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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혜택 챙기고는 주주가치만 우선
[ISSUE] 프랑스 대기업 ‘나홀로’ 성장
[131호] 2021년 03월 01일 (월) 마르크 슈발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40대 상장기업이 모국과 이어진 고리를 서서히 끊고 있다. 그래도 이들 기업이 예나 지금이나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마르크 슈발리에 Marc Cheval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 루이뷔통을 필두로 명품업체들이 기업가치 상위 40개 기업(CAC40) 전체의 시가총액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REUTERS

‘칵(CAC)40’은 코로나19 다음 장을 벌써 넘긴 걸까. 칵40은 파리증권거래소 시가총액 기준 상위 40대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프랑스 증권시장을 비추는 대표 주가지수다. 전 국민 이동제한령이 떨어지고 감염병 위기 이전에 기록한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잃은 칵40이 그 땅을 되찾고 있다.
2021년 1월8일 1조8320억유로 선을 스치며 2019년 말 1조8360억유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록을 냈다. 2019년은 프랑스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해였다. 수많은 경제학자가 기업 도산과 구조조정 파도가 휩쓰는 암울한 2021년을 내다볼 때, 프랑스 챔피언들은 모국의 경제 전망과 동떨어져 보였다. 국가 챔피언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사실 칵40의 ‘나홀로’ 성장은 과거 여러 차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12~2014년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지는 와중에도 칵40 주가지수는 고공 행진했다. 그래도 칵40은 여전히 투자자 사이에서 프랑스 경제를 진단하는 바로미터다. “시장 참여자는 칵40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프랑스 경제의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생각한다.” 프랑스 재경부 누리집에 있는 글이다.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할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칵40은 상장기업 100곳 가운데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 40곳을 모아 담은 장바구니다. 1987년에 생겼다. 여기서 가치가 높은 기업은 주식거래 규모가 큰 기업을 뜻한다. 각 기업의 무게는 유로존 최대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에 표시된 시가총액에 따라 정해진다. 유로넥스트에는 ‘독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있는데, 외부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위원회 소속 위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
유로넥스트 자문위원회의 목표는 칵40에 속한 대기업이 각각의 사업 분야를 대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바구니 내용물을 정기적으로 바꾼다. 단체급식 시장의 거인 소덱소와 세계 정유업체 테크닙FMC, 호텔업계의 큰 덩치 아코르가 2020년 칵40에서 쫓겨났다. 모두 코로나19로 기울어진 기업이다.
그 빈자리를 온라인결제 서비스업체 월드라인, 콜센터업체 텔레페르포망스, 운송설비 제조업체 알스톰이 꿰찼다. 결과적으로 칵40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전체 6%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시가총액 2조2천억달러에 이르는 애플에 견주면 칵40의 기술 부문 시가총액은 지푸라기에 불과하다. 애플 시가총액은 프랑스 40대 기업 모두를 합쳐도 못 따라간다.
칵40 안에서는 럭셔리 산업의 덩치가 가장 크다. 2020년 봄 럭셔리 산업의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컸는데도 에르메스 주가는 2020년 30%나 올랐다. 시가총액 2600억유로로 가장 많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과 케링그룹, 로레알의 시가총액까지 합하면 럭셔리 산업이 칵4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이른다.

대기업 자본의 국제화
프랑스 주식시장의 행복은 오래갈까. 경제위기 때는 어쩔 수 없다. 2월이면 프랑스 40대 기업의 2020년 결산보고서가 하나둘 나온다. 성과가 2019년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칵40 매출 총액은 1조3910억유로로,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57%에 이르렀다.
이제 이런 식으로 회계연도별 매출액을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들 기업 매출의 절반 가까이는 유럽 밖에서 생긴다. 회계컨설팅업체 언스트앤드영에 따르면, 칵40이 프랑스 시장에서 올린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대 초 30%에서 현재 15%까지 떨어졌다. 프랑스 대표 기업들은 1990년대 말을 기점으로 외국 시장 정복에 눈이 멀기 시작했다. 첫 번째 표적 시장은 개발도상국이었다. 개발도상국 경제성장률을 보면 칵40의 성장을 이해할 수 있다(2006~2019년 매출 22% 증가).
상황이 이러니 프랑스 대표 기업의 성과가 모국 경제와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얼토당토않은 성과를 두고 잡음이 생길까 우려한 경영진이 내놓는 해명도 맥락이 비슷하다. 물론 이번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피해가 (정도는 달라도) 칵40에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들 기업의 주가지수는 전세계 중앙은행이 들이붓는 유동성이 떠받쳐주고 있다. 싸게 빚내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 40대 기업이 프랑스 땅에서 뱃줄을 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주주 절반이 외국인이다. 프랑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국외 거주자’가 보유하는 칵40 주식 비율은 2019년 말 41%에 이르렀다. 주로 다른 유로존 나라(43%)나 미국(34%) 거주자였다.
이 비율도 최고치(48%)를 기록한 2013년에 견줘 한참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외국자본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부문은 기술과 이동통신이었다. 도저히 프랑스 경제성장 잠재력을 좋게 볼 수 없었다.
프랑스 대기업 자본의 국제화는 1980년대 말 시작된 민영화의 결과이자, 그 10년 뒤 기업 순환출자의 결말이다. 프랑스 기업은 국제 시장 진출에 드는 비용을 외국 투자자 주머니에서 찾았다. 외국자본을 쓰려고 영미식 자본주의 규범을 따랐다. 그 결과 단기 주주가치를 우위에 놓고,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하위 범주로 두었다.

   
▲ 테제베 고속열차가 서 있는 프랑스 벨포르의 알스톰 공장. 코로나19 여파로 대형 호텔체인 등이 CAC40에서 빠져 알스톰 등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REUTERS

주주 자본주의
주주 절반이 외국인이지만, 프랑스 40대 기업이 프랑스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프랑스 통계청(INSEE) 자료를 보면, 프랑스 대표 기업 50곳의 2018년 매출을 모두 합친 금액이 같은 해 제조업 전체 매출의 22%나 된다. 국내 임금노동자의 17%가 이들 기업에서 일하고, 국내 투자액의 33%가 이들 기업이 댄 돈이다. 수출액으로 따지면 45% 비중이다.
이런 경제 집중화 현상은 프랑스 말고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며 문제가 크다. 칵40에 이름 올린 기업은 지난날 국가를 대표하던 챔피언이 아니다. 과거 ‘영광의 30년’ 동안 프랑스 챔피언은 정부 지휘봉에 맞춰 나라 경제를 이끌었다. 테제베(TGV), 원자력발전 사업, 에어버스의 전신이 그때 탄생했다.
오늘날 프랑스 챔피언의 관심은 온통 주주에게 쏠려 있다. 다른 다국적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떻게든 나라에 세금을 덜 내려고 온갖 요령을 부린다. 그러면서 (교통·교육 등) 사회기반시설로 누릴 것은 다 누린다.
칵40에 올라간 이름은 공적 지원의 최대 수혜 기업 목록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프랑스는 10년 넘게 기업에 단비를 내려주고 있다. 연구를 위한 세액공제, 경쟁력과 일자리를 위한 세액공제(CICE), 법인세 감세 등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위기 초반에 꺼내든 부분적 실업수당 같은 특별 지원책도 있다.
기업은 쏟아지는 단비를 맞기만 하면 된다. 정부는 실질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 혁신, 공장 건설 같은 효과도 없었다. 칵40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국가대표로 큰 기업이다. 그런 기업에 보답을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2월호(제409호)
De quoi le CAC 40 est-il le nom?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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