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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우리’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경제학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김보람 boram@wjtb.net

김보람 웅진지식하우스 편집자

   
 

<행동경제학: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
리처드 H. 탈러 지음 |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2만8천원

“경제학자들은 왜 맨날 이렇게 못 맞혀?”
경제학자치고 경제성장률을 제대로 맞히는 사람이 없고,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런 말이 왜 나오는지 생각하면 그만큼 경제학이 현실 속 날것의 인간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경제학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몰라도!)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할 때 지겹도록 들은 말이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면’이라는 말이다. 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통제에 능숙하기에 절대로 충동구매나 무모한 투자 따위는 하지 않고 여러 대안 중 최적 옵션을 고민 없이 선택한다. 현대 경제학 이론은 이처럼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잠깐, 우리가 정말 이렇게 행동한다고? 썩어서 버릴 것이 분명한데도 할인한다는 이유로 과일을 잔뜩 사고, 결국엔 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헬스장에 등록하고, 남의 말만 듣고 주식을 샀다가 고점에 물리기도 하는 게 우리 일상 아니던가.

인간의 비이성적 행태에 관심
1970년 어느 날,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이런 의문을 품었다. 전통 경제학으로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비이성적 행태에 관심 있는 그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심리’를 경제학 이론에 폭넓게 적용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숫자와 방정식만 가득했던 학문에서 인간이 비로소 주인공으로 대우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로써 선택의 원리를 밝혀낼 수 있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은 혁명과 같았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탈러는 2017년, 경제학과 심리학의 가교가 되어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괴짜 집단의 쓸데없는 호기심 정도로 취급받던 이 새로운 학문이 당당히 학계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탈러의 끈기 있는 탐구 덕분이다.
우리가 결정하고 행동하는 원리를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점 외에, 행동경제학이 지닌 또 하나의 매력이 있다. 바로 현실세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탈러의 전작 <넛지>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와 파리 그림으로 상징되는 <넛지>는 강제성 없이도 사람들이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는 원리를 보여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 ‘넛지 신드롬’을 일으켰다.
<넛지>가 기발한 문제해결법을 현실에 적용한 일종의 ‘실전 편’이라면, 7년 만에 출간한 후속작 <행동경제학>은 그 이론적 토대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기본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탈러 자신의 방대한 연구를 비롯해 이제는 당당히 주류 학문으로 자리잡은 행동경제학의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깊이 있게 담겼다.
노벨상 수상자가 쓴 경제학 교양서라는 이유로 이 책이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는 걱정은 내려놓자. 합리성을 신봉하기로 이름난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 교수들이 연구실 추첨 과정에서 보인 어처구니없는 비합리성, 미국과 유럽에서 실제 있었던 거액의 상금이 걸린 대결, 우버·코카콜라·아이튠즈의 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예상치 못한 반발, 미식축구리그의 선수 영입 시스템에 숨은 함정 등 실생활과 밀접한 흥미로운 사례가 가득하다.

인간적이며 매력적인 교양서
이처럼 인간적이며 매력적인 경제학 교양서가 또 있을까? 탈러가 40여 년에 걸쳐 대니얼 카너먼, 아모스 트버스키, 조지 로웬스타인, 폴 새뮤얼슨 등 기라성 같은 학자들과 교류하며 행동경제학을 정립해나가고, 때로는 반대 진영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소설과 같다. 곳곳에 담긴 탈러의 뛰어난 유머 감각 또한 지치지 않고 행동경제학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돕는다.
탈러를 가리켜 ‘노련한 이야기꾼’이라고 하는 세계적 석학들의 말처럼, 이 책은 현대 경제학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혁명을 놀랍도록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인간 행동과 선택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펼쳐볼 것을 권한다.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
리타 맥그래스 지음 |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펴냄 | 1만8천원
미국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 교수인 지은이는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세계적 혁신 기업들이 ‘변곡점’을 빨리 발견하고 그에 맞춰 사업모델에 변화를 일으켜 시장을 장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파한다. 지은이는 변곡점의 초기 신호를 파악하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고객과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TSMC 반도체 제국
상업주간 지음 | 차혜정 옮김 | 이레미디어 펴냄 | 1만7800원
최근 세계적 자동차회사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대만의 반도체업체 TSMC만 쳐다봤다.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칩(MCU) 공급량의 70%를 이 회사가 생산하기 때문이다. 종합 반도체 기업들이 외면하는 위탁생산사업(파운드리)을 56살에 시작해 30년간 이끈 창업자 모리스 창의 리더십을 조망한다.




   
 

소셜 오가니즘
올리버 러켓, 마이클 J. 케이시 지음 | 한정훈 옮김 | 책세상 펴냄 | 1만6800원
소셜미디어는 정보를 공유하고 쓰는 방법뿐 아니라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지은이들은 소셜미디어 사회를 ‘소셜 오가니즘’으로 이름 붙인다. 소셜미디어 사회를 유기체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더욱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며 번영하는 세계를 건설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ESG 머니전략
황유식·유권일·김성우 지음 | 미래의창 펴냄 | 1만9800원
요즘 주식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ESG(이에스지), 그중에서도 환경(E)이다. 미국·유럽연합·한국·중국·일본 등 각국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앞다퉈 친환경 정책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전문가들이 글로벌 환경 이슈와 주식시장 흐름, 이를 활용한 투자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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