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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6명 중 1명이 주식투자”
[TREND] 이성적 광기
[132호] 2021년 04월 01일 (목) 미하엘 브레허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증시는 활황을 이루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원자재를 미친 듯이 사들이고 있다. 그들은 거품 붕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 독일인들은 주식거래를 꺼린다고 알려졌지만, 2020년 주식투자를 시작한 독일인이 무려 270만 명이나 늘었다. 독일의 주식투자자는 현재 1240만여 명으로, 독일인 6명 중 1명이 주식투자를 하는 셈이다. 독일 프랑크 푸르트에 있는 증권거래소 모습. REUTERS

일반적으로 독일인은 주식거래를 꺼린다고 알려졌다. 크리스티네 보르텐렝거 독일주식연구소(DAI) 상임이사는 매년 주식거래를 한다. 그는 주식투자와 관련한 놀라운 수치를 2021년 발표했다. 2020년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독일인이 무려 270만 명이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독일의 주식투자자는 현재 1240만여 명으로, 독일인 6명 중 1명이 주식투자를 하는 셈이다. “독일인은 증시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것일까?”
독일과 증시의 만남은 아직 불안정하다.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미 실패의 싹이 움트고 있다. 독일에서 예금투자자보다 주식투자자의 수가 더 많았던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인터넷 거품이 터졌던 2001년이다.

   
 

두 배 가까이 급등한 닥스지수
유감스럽게도 현재 상황은 당시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글로벌 증시 여러 곳이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독일 닥스지수는 1년 만에 8700에서 1만을 돌파했다. 원유, 콩, 구리, 은 등 원자재 가격은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형 기금과 민간투자자는 전세계 대도시 부동산을 미친 듯이 사들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절대적으로 수익을 확신한다는 듯이 투기에 나선 데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도 한몫했다. 그린스펀은 1990년대 중반 투기 거품을 경고하면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통화정책을 금융시장 지원에 전적으로 맞췄다. 당시 그는 증시의 대혼란은 실물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이 내세운 주장은 효과를 나타냈다. 2008년처럼 증시 폭락 장세를 여러 차례 보였지만,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차 개입했다. 현재 사람들이 거품이 터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도 당시를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상황을 차라리 ‘이성적 과열’이라고 하겠다.” 세계적인 채권펀드 핌코(PIMCO)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알리안츠 경제수석컨설턴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말한다. 투자자들이 “중앙은행들이 지속해서 유동성을 충분히 시중에 공급할 것”이라고 믿는 것도 나름 타당하다. 또한 투자자들은 지난 20년간 시장 정책을 수정할 때마다 추가 매입을 해야 한다고 체화했다. 경제시스템은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 안정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통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2021년 2월 한때 5만8천달러를 기록했다. 2년 전만 해도 4천달러였다. 2년 만에 가격이 1350%나 폭등한 것이다. 이 정도면 금융 거품의 원조라고 해도 손색없어 보인다.
2009년 금융시스템에 반해 암호화폐를 발명했는데, 은행이 없어도 되는 디지털화폐로 고안됐다. 암호화폐의 원래 콘셉트는 그사이 달라졌다. 오래전부터 전문투자자가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듦으로써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았다.
비트코인 열혈 지지자들은 엄청난 가격 상승이야말로 암호화폐의 콘셉트가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비트코인 공급량은 처음부터 제한돼 있었다. 2009년부터 100년간 2100만 비트코인만 채굴하도록 제한됐다. 즉, 비트코인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공급량은 한정돼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에서 15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산 것은 마케팅 목적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전자결제업체 페이팔(Paypal),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 대형은행 JP모건체이스 등을 위시한 금융업계도 비트코인에 올인한 지 오래됐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3년 전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임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던 것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JP모건체이스는 고객에게 포트폴리오 일부를 위기에 대비해 보험 차원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거나 해커들이 암호화폐를 해킹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금으로는 최소한 귀고리라도 만들 수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내재적 가치가 전혀 없다. 비토르 콘스탄시우 전 유럽중앙은행 부총재가 최근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0과 1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적기도 했다.
기존 금융시스템과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서로 밀접하게 얽힐수록 비트코인 위기는 순식간에 기존 경제시스템 위기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주식
채드와 제니는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금융 전문 스타다. 채드는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을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주식을 산다”며 주식투자 전략을 틱톡 영상에서 설명한다. 영상은 현재 삭제됐다. 주가가 더는 오르지 않으면 주식을 팔면 된다고 채드는 설명한다. 그것으로 주식거래는 끝이라고 말한다.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인 채드와 제니는 이렇게 1천달러가 채 되지 않는 종잣돈으로 한 달 만에 무려 2만달러(약 2200만원)를 벌었다. 삭제된 동영상 조회 수는 240만 회에 이른다.
증시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분위기다. 전세계 여러 증시에서 주가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취미로 주식투자를 하는 신세대에게는 꿈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공매도 투자자 파미 콰디르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다. 콰디르는 “누구나 유가증권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콰디르는 월가에서 공매도(Short Stock Selling·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어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기법)에 투자한다.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투자자는 무엇을 하는가?
콰디르는 “동료 공매 투자자들이 적잖이 공매도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정보를 주가 등락으로 치환하고 이를 통해 적정 주가를 찾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작동하는 금융시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콰디르와 대화를 나누면서 금융시장이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그것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테슬라가 대표 사례다.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주가는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2020년 1월 이후 테슬라 주가는 700% 이상 치솟았다. 테슬라에서 2020년 생산한 전기차는 50만 대 수준인데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폴크스바겐, 도요타, 다임러 및 베엠베(BMW)를 합친 것보다 더 높다.
테슬라가 유독 눈에 띄는 예외적 사례는 아니다. 주가수익률(주가를 한 주당 당기순이익으로 나눠, 주가가 한 주당 순이익의 몇 배가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500대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실제 수익의 무려 40배에 이른다. 2000년 전후 ‘닷컴 거품’이 붕괴하기 직전을 떠오르게 한다.
안야 미쿠스 ‘독일 핵폐기물처리기금’ 대표는 지적한다. “일부 업계에서 기업평가와 기업의 기본분석(Fundamental Analysis·기업의 재무제표, 건전성, 경영, 경쟁 우위성, 경쟁 상대, 시장 등 분석)이 서로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미쿠스 대표는 “성장 속도는 더디지만 연간 탄탄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독일 핵폐기물처리기금에서는 약 240억유로를 운용한다. 이 운용자산으로 80년 뒤 독일 핵폐기물의 임시저장시설과 최종처분장을 재정 지원한다. 미쿠스 대표를 비롯한 독일 핵폐기물처리기금 역시 일반인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인 마이너스 금리와 증시 과열 시대에 안전한 자산 증식 방법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독일 핵폐기물처리기금이 현금으로 보유한 60억유로는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다. 독일 핵폐기물처리기금은 나머지 약 180억유로를 각기 3분의 1씩 채권·주식·부동산 등 대안 자산에 투자했다. 현재까지 전략은 통했다. 독일 핵폐기물처리기금은 2020년 8% 이상 수익률을 올렸다.
“우리는 주식투자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적은 없었다”고 미쿠스 대표는 말한다. 2100년까지 장기 투자 계획에 따르면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런데 대체 누가 2100년까지 장기적으로 투자를 바라보겠는가.

   
▲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2월 한때 5만8천달러를 기록했다. 2년 전엔 4천달러였는데 무려 1350%나 가격이 폭등했다. REUTERS

부동산
미국은 부동산시장 과열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바 있다. 당시 상황이 현재에도 재연될 수 있을까. 주택시장을 분석하는 독일 베를린 분석기관 엠피리카의 라이네르 브라운 대표는 독일에서 몇 년 전부터 거품이 형성되는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
브라운 대표는 분기마다 독일 전체 지자체 401곳의 데이터를 분석해 거품지수를 산출한다. 몇 년 전부터 거품지수는 오로지 위로만 향하고 있다. 지자체 295곳에서 부동산 매매가는 임대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브라운 대표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거품지수는 최고치를 찍었다. 8년 전만 해도 거품지수가 108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 제반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한다.
부동산시장이 충격받을 정황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속해서 오르고 채무를 갚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면, 부실 대출 위험이 도사린다. 임대료가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떨어진다면, 부동산 소유주의 투자 전략이 더는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업률이 다시 대규모로 발생한다면 사람들은 수십 년 만기 대출을 받기 꺼릴 것이다.
독일연방은행은 최근 매월 보고서에서 “도심 주택시장의 과도한 가격 과열”을 경고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이 주택가격을 더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원래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발동한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거친 뒤 추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브라운 대표는 부동산시장 과열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현재 정황을 분석했다. 2000년대에 스페인, 아일랜드와 달리 건설업 과열 현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정상일까. 궈슈칭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위원장은 2021년 3월3일 중국 부동산시장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했다.” 궈슈칭 위원장은 부동산시장이 붕괴하면 금융권과 실물경제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재
원유시장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2020년 4월20일 선물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고객이 텍사스산 원유 159ℓ를 구매하면 판매자가 오히려 고객에게 37.63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상장폐지 전까지 쥘 수 있는 주식과 달리, 선물거래에선 롤오버(선물투자에서 만기에 가까운 상품을 정리하고 다음 상품으로 재투자하는 것)가 발생한다. 당시 코로나19로 원유 수요는 곤두박질하고 재고는 최대 저장치까지 쌓인 상태였다. 5월물 선물 포지션 청산이 어려워지자 가치가 폭락한 것이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팬데믹 상태다. 전세계 항공 운항이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2020년 4월과 달리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에 맞먹는 배럴당 약 60달러에 이른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치솟고 있다. 니켈 가격은 7년 만에, 주석 가격은 8년 만에, 구리 가격은 10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오이겐 바인베르크(43) 코메르츠방크 원자재분석 총괄담당은 “원유와 산업금속 시장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강력하게 상향될 것이라고는 2020년 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원자재 가격이 적정 수준과 크게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바인베르크는 20년 전부터 원자재 선물시장 동향을 관측하고 있다. 원자재 선물시장은 과거에는 일정한 동향을 보였다. 그러다 금융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 눈을 돌린 이후, 선물시장의 게임 법칙은 크게 달라졌다. “특정 원자재에 일정한 트렌드가 확인되면, 수많은 금융투자자가 해당 원자재 투자에 뛰어들어 기존 트렌드를 더욱 강화한다. 원자재 투자에서도 집단행동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안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시장은 혼란에 빠져든다.

   
▲ 2007년 미국은 부동산시장 과열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당시 상황이 현재에도 재연될 수 있을까. 세계 곳곳에서 부동산 가격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 두바이의 해변에 위치한 고층 아파트 모습. REUTERS

채권
경제가 붕괴할지는 채권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가 결정되며, 시장금리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기업·은행의 채권시장은 현재 과열 상태다.
채권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스 사례가 잘 보여준다. 그리스는 2015년 국가파산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고,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아예 수혈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한때 파산 위기로 내몰렸던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오히려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021년 2월 초 그리스 정부는 8억유로 이상의 3개월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12월 기준, 전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채권 18조달러 상당이 시중에 풀리기도 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들린다. 오랫동안 국채 투자는 충분히 수익을 보장해줬다.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준 등의 중앙은행들은 10년간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낮췄고 국채를 대규모 매입했다. 그렇게 해서 국채 가격이 상승했고, 투자자에게 적어도 ‘종이’상으로는 수익을 안겨줬다.
코로나19 위기 시대에 경제 전망은 투자자들을 일대 혼란에 빠뜨렸다. 완화된 통화와 재정정책으로 전망이 밝아진 강력한 경제회복이 오랫동안 억압됐던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채권자들이 돌려받아야 할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 Der Supigel 2021년 제10호
Rationaler Irrsin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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