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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부터 인터넷까지 전방위 제한 움직임
[TREND] 주목받는 프랑스 광고 반대 운동
[131호] 2021년 03월 01일 (월) 나이리 나아페티앙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에서 ‘반광고 운동’이 활발하다. 순환경제법, 공중보건보호법(에뱅법),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 등 현행 법률을 활용하고 새 법안을 제안하면서 광고 관련 규정을 개선하려 한다.

나이리 나아페티앙 Naïri Nahapéti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의 금융상업지구에 설치된 대형 샤오미 스마트폰 광고판. REUTERS

우편함에서 광고 전단 한 뭉치를 꺼내 버린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거대한 전자광고판이 시야를 가린다. 방금 구글에서 검색한 제품의 광고가 내 페이스북 화면에 뜬다. 짜증 나는 광고와의 술래잡기는 온종일 끝이 없다. 이런 현실에 맞서 법을 이용한 ‘반광고 운동’이 점차 늘고 있다. 관련 법률에 한계가 있으면 바꾸라고 외친다.
환경시민단체 ‘알테르나티바’(Alter natiba)와 ‘비폭력운동(ANV)-COP21’의 대변인 알렉스 몽베르네는 2019년 3월25일 ‘세계 반광고의 날’ 26시간 동안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몽베르네는 이날 운동가 40명과 함께 그랑리옹(프랑스 중동부 광역시) 시위원회의 건물 벽을 글로벌 광고 기업 제이시데코 쓰레기통에서 찾은 광고 전단으로 도배했다.
전자광고판을 금지하는 등 공적 공간을 지금보다 잘 보존할 수 있게 관할 지역 광고 규정을 개선해주도록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몽베르네는 공공재물 손괴죄로 최대 2년 이하 징역과 벌금 3만유로의 처벌을 받을 뻔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풀려났다. 그가 전단을 붙이는 데 쓴 풀이 물과 밀가루로 만들어져 재물손괴 혐의가 없는 것으로 인정됐다.
다른 환경시민단체 ‘제로웨이스트프랑스’는 광고 거부의 뜻을 담은 스티커 ‘스톱 ’(Stop Pub)을 우편함에 붙이는 운동에 집중했다. 1999년 환경단체연합 ‘프랑스자연환경’(FNE)이 처음 시작한 이 운동은 2004년에는 아예 공공정책으로 제정됐다. 제로웨이스트프랑스는 광고 거부 스티커를 무시하고 광고하는 업체에 규정 준수를 촉구하는 우편을 보낼 수 있도록 누리집에 우편 서식을 마련해놨다.

광고 거부 스티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 앵테르마르셰와 피자헛이 광고 거부 스티커가 붙은 우편함에 전단을 계속 넣자, 2018년 제로웨이스트프랑스는 이들을 스트라스부르법원에 고소했다. 두 업체엔 법률 위반에 따른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제로웨이스트프랑스의 법무담당 알리스 엘파시에 따르면, 이 단체의 노력으로 2021년 1월1일부터 광고 거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업체에 벌금 1500유로(약 200만원)를 물리는 조항이 ‘순환경제에 관한 2020년 2월 법률’에 포함됐다고 했다.
프랑스자연환경은 지역 자연환경 보존에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북서부 루아르아틀랑디크 지역의 퐁샤토시 근교에서 대형 유통업체 르클레르 광고판이 10개나 된다는 사실을 법원에 알렸다. 광고판 설치가 금지된 구역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찾은 것이었다.
2020년 7월 렌(광역)시 항소법원은 르클레르에 대해 7천유로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프랑스자연환경은 2019년에는 ‘앙제시 광고 규정’ 작성에 참여했다. 프랑스자연환경 법무팀의 벵자맹 오고마는 “앙제시 북부 진입로에 광고물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을 규정에 담은 것이 대표적 성과”라고 말했다.

광고 반대로 환경보호
광고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들이 현행법을 지렛대로 삼고 있지만, 여기에는 개선할 점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2020년 6월 두 보고서가 발표됐다. 하나는 ‘레지스탕스 아 라그레시옹 퓌블리시테르’(RAP)와 ‘레 자미 드 라 테르’를 비롯한 비정부기구(ONG) 22곳이 함께 작성한 ‘빅 코르포 보고서’, 다른 하나는 RAP와 기후행동네트워크(RAC), 그린피스가 ‘광고: 에뱅법을 위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보고서다.
2020년 1월,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자연환경에 좋지 않은 제품의 광고에 대한 규정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일부 화학비료와 농약의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사업할 자유’가 때때로 제한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에뱅법이 공중보건에 해로운 술·담배 광고를 금지한 것처럼, 환경에 해로운 물질로 돈을 벌기 어렵게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020년 12월8일 발표된 ‘퐁필리 법안’은 한계가 많다. 휘발유·경유 자동차, 장거리 여행, 에너지 고소비 전자제품, 패스트푸드 같은 제품의 광고를 금지하라는 기후시민협의회의 권고에도 해당 내용은 퐁필리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안은 화석연료(석유·가스) 분야만 광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대신 기후시민협의회가 제안한 대로 환경에 해로운 모든 제품에 ‘탄소지수’(제품의 생산·사용·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나타내는 지수) 표기를 의무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빅 코르포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르노 포사르는 그런 표시 의무가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다.
비정부기구 레 자미 드 라 테르의 칼레드 게지 대표는 전자광고판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자광고판은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고 만드는 데 희소금속이 필요해서다. 기후시민협의회도 같은 의견이지만, 전자광고판 금지 조항은 퐁필리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밖에도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RAP는 텔레비전 중간광고 개수 규정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한다.
프랑스에서 해마다 얼마나 많은 광고 전단이 수신자 의사와 상관없이 우편함에 배달되는지 봤더니, 그 수가 180억 개에 이르렀다. 종이 80만t이 쓰이는 셈이다. ‘빅 코르포 보고서’는 프랑스에서 광고 전단에 쓰이는 종이가 연간 종이 소비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며 한발 앞선 조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른바 ‘수신의 자유’ 원칙이다. 퐁필리 법안에도 명시됐다. 이 원칙에 따르면 수신자가 우편함에 광고 거부 스티커를 붙일 필요가 없어진다. 앞으로는 광고하는 사람이 광고 수신 승낙 의사가 표시된 우편함에만 전단을 넣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벌금이 부과된다.
‘더는 당하지 않는다.’ 비영리단체 ‘라 콰드라튀르 뒤 넷’(LQDN)을 이끄는 원칙이다. 인터넷광고 역시 탄소 배출 주범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018년 5월 유럽연합이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제정하자마자 LQDN은 프랑스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에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을 사용자 불법 추적 혐의로 고소했다.

   
▲ 광고를 거부하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 ‘스톱 ’. 프랑스 환경단체들이 시작한 이 스티커 보급 운동은 공공정책으로 자리잡았다. 프랑스 환경부 누리집

인터넷광고 차단
그 결과 2019년 1월 구글에 5천만유로(약 670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다른 업체는 유럽에 본사가 없어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 기업에 대한 소송이 실질적 효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고소 내용은 정보자유국가위원회에서 인정받았다.
정보자유국가위원회는 2019년 12월10일 구글과 아마존이 인터넷 사용 기록인 쿠키와 관련한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들 기업에 각각 1억유로와 350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법에 따라 모든 누리집은 첫 화면에 ‘쿠키 사용 모두 거부’ 버튼을 ‘쿠키 사용 모두 승낙’ 버튼과 나란히 띄워야 한다고 LQDN 활동가는 말했다. 방문자가 쿠키 사용을 거부했을 때도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프랑스에서는 인터넷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쓰는 사람이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20~30%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LQDN은 누리집에서 ‘유블록 오리진’ 같은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설치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LQDN은 다른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인 ‘애드블록’이 몇몇 광고를 허용하기로 일부 업체와 합의했다며 유블록 오리진을 추천한다).
퐁필리 법안이 광고 제한에 소극적인 이유가 뭘까. 르노 포사르의 설명은 ‘빅 코르포 보고서’가 내린 결론과 맞닿는다. 광고업체가 광고의 ‘정보 전달 성격’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브랜드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광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 광고로 모든 시장에서 전체 소비자 수가 늘었다”고 포사르는 말했다.
프랑스에서 320억유로에 이르는 광고 지출액이 소비 행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제품 광고에 제일 돈을 많이 쓰는 업계가 자동차 제조업이다. 미디어 기업은 어떨까. 에뱅법이 환경 부문까지 확대 적용되면 광고 수입 비중이 큰 미디어 기업에는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다. ‘빅 코르포 보고서’는 광고주에게 광고비의 5%를 세금으로 걷어 미디어 기업의 독립 지원에 쓰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안한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최근 광고업계가 경기부양에 광고가 효과적이라는 논리를 펼친다”(포사르)는 점이다. 2020년 11월 제로웨이스트 포아티에 지부 앞으로 광고 거부 스티커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의 전단이 배달되기도 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2월호(제409호)
Résister à l’invasion publicitair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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