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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여덟 아빠 출산휴가 떠나요”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신영규 youngkyu@gmail.com

신영규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방문연구원

   
▲ 핀란드는 2022년부터 더 포용적이고 더 평등한 새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REUTERS

우리나라에서 계약직 노동자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계약직 노동자가 해당 자격을 얻는 것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직장 내 분위기도 이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최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핀란드에서는 계약직 노동자는 물론 실업자도 유급 출산휴가와 부모휴가를 보장받는다. 또한 남성이 휴가를 활용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보편화하면서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일이 많지 않다.

실업자도 출산휴가와 부모휴가
핀란드 ‘고용계약법’(Employment Contracts Act)에 따르면 직장인은 육아를 위해 다양한 휴직과 휴가를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엄마와 아빠를 위한 출산휴가가 각각 마련돼 있다. 임산부와 입양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엄마를 위한 출산휴가(Maternity Leave)는 출산을 전후해 105일(주 6일 기준, 17.5주) 동안 유급으로 제공된다. 아기를 얻은 아빠를 위한 출산휴가(Paternity Leave)는 최대 54일(주 6일 기준, 9주) 동안 제공되는 유급휴가다. 출산휴가 동안 임금에 비례해 1일 최소 29.05유로(약 3만9천원)부터 최대 119.14유로(약 16만원)까지 휴가수당이 지급된다. 출산휴가 전, 학생이거나 실업 상태였던 산모도 최소 금액의 수당을 받는다. 엄마의 출산휴가 초기에 우리에게 베이비박스로 알려진 ‘육아용품 상자’(Maternity Package)가 배송된다. 아빠의 출산휴가는 아이가 만 2살이 되기 전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엄마의 출산휴가가 종료되면 부모휴가(Parental Leave)가 시작된다. 이 휴가는 부모 가운데 한 명이 모두 사용할 수도, 두 사람이 나눠 사용할 수도 있다. 부모휴가 역시 출산휴가와 같은 수준의 수당이 지급되고 최대 기간은 158일(주 6일 기준, 약 26주)이다. 아빠가 출산휴가 중인 상황에서 엄마가 부모휴가를 쓸 수 있으므로, 제도적으로 부부가 함께 1개월 넘게 수당을 받으며 육아에 전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둥이 부모와 한부모(Single-parent)에게는 각각 10주와 9주의 휴직이 추가로 주어지고, 입양부모는 최대 233일(주 6일 기준, 약 10개월) 동안 부모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부모휴가가 끝나면 핀란드 직장인은 자녀가 만 3살이 될 때까지 육아휴직(Childcare Leave)을 쓸 수 있다. 이 경우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부모 가운데 한 사람만 쓸 수 있다. 육아휴직 동안 해당 가족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공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그 이용료는 소득에 비례해 결정되는데 법률에 따라 최대 월 290유로(약 39만원)를 넘을 수 없다. 가정에서만 아이를 돌볼 경우,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은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부모 혹은 친인척)에게 매월 342.95유로(약 46만원)를 지급한다.
이외에 핀란드 고용계약법은 부분육아휴직(Partial Childcare Leave)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부분육아휴직은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돌보기 위해 노동자가 주 30시간 이하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고용자와 노동자는 구체적인 내용에 합의해야 하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고용자는 이 휴직의 사용을 거부할 수 없다.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노동자가 제시한 계획대로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부분육아휴직 동안 사회보험청은 매월 98.21유로(약 13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이처럼 핀란드의 현행 육아휴직 제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구축됐고, 출산휴가와 부모휴가를 사용하는 아빠의 비율이 각각 80%와 50%를 넘을 정도로 남성의 육아 참여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핀란드 정부는 더욱 평등하고 포용적인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현행 제도는 양성평등에 부합되지 않음을 지적하며, 2020년 2월 산나 마린 내각은 육아휴직 제도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 내용은 부모가 유급휴가를 평등하게 사용하도록 법과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 부모는 자녀가 만 2살이 될 때까지 약 13개월의 유급휴가를 이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 가정에서 여성의 휴가 기간이 남성보다 더 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차이는 직장에서 여성의 승진과 임금수준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핀란드 정부는 현행 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핀란드 사회보건부는 육아를 위한 유급휴가 기간을 14개월 정도로 확대하고, 부모가 이 휴가를 절반씩 평등하게 쓰도록 하는 방안을 설계하고 있다. 단, 가정마다 탄력적으로 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부모 사이에 일정 기간 휴가 양도를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 부부에게도 유급 육아휴직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양육수당 수급 자격에서 성별 조건을 삭제할 계획이다.

차별 해소 위해 육아휴직제 개편
이처럼 육아휴직 제도가 개편된다면 연간 약 1억유로(약 1300억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더 큰 비용이 들더라도 핀란드 정부는 제도를 개선해 부모 사이의 육아 부담을 공평히 나누고, 모든 형태의 가족이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며, 직장 내 차별을 줄이려 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노동계와 재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핀란드 정부는 2019년 말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 개선안의 구체화와 법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부터 새로운 육아휴직 제도가 적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육아와 가정을 위해 법으로 보장된 휴가조차 사용하기 어렵다. 최근 통계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20대에서 절반 이상이 ‘자녀를 낳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육아와 직장생활의 양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출산 기피 경향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워크-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를 위해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우리도 평등하고 포용적인 육아휴직 제도를 갖기 위해 법률 정비와 직장문화 개선이 필요하다.


* 혁신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특히 핀란드의 사회정책이 어떻게 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는지 탐색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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