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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우선과 국제공조의 정교한 결합
[FINANCE]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 목표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1년 2월25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가 상원금융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의 인준안은 3월 중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REUTERS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구체화하고 있다. 2021년 3월 중순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 수장의 인준 절차가 끝났다. 지명된 캐서린 타이가 만장일치로 상원 인준을 받았다. 그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무역대표부의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도 4월 초 발표됐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통상 정책 기조가 완성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녹아 있다. 308쪽에 이르는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경제위기 극복 △환경 지속성 △노동자 지원 강화 △중국 전략 △미국 농축산업 지원 등이다.
이 보고서가 눈길을 끄는 것은, 바이든이 통상정책으로 무엇을 관철하려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 지속성, 불평등 완화, 노동자 권리와 인권 강화 등은 바이든의 주요 관심사다. 이런 내용을 통상정책에 담았다는 얘기는, 그것을 수단으로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그런 가치를 확산하겠다는 뜻이다. 얼핏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이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가치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제무역에 봄이 왔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관세 철회는 어떻게?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국행동포럼’에 따르면 중국 제품에 물린 관세로 미국 소비자가 매년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530억달러(약 59조5천억원)에 이른다. 일자리 손실도 만만치 않다. ‘미-중 비즈니스위원회’는 일자리 24만여 개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관세 철회에 대한 압박과 필요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서 어떤 반대급부를 얻어내지 않은 채 관세를 철회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점이다. 바이든의 중국 전략은 트럼프보다 외려 강경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그렇다. 바이든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을 ‘교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불공정한 무역 관행은 물론 인권 분야까지 아우르는 철학이다. 이 점은 타이가 인준청문회에서 한 발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이 약속을 지키도록 하려면 전략적이며 일관된 계획을 가져야 한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관세 부과 대신 다른 방식을 택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통상정책이 다자주의, 예측 가능성에 입각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통상법 제301조에 근거해 부과한 중국산 제품 관세를 이른 시일 안에 줄이거나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301조의 핵심은 “미 무역대표부가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하면 해당국은 3년 안에 불공정 관행을 중단하거나 해당 관행에 상응하는 보상을 미국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공정 관행에는 지식재산권 탈취, 기술이전 같은 이슈가 포함된다. 중국이 물러설 가능성이 낮은 의제다.
2019년 12월에 이뤄진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적시된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 이행도 관세 철회의 장애물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약속 이행률은 60%를 밑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중단과 보상이라는 명분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세 철회가 아닌 예외 확대는 기대해볼 수 있다. 3월 초 미 무역대표부는 관세 예외 조처를 12월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일부 특정 품목에 승인됐던 조처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관련됐다. 예외 품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역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제품들이다.
장기적으로 관세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제품 거의 모두에 관세를 매기고 있다. 소비자는 물론 수업업자와 무역 관련 단체들은 철회나 축소를 주장한다. 타이 또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인준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나는 알고 있다. 제301조에 의거한 관세는 많은 사람에게 직접 관련돼 있고 그들의 삶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부합하는 조처를 내놓는다면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철회나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산 이외의 대체품이 있는, 1·2차 관세 부과 품목에 대한 관세는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수입하지 않을 때 미국이 입는 손해보다 중국이 수출하지 못해 받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품목들이어서다. 정리하면, 관세는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역시 관세가 중국을 움직이는 지렛대로서 효용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2021년 3월18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중 고위급 회담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렸다. 양쪽은 무역·통상을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공동 발표문을 내지 못한 채 1박2일의 회담을 마쳤다. REUTERS

맹과의 협력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바이든은 상당히 빠르고 강력하게 이행을 요구할 것이고 보복 수단을 찾을 것이다. 그 계획은 사전에 정교하게 설계된 신중한 정책이 될 전망이다. 특정 규범 준수를 압박하거나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방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노동자 권익과 인권을 유독 강조한다. 강제노동, 환경오염, 인권유린 등이 행해질 때는 통상 제한 등을 통해 미국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타이도 강제노동 관행에 대해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신장웨이우얼 지역의 인권탄압과 강제노동 문제 해결을 내세우며 중국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토마토와 이를 원료로 쓰는 다른 제품, 예를 들어 의류·토마토통조림의 수입제한을 천명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간 상호무역주의를 존중한다. 하지만 이것이 중국에 대해 느슨한 대응 자세를 갖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바이든은 유독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중국이 갖지 못한 것 가운데 우리가 가진 하나가 바로 동맹이다. 친구와 협력함으로써 경제와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것이라고 믿는다.”
동맹과의 협력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과 영국은 항공기 보조금 분쟁에서 비롯한 보복관세를 3월4일부터 4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3월5일엔 유럽연합과 동일한 조처를 했다. 표면적 목적은 팬데믹 위기 극복이다. 하지만 속내는 무역대표부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동맹과의 협력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국제 통상규범 이행에 충실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동맹과의 공동전선을 강화한다고 봐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 강화
트럼프 시대의 1순위 정책은 무역·통상이었다. 트럼프는 상호 무역균형에 강박 증상을 갖고 있었다. 최대 관심사 또한 무역 적자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지였다.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일은 아니었다. 반면 바이든은 외교전문가다. 통상정책이 최우선순위를 차지하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현재 그의 최대 관심사는 팬데믹 대응과 극복이다. 이 점이 트럼프와 다르다. 하지만 미국을 재건해 패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의 재건은 바이든 통상정책의 핵심이다. 국제공조를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최종 목표는 미국 우선주의다.
팬데믹은 미국 정책 당국자들에게 통상과 무역을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보게 했다. 팬데믹으로 미국은 필수품목인 의약품이나 개인 보호장비의 외국 의존이 얼마나 과도하며, 그로 인한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알았다. 통상정책과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것도 깨달았다.
타이는 무역을 “미국 공급망 복원과 관련된 중대 전략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복원 촉진이란 목표로 구체화됐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인 2021년 2월 말 ‘공급망 검토’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품귀 현상을 빚는 반도체를 포함해 대용량 배터리, 의료용품, 핵심 광물, 희토류 같은 전략 품목 등의 공급망을 100일 동안 검토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이들 품목을 심도 깊게 검토하고 있다.
이들 공급망에 위험이 발견되면 바이든 행정부는 기업들이 중국을 포함한 적성국에서 미국이나 동맹국으로 공급업체를 이전하도록 할 계획이다. 핵심은 필수재에 대한 미국 국내 공급망의 복원과 강화다. 외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국내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 역시 강하게 추진될 것이다.
물론 공급망이 미국으로 회귀하는 정도는 극적이진 않을 것이다. 공급망을 단기간에 이동시킬 수는 없다. 무엇보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공급처 다각화에 힘이 더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공급망을 포진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공조는 존재감과 강점이 두드러진 중국의 힘을 약화하기 위한 포석이자 자국 공급망의 안정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 공조와 미국 재건은 양립하기 어려운, 상호 충돌 가능성이 큰 목표다. 바이든 행정부 통상정책의 귀결점은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미국 재건에 있다. 겉으론 부드러운 듯 보이지만 속내를 파보면 훨씬 정교한 미국 우선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국제무역 환경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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