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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투기 처방은 높은 복지서비스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노인복지
[132호] 2021년 04월 01일 (목) 신영규 youngkyu@gmail.com

신영규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방문연구원

   
▲ 핀란드에선 의료서비스가 무상이어서 노후에 지출할 의료비 때문에 돈을 모을 이유가 없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독립생활이 어려운 노인은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노인은 자기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 건물 입구 모습. 연합뉴스

2020년 한국의 아파트값 급등 소식은 이곳 헬싱키 한국인들도 불안하게 했다.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개발 예정부지 투기 의혹 사건은 불안감을 공분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2020년 기준 서울 30평대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이 9억원을 돌파했다. 이 금액이면 헬싱키에서 호화주택을 산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가히 충격적이다. 다른 북유럽 국가의 주택 가격도 서울 아파트 가격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주택의 자본화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보니 “늙어서 내 집 한 채는 있어야 걱정이 없다”는 명제가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돈 없어 치료 못 받는 일 없다
그러나 은퇴 뒤 보장되는 노후복지 수준이 좋다면 이런 생각이 바뀔까? 핀란드 사회를 보면 노후복지 수준이 높으면 확실히 집에 덜 얽매이게 된다는 건 명확해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주택 수요를 줄일 것이다.
한국인에게 집은 노후를 보장해주는 가장 확실한 자산이다. 그렇다보니 한 채가 아닌 여러 채를 소유하려는 경향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핀란드가 이런 경향이 우리보다 훨씬 덜한 이유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노인복지서비스와 급여를 꼽을 수 있다.
핀란드 노인이 받는 복지를 살펴보자. 모든 국민에게 의료서비스가 무상이다. 핀란드에선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거나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 그렇다보니 노후에 지출할 의료비 때문에 돈을 모을 이유가 없다. 민간 실비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독립생활이 어려운 노인은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신체 장애로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이라면 대중교통 이용료만으로도 월 10여 차례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핀란드는 노인이 자기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름하여 ‘탈시설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시민 다수가 바라는 것이며, 세계 흐름이기도 하다. 핀란드 정부는 ‘비공식 케어’(Informal Care) 지원사업과 노인 주택 개선 프로그램 등 여러 노인복지 서비스를 시행한다.
고령화로 장기요양 서비스 대상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비공식케어지원법’을 만들어 2006년부터 대상자에게 수당과 휴가를 주고 있다. 2013년 시작된 노인 주택 개선 프로그램은 노인들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건물 현관의 설계를 바꾸거나 수리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핀란드에서 노후소득은 대부분 공적연금으로 보장된다. 국가연금은 나이와 장애로 노동시장에서 영구적으로 은퇴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공적연금이다. 보장연금은 은퇴한 노인의 최소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연금 급여액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을 때 그 차액을 보장한다. 2021년 최저생계비 기준은 1인당 월 837유로(약 110만원)다.
별도 수입이 없다면, 모든 노인은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최소한 이 금액을 연금으로 매월 받는다. 배우자나 파트너의 소득이나 연금도 연금급여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가연금과 보장연금은 조세를 재원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더해 소득비례연금이 있다. 이 연금은 고용자, 노동자, 자영업자 등이 부담한 기여금을 재원으로 운영된다. 급여액은 개인의 노동 기간과 그 기간의 평균 임금소득에 비례해 결정된다. 핀란드연금센터 보고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소득비례연금 평균 급여액은 1631유로(약 220만원)였다. 남성 평균 급여액은 1904유로(약 250만원)인데 여성 평균은 1309유로(약 170만원)로 큰 차이를 보였다. 2019년 우리나라 국민연금 20년 이상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액이 92만6천원인 것과 비교하면, 핀란드 노인은 남녀 모두 매우 높은 수준의 연금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소득 노인은 연금에 주택수당을
이와 함께 저소득 노인은 연금수급자를 위한 주택수당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 수당의 급여는 주거비용, 동거자 유무, 가구소득, 자산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계산이 복잡하다. 하지만 자산이 없고 최저소득층에 해당하는 노인이라면 주택비용에서 기본공제액(2021년 기준 월 51.56유로)을 뺀 차액의 85%를 주택수당으로 받는다. 예컨대 최저소득층 노인이 혼자 월세 600유로(약 80만원)의 집에 살고 있다면, 주택수당으로 매월 466유로(약 60만원)를 받는다.
핀란드 임대주택시장에서는 보통 집주인이 지원한 세입자 가운데 선택한다. 이 때문에 주택수당을 지원받더라도 최저소득층 노인이 민간주택에 입주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사람에게는 정부 지원으로 지은 사회주택에 우선 입주할 자격을 준다. 핀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임대주택 가운데 약 3분의 1이 사회주택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핀란드에서 살다보니 꼼꼼하고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둡고 추운 겨울이 6개월 이상 이어지는 나라지만, 마치 한 명도 길에서 얼어 죽게 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복지제도를 설계하고 발전시킨 듯하다. 핀란드만큼은 아니어도 좋다. 적어도 소득이 없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노인이 더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현실은 안타깝게도 하루에 수십 명의 노인이 스스로 삶의 끈을 놓는다.

* 혁신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특히 핀란드의 사회정책이 어떻게 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는지 탐색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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