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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를 위한 인플레?
[Editor’s letter]
[10호] 2011년 02월 01일 (화) 한광덕 economyinsight@hani.co.kr

폴 크루그먼은 불황의 원리를 설명할 때 ‘베이비시팅 협동조합’ 이야기를 ‘직감의 펌프’라며 즐겨 인용한다. 젊은 부부들이 만든 이 조합은 아이 봐주는 ‘쿠폰’을 발행했다. 외출할 때 옆집에 아이를 맡긴 부부는 돌봐준 부부에게 쿠폰을 지급한다. 돌봐준 부부는 받은 쿠폰을 자기 아이를 맡길때 사용한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당량의 쿠폰이 유통돼야 한다. 그런데 어떤 부부는 다음에 있을 외출에 대비해 쿠폰을 모아두려고 한다. 쿠폰이 부족해진 부부는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보려 안달이다. 결국 모두 쿠폰을 쓰지 않아 베이비시팅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베이비시팅 조합은 불황에 빠진다.
유효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금(쿠폰) 모으는 일에만 신경 쓰느라 재화(아이 맡기는 시간)의 소비가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한 경제학자의 충고로 쿠폰의 공급을 늘렸다. 부부들은 자주 외출하기 시작했고, 다른 부부들이 아이 돌볼 기회도 많아졌다. 조합의 ‘GBP’(Gross Baby-sitting Product)가 증가한 것이다. 돈만 찍어내면 불황과 싸울 수 있다는 얘기다. ‘양적 완화’에 대한 옹호는 여기까지다.
크루그먼은 <불황의 경제학>에서 베이비시팅 조합 얘기를 이어간다. 한 부부가 매일 외출하는 바람에 쿠폰이 동났다. 조합 운영진은 쿠폰을 빌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쿠폰 대여 조건의 완급을 조절해 외출 빈도를 통제했다. 조합은 이제 명실상부한 중앙은행을 갖게 됐다. ‘제로금리’에 대한 옹호는 여기까지다.
크루그먼은 다시 일본의 장기불황을 설명하면서 베이비시팅의 수요와 공급도 계절을 탄다고 말한다. 추운 겨울엔 외출을 안 하고 무더운 여름에 이용할 쿠폰를 저축하기 위해  남의 아이를 돌보려 한다. 그러면 이자율이 제로여도 경기후퇴가 온다. 1990년대 일본은 ‘겨울’이었다. 경제학자는 이번에는 가격을 바로잡으라고 충고한다. 겨울에 쌓아놓은 5시간의 베이비시팅 포인트는 여름이 되면 4시간으로 줄어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쿠폰을 빨리 사용해야 한다는 자극을 받아, 남의 아이를 돌볼 기회도 더 많이 창출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옹호는 여기까지다.
경기후퇴와 싸우려면 적절한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데 흔쾌히 동의한 크루그먼의 말대로, 지금 미국과 유럽은 디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도모하는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인플레이션 기대(혹은 공포) 심리를 부추기는 ‘리플레이션’ 정책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양적(통화량)·질적(금리) 수단을 모두 동원해도 ‘양질 전화’(디플레 탈출)가 일어나지 않으니 ‘화폐수량설’에서 말하는 소비자들의 화폐 유통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영리한 소비자는 막대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악용했던 과거를 떠올릴 것이다. 지난해부터 힘겨루기를 해온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대결은 정부와 소비자의 심리전 결과에 따라 결판날 것이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플레이어들의 역관계를 추적했다. 물론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정위·기획재정부 등 ‘완장’들이 일사불란하게 뒷받침하는 국내의 안타까운 사연도 짚었다.
‘조세 피난처’ 케이맨 제도에서 근무한 전직 은행간부가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에게 탈세 혐의자 등 2천명의 파일을 전달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케이맨 제도와 미국·유럽 금융가를 오가며, 입이 무겁기로 유명한 헤지펀드 업계 거물들을 인터뷰한 ‘샴페인 준비하는 케이맨 제도’(62쪽)는 베일에 싸인 ‘네트워크 동맹’의 실체를 미리 보여준다.
한광덕 총괄편집장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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