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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의 마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정혁준의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
[132호] 2021년 04월 01일 (목) 정혁준 june@hani.co.kr

 

   
▲ 한겨레 자료

미국 월가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는 인디언과 네덜란드인의 뉴욕 맨해튼 거래를 놓고 ‘복리의 마법’을 얘기했다. 1626년 네덜란드인들은 인디언에게 24달러쯤 되는 구슬과 장신구를 주고 맨해튼을 샀다. 현재 맨해튼의 높은 땅값과 견줘보면 인디언이 밑지는 거래를 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피터 린치의 생각은 달랐다. 인디언과 그 후손이 24달러를 매년 8% 채권에 복리로 투자해 돈을 불렸다면 재산이 32조달러(약 3경5천조원)가 된다는 것이다. 린치가 이 얘기를 했을 때인 1988년 상황에선 맨해튼(당시 562억달러)뿐만 아니라 미국 전 지역을 살 만큼 돈이 불어났을 거란 얘기다.
피부에 와닿게 좀더 구체적인 수치로 얘기해보자. 만약 원금이 100원 있다고 하자. 투자수익이 연 10%면 1년 뒤엔 ‘원금 100원+투자수익 10원’인 110원이다. 그다음 해에 110원 원금에 10% 이익이 나면 ‘원금 110원+투자수익 11원’으로 121원이다. 이렇게 50년이 지나면 1만1739원이 된다. 117배로 늘어난 셈이다.
별로 안 된다고? 100원이 아니고 1천만원이었다면 11억7300만원이다. 10년을 더 투자하면 30억4천만원이다. 30년 투자에 11억7300만원이 들어왔지만, 10년을 더 투자했더니 30억4천만원이 됐다. 10년 차이가 19억원 차이를 가져온 셈이다. 10년 이하에선 차이가 크지 않지만 30년, 40년 투자수익 차이는 확연하다.
‘복리의 마법’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이자에 붙는 이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금과 이자를 나눠 생각해보자. 1천만원을 연 10% 복리로 투자할 경우, 원금에 붙는 이자는 매년 100만원으로 같지만 이자에 붙는 이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10년 동안 투자했을 때 이자에 붙는 이자는 593만원이다. 원금에 붙는 이자 합계(1천만원)보다 적다. 하지만 투자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자에 쌓이는 이자는 3727만원으로 불어난다. 원금에 쌓이는 이자 합인 2천만원을 크게 웃돈다.

복리의 마법 ‘72법칙’
복리의 마법은 ‘72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원금 500만원을 연이율 5%로 투자하면 어느 시점에서 2배가 될까? 20년이 걸릴 것 같지만 정답은 14.4년이다. 원금에 이자가 붙고, 이자가 붙은 액수에 또 이자가 붙으니 두 배가 되는 기간이 짧아진다.
공식으로 만들면 ‘72/연수익률=2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예를 들어 연 9% 투자이익을 얻는 투자자라면 투자금이 2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2/9=8년’이다. 8년이 지나면 투자금이 2배가 된다. 이 식에 수익률 1%를 넣으면 원금이 두 배 되는 시간은 72년이 걸린다. 2%일 때 36년, 3%일 때 24년, 4%일 때 18년, 5%일 때 14.4년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복리의 마법으로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생각보다 빨리 목돈을 모을 수 있다. 이처럼 복리의 마법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률과 투자 기간이다.
물론 복리의 마법을 누리는 게 쉽지 않다. 금리 1%로는 복리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 복리의 마법이 일어나려면 수익률이 4%는 넘어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 예금이나 적금으로 4%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 4% 이상 수익을 내려면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잡으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오히려 손해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고수익 고위험 펀드에 투자할 경우, 원금과 수익을 재투자해 복리가 적용되지만 수익이 날 때에 한해서다. 손실이 나면 복리의 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투자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연 5% 복리로 원금보다 이자가 많아지려면 적어도 15년은 지나야 한다. 죽기 직전에야 돈이 불어나는 복리의 마법을 볼 수 있다는 농담도 진담처럼 들린다.

투자 전문가가 말하는 복리의 마법
그럼에도 국내외 투자 전문가는 복리 효과를 누리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다. 그는 주식투자를 제안한다. 좋은 기업에 투자해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복리 효과라는 얘기다. 존 리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주식투자는 처음엔 적은 돈으로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르게 올라간다. 하루라도 일찍 투자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사교육비를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 취직 안 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투자가로 평가받는 워런 버핏도 투자를 잘하는 것 못지않게 기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버핏도 돈을 불리는 방법으로 ‘복리의 마술’을 제시한다. 그는 “복리가 언덕에서 눈덩이(snowball)를 굴리는 것과 같다. 작은 덩어리로 시작해서 눈덩이를 굴리다보면 끝에 가서는 정말 큰 눈덩이가 된다”고 했다. 버핏은 14살 때 신문 배달로 번 돈으로 작은 눈덩이를 만들었고, 그 뒤 50년 넘게 눈덩이를 성공적으로 굴리고 있다.

* 몇 해 전 나온 ‘청소년 반부패인식지수’에서 중고생 18%가 “10년 감옥 사는 한이 있어도 10억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돈을 향한 비뚤어진 가치관은 ‘물신주의’를 향해 내달리는 우리 사회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매일 돈과 관련한 정보가 쏟아지지만, 정작 돈과 우리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에는 익숙지 않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독자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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