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포커스
     
개미 끌어들인 ‘꾼’들의 투기 게임
[FOCUS] 게임스톱 사태가 남긴 것- ③ 본질
[132호] 2021년 04월 01일 (목)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게임스톱 점포. 공공연한 주가조작으로 주식시장은 널뛰기를 거듭했다. REUTERS

2021년 1월 말 미국 컴퓨터·비디오게임 판매업체 게임스톱의 주식 가격을 올리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똘똘 뭉쳤다. 이 회사 주가가 내려갈 것을 염두에 두고 주가 하락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헤지펀드는 개인투자자의 공세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금융 엘리트에 대항하는 민중의 승리, 거인을 물리친 엄지 동자, 다스베이더에 맞선 제다이, 옛 (금융) 체제를 무너뜨린 프랑스 혁명!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책은 잠시 덮어놓고 현실에 집중해보자.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진짜로 벌어진 일
출발점으로 돌아가 볼까. 한쪽에는 기술 진보가 만든 무기로 무장한 개인투자자들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포럼 ‘월스트리트벳츠’와 수수료 없는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다.
다른 한쪽에는 게임스톱 주식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가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빌린 주식을 싸게 갚아 차익을 얻는 거래다.
1월 초 20달러를 맴돌던 게임스톱 주가는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여 1월27일 500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일 게임스톱 일 평균 주가는 회사 역사상 가장 높은 350달러를 기록했다. 원래 공매도 투자자는 이미지가 좋지 않다. 먹잇감을 거칠게 낚아채서 떨어뜨리는 매나 탐욕스러운 포식자로 묘사된다.
공매도 투자자는 유로존 전체가 위기에 허덕일 때 공격적으로 그리스 국채를 공매도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매가 그렇게 먹잇감을 괴롭혀도 죽이지는 않는다고 여러 경제학자는 말한다. 다만 잔치를 벌일 뿐이라고. 잔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게임스톱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이번엔 공매도 투자자들 행동은 경제 관점에서 봤을 때 지극히 이성적이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4달러 선에서 지리하게 머물던 게임스톱 주가가 2021년 초 20달러로 오른 것을 거품이라고 봤다. 게임시장 대세가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판이어서 오프라인 게임을 파는 업체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도의 투기 전략을 쓴 쪽은 헤지펀드가 아니라 ‘개미’(개인투자자)들이었다. 개미들은 게임스톱 주식만 사들이지 않았다. 그 수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주식보다 값싼 단기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가 요동치지 않게 보호한다. 그다음 헤지펀드가 싼값에 주식을 사지 못하도록 주식을 끊임없이 매수해 주식 품귀 현상을 만든다. 이는 평범한 미국 사람이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딥퍼킹밸류’(DeepFuckingValue)라는 투자자가 있다(레딧에서는 대부분 가명을 쓴다). 이 사람은 5만달러를 투자해 2300만달러를 벌었다.

게임스톱 사태의 교훈
게임스톱 사태는 은행, 투자기금 등 전문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여기던 금융시장에 새로운 주체가 참여한 것이다. 게다가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이제 새 주체를 포함해 리그를 끌고 가야 한다. 또 하나, 이번 사태로 금융시장이 얼마나 취약한지 재확인했다.
기술 혁신으로 이제는 누구나 투기꾼이 될 수 있다(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게임스톱 사태 이후 개미들은 아메리칸항공, 노키아 등으로 갈아타며 ‘놀이’를 계속했다. 2월 초에는 ‘은값’까지 뛰웠다. 현재도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데가 없는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자기들의 놀이로 기업과 경제가 휘청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게임스톱 공방은 따지고 보면 ‘개미 대 거인의 싸움’도 아니었다. 아무나 투자 자금 5만달러를 가진 것은 아니다. 고도의 투자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더 적다. ‘맹랑한’ 몇몇 개미가 순수한 개미를 자기네 싸움판에 끌어들인 것이다(레딧에서 관련 무용담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스톱 공방의 승자 중에는 개인투자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로빈후드는 중계료로 자산을 34억달러나 불렸다. 루빈후드를 대신해 직접 거래에 나선 딜러는 시타델 캐피털 같은 투자 신탁이다. 투자 신탁은 거래 수수료를 챙기면서 돈이 흐르는 (개미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게임스톱 주가가 빠르게 요동치는 덕에 고빈도거래(초 단위 주식거래·HFT)를 하는 트레이더들과 일부 헤지펀드도 엄청난 수익을 남겼다. 개미들은 케이크에서 자기 몫을 챙겼고, 그 나머지가 가져간 조각의 크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개미들이 금융시장에서 바꾼 것은 없다.
오히려 공개적으로 주가를 조작해 돈을 왕창 챙김으로써 금융시장은 전보다 더 견고해졌다. 개미들이 한 일은 범법 행위인가?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2021년 2월4일 금융 규제당국 회의를 소집해 게임스톱 사태를 들여다보고 증권거래위원회에 관련 보고서를 요청했다.
게임스톱 주식의 적정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4달러? 20달러? 350달러? 놀이판에 새로 낀 이들이 행동하는 꼴이 원래 있던 이들과 똑같으니, 주가는 여전히 실물경제와 동떨어져 움직인다. 그래도 건설적인 면이 있다. 사소한 존재들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거대 세력을 무찌른다. 게임으로 만들기 좋지 않은가. 아! 할리우드가 한발 앞섰구나.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3월호(제410호)
GameStop : une drôle d’histoire
번역 최혜민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