초그룹 쓰촨지사와 윈난지사는 주요 담배 공급사다. 시장에선 2019년부터 이 ‘국가대표’가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공개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중국연초그룹이 개발하는 전자담배 기술은 릴렉스와 다르다. 중국연초그룹 후난지사 관계자는 “비연소 가열 방식의 새로운 전자담배 개발에서 큰 진전을 거뒀다”며 “카트리지가 궐련이고 가열기가 하나 더 있다”고 말했다. 중국연초그룹의 유일한 전자담배 제품 ‘콴자이’(寬窄)는 쓰촨지사에서 개발했고. 윈난지사와 후베이지사도 전자담배를 개발하고 있다.


ⓒ 財新週刊 2021년 제8호
悅刻能火多久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