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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줄여 기후위기 대응 기여
[집중기획 ] 프랑스 탈소비 움직임 ③ 광고 규제
[132호] 2021년 04월 01일 (목)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북부 지역에 있는 대형 유통체인 르클레르 매장 로고. 르클레르는 프랑스에서 광고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REUTERS

오늘 저녁 채소 수프를 먹으려고 했는데, 라디오에서 새우 광고를 듣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당장 새우를 사러 나간다. 여기서 광고가 소비자에게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분명한 점은 광고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경제학자마다 의견이 갈린다. 전통 이론에 따르면 광고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구실만 한다. 광고 때문에 소비가 늘지 않는다. 경쟁업체끼리 시장에서 나눠가지는 몫만 변한다.
광고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을 필요하게 만든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광고가 없던 수요를 만들어 소비총량을 늘리는 것이다. 실제 그런지, 광고와 수요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두 경제학자가 있다. 미국에서 광고 수와 빈도에 따라 총수요가 변했는지 살펴봤더니, 1975~2006년 광고로 총소비가 6.8% 늘어났다.

심리적 진부화
기후·환경 위기 시대에 과소비 사회를 이끄는 동력으로 광고가 지목된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광고 대상이 일부 산업을 향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광고시장 매출의 25%가 유통업과 자동차 두 부문에서 나온다. 광고·에너지전환 분야 고문연구원인 마티외 자니쉬는 말했다. “대형 유통업처럼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나, 휴대전화·자동차 제조업같이 소비자가 잘 쓰던 상품을 새것으로 바꾸게 할 때 광고를 많이 낸다. ‘심리적 진부화’ 전략이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광고를 내는 기업 2만2천 개 가운데 672개가 전체의 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5개 기업이 전체의 20%를 가져갔다. 광고를 많이 내는 기업은 르클레르(유통), 르노(자동차), 리들(유통), 푸조(자동차) 차례다. 이들 기업은 해마다 광고비로 평균 4억유로(약 5400억원)를 쓴다.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줄이는 대안이 있다. 첫째는 광고 개수 규제다. 예컨대 매체에 노출된 콘텐츠에 맞춰 일정 비율만큼 광고를 허가하는 것이다. 다음은 특정 광고 금지다. 공중보건에 유해한 술·담배 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에뱅법’을 본받아, 환경오염이 심한 내연기관 자동차, 항공 여행이나 너무 기름진 음식 등의 광고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최근 기후시민협의회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포함됐다. 협의회는 오염 주범 상품의 광고를 전면 금지하도록 권고했지만, 정부는 화석연료 자체만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광고에 기댄 매체
광고 줄이기 역시 좋은 생각이다. 그렇지만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이들은 어떻게 할까. 2019년 프랑스에서 우편함에 넣는 전단, 텔레비전 중간 광고, 페이스북에 뜨는 배너광고 등 모든 형식의 광고에 쓰인 지출액을 합했더니 330억8천만유로(약 46조원)에 이르렀다. 프랑스 국내총생산의 1.4%로, 프랑스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액수와 맞먹는다. 그 돈으로 대표적인 광고업체 아바스, 퓌블리시스를 비롯한 프랑스 산업의 한 축이 돌아가고, 프랑스 노동자 12만9천 명이 먹고산다.
광고비는 광고 메시지를 담는 이들의 주요 수입원이기도 하다. 연간 광고 지출액 330억유로에서 150억유로가 언론에 간다. 언론의 광고 의존은 분명한 현실이다. 정도가 언론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종이매체 수익의 3분의 1이 광고에서 나온다. 텔레비전 민영방송의 의존도는 그보다 크다. 예를 들어 <테에프1>의 광고 수입은 전체 매출액의 70%나 된다. 반면 <프랑스텔레비지옹> 같은 공영방송에선 그 비율이 20%에 그친다.
시민단체 3곳이 이끄는 비정부기구 ‘다국적기업의 광고·영향력 계획’(스핌)의 대표 르노 포사르는 말했다. “소비자에게 가하는 광고 압박을 줄이면 몇몇 매체의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기회로 매체가 광고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포사르 대표는 이런 문제를 다룬 보고서 ‘빅 코르포. 광고 규제와 다국적기업 영향력: 환경과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과제’에서 광고세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광고세는 세수를 언론에 재분배해 업계가 재정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돕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광고 규제가 있든 없든 간에, 이미 10여 년 전부터 언론의 광고 수입은 줄어드는 추세다. 광고시장이 성장하는데도 그렇다. 2010년만 해도 전체 광고비의 25%가 언론 몫이었지만, 지금은 그 수치가 13%로 쪼그라들었다.
그와 반대로 디지털시장 몫은 꾸준히 늘고 있다. 광고업계가 크게 주목하지 않던 디지털시장은 지금 전체 광고비의 40%를 가져간다. 프랑스에서 광고비를 많이 챙기는 디지털 업체로 구글을 비롯한 검색엔진과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다. 각각 광고시장 지출의 16%, 9.6%를 가져간다.
이들 세계적 디지털 거인은 나날이 불어나는 광고 수익 덕에 국영 매체가 견줄 수 없을 만큼(지방 매체는 말할 것도 없다) 튼튼한 재정을 자랑한다. 이들의 막대한 광고 수익은 (검색·구매 기록, 위치 정보 등) 사용자 개인정보에서 나온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무료로 쓰는 동안 사용자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광고 가운데 사용자 흥미를 끌 만한 것을 골라 내보낸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길거리 광고판과 전혀 다른, 사용자 맞춤 광고다.
광고 규제는 광고 금지와 엄연히 다르다. 시장경제에서 새 공급자가 자사 제품을 알리려면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수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광고 메시지를 거르는 장치가 필요하다. 포사르 대표는 “광고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며 “요즘 광고는 상품 특징을 설명하지 않고, 브랜드나 상품 이름만 내세운다”고 말했다.

메시지 규제
현재 광고 문구는 광고를 내는 사람이 나름의 규정에 따라 내용을 정한다. 실제로는 거짓 광고를 거르는 것이 전부다. 정부가 지금보다 폭넓고 엄격하게 광고 체제를 관리하면 앞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기술적 이유 말고 광고의 영향력을 생각해서라도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빼먹고 환경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3월호(제410호)
Et si on imaginait un monde sans pub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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