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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분쟁, 솔로 교수 그리고 기술혁신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32호] 2021년 04월 01일 (목) 조계완 kyewan@hani.co.kr
   
▲ 한겨레 자료

LG화학(분할·신설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이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 사건을 놓고 2021년 2월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적으로 ‘LG 승리’ 판정을 내렸음에도 두 회사 간 공방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배터리업계 후발주자인 SK가, 연봉 5천~6천만원 받으며 LG에서 한창 일하던 숙련노동 과장·차장급 직원 100여 명을 몇 번에 걸쳐 빼내 데려갔다고 LG는 주장한다. 배터리 공장에서 오랫동안 설계·장치를 구축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현장의 고급 인력을 1억원에 가까운 고액 연봉으로 유혹해 몰래 데려간, 영업기밀 침해라는 얘기다.
남은 건 두 회사 간 ‘합의’ 여부다. 이번 소송은 형사가 아니라 민사 분쟁이다. 즉, 일정한 금전 보상액에 서로 합의한다면 미국 판정문은 취하돼 효력이 사라진다. 그러나 한쪽은 수조원을, 다른 쪽은 수천만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하는 터라 합의 도달은 난관에 봉착했고, 양쪽 모두 국내는 물론 미국 백악관까지 가서 진을 치고 치열한 로비전·여론전을 펴고 있다.
SK는 현금 수조원을 합의금으로 물면 수익성과 장래 투자 재원 등을 고려할 때 국내외 배터리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SK는 2011년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주도로 충남 서산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으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동생이 주로 챙겨온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최 회장이 배터리 사업을 기필코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SK는 ‘이노베이션’을 표방한다. 조지프 슘페터는 특정 제품이나 산업을 개발하는 선구자를 ‘혁신가’(이노베이터)로 지칭하면서 “대담하고 모험적이고 활동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새로운 발명품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21세기 대표적인 혁신 제품이다.
거시경제학의 장기 경제성장 분석에서든 미시경제학의 개별 기업 수익성·생산성 분석에서든 성장의 원천은 투입 자원별로 요인이 분해된다. 대개는 투입량으로서 총노동(투입 총노동시간)과 총자본 각각의 생산 기여도, 노동자 1인당 보유하는 물리적 자본의 양, 이런 것을 다 빼고난 뒤 남는 이른바 ‘잔차’(residual)로 구분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 교수는 1950년대에 선구적인 두 논문(1956년·1957년) 작업에서 ‘솔로 잔차’, 즉 좀더 격식을 갖춘 용어인 ‘총요소생산성’(TFP)을 제시했다.
솔로는 1910~1950년의 미국 노동자 1인당 총생산 증가분 가운데 고작 13%만이 ‘노동자 1인당 자본’ 증가에 기인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발견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혁신과 기술이 진보한 덕분이라는 뜻이다. 전통적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의 물량 투입 외에 총요소생산성(혁신과 기술 진보)이 성장에 막대한 역할을 한다는 놀라운 주장이었다.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교수는 저서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2016)에서 “솔로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결과였다. 이 유명한 결과는 ‘자본주의에서 자본을 떼어내는’ 것 같은 충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두뇌가 근육을 대체하면서 경제에 일어난 중대한 변화상은 물리적 투입과 성장 사이의 오랜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는 것이다. 배터리 공장 숙련 인력들의 두뇌에 든 일종의 ‘생산성 높은 (혁신)기술’을 둘러싼 이번 분쟁은 여러모로 자못 흥미롭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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