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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통상 시대가 온다
[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녹색복지국가를 향하여 ② 녹색전환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이창곤 goni@hani.co.kr
   
▲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7월17일 전북 부안군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에너지 현장-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와 그린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다. 인류는 지구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지구적 규모의 생태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의 답이 바로 녹색전환이다. 녹색전환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탄소중립에서 에너지 관련 신기술 발전과 경제 녹색화 등을 포괄한다.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지구를 총체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일컫는다. 경제·산업·정치·복지 등 사회의 전방위적인 전환으로 지구촌을 탄소사회에서 탈탄소사회로 바꾸겠다는 거대한 ‘전환 프로젝트’다. 과연 현실에서 대전환을 할 수 있을까?

녹색전환 “반드시 가야 할 길”
다수의 환경과학자는 친환경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 나아가 녹색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인류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란 얘기다.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던 이 전환 프로젝트는 근년 들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녹색전환의 구체적인 목표는 탄소중립이다.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이름하여 넷제로(Net-Zero) 계획이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이고, 남는 것은 나무를 심거나 저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석유·석탄·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경제사회, 즉 탈탄소 사회로의 대전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세계 정상들이 기후변화 논의를 시작한 1992년 이후 30년 가까이 흐른 오늘날, 인류는 탈탄소 사회를 향한 대담하고도 엄청난 목표를 향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2019년 유럽연합이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딜’을 발표한 데 이어 이듬해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을 주창했다. 일본과 미국이 곧바로 좇았고, 한국 또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이 대열에 합류했다. 2021년 현재 120여 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거나 추진 중이다.
바야흐로 탄소중립은 환경을 넘어 세계경제와 외교, 통상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권고한 지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는 극단적인 기상 이변, 북극 해빙, 해수면 상승 등이 기후위기로 더 심각해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자각이 국제적인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또한 이런 흐름에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새로운 성장과 패권 확보의 기회로 삼겠다는 경제 대국들의 주도권 경쟁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끈다. 2020년 11월4일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공식 탈퇴한 미국은 이 협정에 다시 가입한 데 이어, 내친김에 2021년 4월22~23일에 열린 세계기후정상회의를 주도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국제 흐름은 세계경제와 무역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경제와 사회를 움직이는 새 기준이 되는 탄소중립 세계체제가 형성될 거란 뜻이다. 이름하여 ‘탄소 통상 시대’의 도래다. 국가별 탄소세 운영 현황을 보니 21개국이 탄소세를 도입했다.
유럽연합은 ‘탄소 국경 조정’으로 수입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2023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도 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제 동향에 견줘 한국의 대응은 탄소배출에 따른 책임이나 한반도의 가파른 고온화에 비해 전체적으로 둔감하다. 영국의 데이터 기반 기후변화 언론인 <카본브리프>가 발표한 ‘2020년 한국의 기후위기 현황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연 7억 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2017년 기준 세계 9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에 이르는 대표 탄소배출 국가다. 국민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8년 기준 12.4톤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다. 저탄소 에너지원은 대부분 핵발전소이고 국제 기준의 재생에너지는 3% 수준에 그친다. 이러다보니 영국 기후변화연구기관 ‘기후행동추적’은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꼽은 바 있다.

구체적 정책 없는 한국판 그린뉴딜
한국 정부는 일찍이 녹색성장이란 구호를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제대로 실행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시행령 제25조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100분의 30까지 감축하는 것’을 명시했다. 이 목표는 이후 어떤 정부에서도 실행하거나 달성된 적이 없다. 오히려 2019년 탄소배출량은 2010년 감축 목표(2020년 5억4300만 톤)보다 약 1억7천만 톤 더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대한민국 대전환을 선언하면서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의 두 축 가운데 한 축으로 ‘그린뉴딜’을 제시했다. 정부는 당시 그린뉴딜은 “탄소의존형 경제를 친환경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전략”이며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경제사회 녹색전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많은 전문가는 한국판 그린뉴딜이 “구체적인 온실감축의 목표 아래 에너지·건물·교통·산업·농업 등 전반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상세 정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저탄소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 탄소 중심 산업구조를 탈피해야 하지만, 석탄 중심 회색 산업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의 분위기에 견줘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의 체감도와 실천의식도 높지 않다. 많은 시민이 기후위기를 중대한 위험 요인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탄소중립이란 말을 아는 이는 드물고, 기후행동과 녹색정치에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계속)

* 복지를 다년간 살피고 책도 펴냈다. 그러다 ‘복지와 경제의 호혜적 융합’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늦깎이 경제 공부에 매달리는 언론인이자 사회과학도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혁, 그 수단으로서 좋은 정책과 복지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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