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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이정표인가 차별적 제도인가
[ISSUE] 2021년 새 ‘기초연금’ 논란
[131호] 2021년 03월 01일 (월) 콜랴 루트치오 economyinsight@hani.co.kr

2021년 1월1일부터 독일에서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한국의 기초연금과는 다르다. 법정 연금액이 적은 사람에게 추가 지급하는 400유로 이하 추가 연금에 가깝다. 독일 정부는 “사회복지 정책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많은 독일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독일은 면제액제도를 함께 도입했다. 기초연금 등 연금 수령자가 노후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신청할 경우, 그 신청자가 33년 이상 일하고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경우라면, 실제 연금액 전체를 수입으로 간주하지 않고 상당 부분을 면제해 전체 금액을 낮춰 수입 상한선을 넘지 않게 하는 제도다.

콜랴 루트치오 Kolja Rudzio <슈피겔> 기자

   
▲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많은 중산층 가정이 무너지면서 독일에서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12월 1일 한 노숙인이 닫힌 상점 앞에서 담요로 몸을 감싼 채 웅크리고 있다. REUTERS

게르다 리델(69)은 기초연금에 희망을 걸고 있다. 동시에 기초연금에 분노하고 있다. 리델은 사회교육자이자 미술강사다. 이 일로 홀로 두 아이를 키워냈다. 아이 45명 규모로 방과후 돌봄센터(Hort)인 ‘개구리빌라’(Froschvilla)를 만들어 운영했다.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성과다. 이건 33년 규정에 얽매일 수 없다.” 33년, 기초연금을 받는 최소 연수다. 리델은 이 조건에 걸려 기초연금을 못 받을까봐 걱정이다. 이 돈이 그에게 당장 절실한데도 말이다.

   
▲ 후베르투스 하일 독일 노동부 장관(사민당 소속)이 2020년 6월10일 베를린 연방의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기초연금을 “사회복지 정책의 이정표”라고 내세웠다. REUTERS

계층 하락 겪는 독일 중산층
2021년 초까지도 학교에서 미술강사로 일하며 적은 연금액을 그나마 조금 올릴 수 있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불가능해졌으며, 이제 리델은 앞으로 전처럼 많이 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2020년 9월, 정원이 딸린 주택에서 나와 발코니도 없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리고 노후기초생활(연금과 다른 것으로, 노후와 병이나 사고로 노동능력이 감소할 때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해주는 제도) 수급을 신청했다. “지금까지 난 항상 중간계층에 속했다. 직업이 있었고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 노년이 되어 계층 하락을 겪고 있다.”
기초연금으로 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까? 많은 노인이 그렇듯, 리델도 기초연금으로 무엇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독교민주연합(CDU)과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이 그토록 오래 서로 싸웠던 법이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이다. 후베르투스 하일 노동부 장관(사민당 소속)은 연방의회에서 이 법이 통과될 때, 이 법이 이번 정부의 “중점적인 사회정책 개혁 프로젝트”라고 선언했다. 130만 명이 혜택받을 이 법을 놓고 “사회복지 정책의 이정표”라고 내세웠고, “노년 빈곤에 맞서 투쟁할 중요한 토대이며, 오랜 기간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이룩한 성과를 인정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초연금은 이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 기초연금은 힘들게 엮어놓은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는 개인이 납부한 연금보험료에 근거하는 일종의 연금이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어느 정도 예산이 있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사회적 이전’, 즉 사회복지지원금이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기초연금 지급 과정에서 어려운 형편을 심사하지 말고, 열심히 일했지만 수입이 적은 사람이 되도록 많이 혜택받게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기민련은 오로지 형편이 몹시 어려운 사람에게만 연금을 올려주자고 역설했다. 기초연금은 어떻게든 이 둘을 다 만족시켜야 했다. 그러다보니 기초연금은 복잡하고 모순적이고 많은 경우에 불공정한 것이 돼버렸다.
이 새 사회복지 지원금은, 일련의 조건을 충족하는 자만이 받을 수 있다. 조건에는 여러 소득 상한선과 이미 언급한 33년이 포함된다. 연금공단은 자체적으로 누가 기초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검토한다. 리델의 경우, 이 여성의 서류를 자세히 보면 33년이란 조건을 충족한다. 안드레아스 이리온이 따져봐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이리온은 법정 연금상담사인데 연금 수령과 관련한 온갖 의문 사항과 분쟁 문제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리델의 경우, 기초연금 해당 연수를 계산해보면 34년10개월이 나온다. 이 좋은 소식 뒤에 바로 나쁜 소식이 따라온다. 왜냐하면 상당한 기초연금 연수는 기초연금 산정 연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 말은 어떤 해에 연금 지급액이 너무 적으면 그해는 기초연금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리델에게 4.9유로(약 6500원) 연금이 주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리델은 이 사실을 알고서 기가 막혔다. 아니, 이게 정말 맞는가?
기초연금은, 이 개념이 암시하는 바와 달리, 특정 액수의 연금, 즉 일종의 최저연금이 아니다. 기초연금은 개인별로 따로 계산해 각자의 연금에 추가되는 할증액이다. 실제 이 금액은 아주 적을 수 있다. 연방정부는 흔히 혼자 사는 여성 플로리스트를 모범사례로 든다. 40년 동안 중단 없이 평균임금의 40%를 번 경우로, 법정 연금은 574유로인데 기초연금으로 418.83유로를 더 받는다. 기초연금을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경우로서 최고의 수령액에 도달했다. 따라서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극단적인 사례다.
대부분 사례에서 기초연금은 이보다 훨씬 더 적을 것이다. 독일 연금공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초연금의 평균액은 월 75유로다. 여기서 의료보험과 간병보험을 또 제하면 약 67유로가 남는다.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에겐 이것도 큰돈이리라. 그러나 기초연금이란 단어는 많은 사람에게 이와는 다른 금액을 연상해도 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이 새로운 사회복지 지원제도를 환영하는 평등복지연합회(독일의 민간 사회복지단체 연합체)에서도 이를 기초연금으로 부르는 것을 비판했다. 이 명칭은 실망을 불러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빈곤층은 기초연금에서 배제돼 있다. 독일 사회복지단체연합(VdK) 회장인 베레나 벤텔레는 “많은 사람이 33년 조건을 채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를 보면, 노후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의 90%는, 일해서 연금보험료를 적립할 수 있었던 기간이 33년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온다. 노년 빈곤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장기 실업, 병, 노동 불능을 꼽는다. 바로 그런 시기가 기초연금에서 제외된다.

   
▲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급할 예정인 일회용 보건 마스크가 2021년 1월 베를린에 있는 한 사무소에 쌓여 있다. REUTERS

빈곤 퇴치와 사회적 낙인 사이
독일 경제연구소 연금 전문가인 페터 한은 “기초연금은 노년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작은 한 걸음일 뿐”이라고 한다. 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율을 15.4%에서 13.4%로 낮출 뿐이다. “기초연금의 본래 목표는, 열심히 일했으나 연금액이 적은 사람들, ‘사민당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이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제도는 동시에 기초연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기초생활보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을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프란치스카 퀴퍼(76·가명) 경우처럼, 연금생활자 수백만 명은 그들의 노동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지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어떤 삶의 성과가 실제 인정받을지를 놓고 앞으로 수주, 몇 달간 많은 토론이 있을 것이다. 퀴퍼는 14살 때 정육점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 뒤 요리사로, 뷔페 조리사로 교육받았다. “뷔페 혹은 핑거푸드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교육비는 내가 부담했다.” 당시 직업학교에서 수업한 뒤 또 일하러 갔기에, 하루 평균 12~13시간 일했다. “우리는 고된 훈련을 받았다.”
퀴퍼는 결혼해 다섯 아이를 낳았으나, 남편이 43살에 사망해 아이들을 홀로 키웠다. “사회보조금을 받은 적 없이 항상 일했다.” 뮌헨에 올림픽시설이 들어서자 거기서 구내식당을 경영했다. 한동안 뮌헨시 모사하 지역에 ‘안덱서 슈투벤’이란 이름으로 자기 소유의 음식점도 운영했다. 수년간 미디어 기업인 레오 키르히 소속의 영화카지노를 경영했다. 거기서 배우들을 만나 비용이 얼마가 들든 리셉션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키르히 회사가 쓰러지고 퀴퍼는 일자리를 잃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했다.
현재 퀴퍼는 연금으로 1075유로와 주거보조금으로 115유로을 받고 있다. 의료보험료로 200유로, 집세(주택협동조합의 주택) 550유로, 전기요금, 전화요금, 기타 보험료 등 고정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약 300유로가 남는다. “이 돈으로는 제대로 생활할 수 없다. 그저 세제나 사고 식비로 쓰면서 생존할 뿐이다.” 퀴퍼는 불평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하루하루가 투쟁”이라고 한다.
기초연금이 퀴퍼에게 도움이 될까? 첫 번째 대화를 나눌 때 퀴퍼는 회의적이었다. 그의 수입은 기초연금을 받기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혼자 사는 경우, 수입이 거의 1800유로가 되어도 기초연금 명목으로 추가액을 받을 수 있다. 35년간 연금보험료를 적립한 연금수급자와 비교하면, 그들이 받는 순수입액(사회보험료 등 제외) 평균치는 현재 1269유로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기초연금은 평균 이상 높은 연금을 받는 사람도 대상으로 함을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사회보장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진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 기초연금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퀴퍼는 사회복지단체연합에서 상담받았다. 바이에른주의 이 단체 법률부장 다니엘 오버디에크가 퀴퍼의 사례를 검토했다.
자녀가 있으면 10년까지 기초연금연수에 고려되기 때문에 언뜻 유리할 것 같았다. 그러나 오버디에크는 이 자녀 5명을 둔 어머니의 기초연금연수가 29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따라서 퀴퍼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퀴퍼가 육아 기간에도 계속 독립적으로 일했기에, 많은 경우 자녀 양육 연수가 고려되지 않는 점이었다. 그 기간 집에 머물렀거나 단순히 450유로짜리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경의 연금’(Respektrente·기초연금을 말함)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게 공정한 것인가? 기초연금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일찍부터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퀴퍼 사례뿐이 아니다. 똑같은 액수로 연금을 부어도 훗날 연금 수령액이 다르다. 연방 헌법재판소의 전 의장, 한스위르겐 파피어는 무엇보다 “불균형, 불평등을 초래하는 시스템 붕괴”를 경고했다. 독일 연금공단의 전 대표 프란츠 룰란트는 “헌법에 위배되는 차별”임을 경고했다.
기초연금은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법원에 송치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판결이 날지는 모른다. 독일 연방정부의 자문기관으로서 노조, 기업인 그리고 학자들이 참여하는 사회복지자문회까지도 기초연금은 동일한 삶의 성과를 “지극히 차별적으로” 평가한다고 단정한 바 있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33년이란 한계로 수십 년간의 노동이 어떤 경우에는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수입을 따지는 방식이다. 자기 삶의 성과가 인정되는지의 문제를 배우자 수입에 의존해서 본다. 더 나아가, 사회복지자문회가 지적하듯이, 노동을 더 많이 하고 사회보장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꾸려간 것이, 기초연금 형태의 인정을 더 적게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많은 소액의 ‘알바생’은 기초연금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발적으로 연금보험료를 낼 수도 있다. 연금상담가 이리온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계산해봤다. 평균수명을 전제했을 때, 손실은 2만5천유로에 이를 것이다. 정반대 경우도 있다. ‘소액 알바’야말로 균형에 어긋나는 연금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영악한 자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할 것이고, 이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은 손해를 봤음을 사후에야 알고 감수해야 할 것이다.
늦어도 연금 수령자 수백만 명이 지급명세서를 손에 쥐었을 때가 되면 불투명한 기초연금제도에서 ‘무엇이 공정한가’ 하는 문제가 새로운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는 아직 수년이 더 걸릴 것이다. 기초연금 규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초연금을 계산하려면 국세청과 데이터를 비교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납부한 보험료가 특정 액수를 초과하는 달만이 계산되기 때문에 연금공단은 2600만 연금 수령자의 이력서를 월별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 모든 것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수백 가지 설명해야 할 문제가 정리되지 못한 까닭에 아직 사용할 수 없다. 첫 명세서가 발송되기까지 앞으로 약 6개월이 더 들고, 모든 연금계좌의 검토를 마치는 것은 2022년 말까지로 계획됐다. 기초연금은 2021년 1월부터 소급해서 지급될 것이므로 (연금 확정이 늦어진다고 받아야 할) 돈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기초연금제도와 함께 통과된 새로운 면제액제도(Freibetrag)의 경우 소급해서 적용되지 않는다. 33년간 삶의 성과를, 즉 33년간 일하고 연금보험료를 납부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는 리델과 같은 노인은 면제액제도를 통해 수입이 조금 더 늘 수 있다. 면제액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신청 자격이 안 됐던 연금 수령자도 이 노후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인이 담당 부처에 신청해야 할 것이다.

   
▲ 프란치스카 기페이 독일 연방 가족부 장관이 베를린 철도역 근처에서 기독교 자선단체가 시행하는 무료 배식에 참여해 노숙인 등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REUTERS

복잡하고 모순적인데다 큰 행정 비용도
기초연금은 복잡할 뿐 아니라 모순적이며, 특히 행정 비용이 많이 든다. 보통 독일 연금공단은 전체 연금 지출의 1.3%만을 행정 비용으로 쓴다. 기초연금의 경우는 다르다. 관계 부처는 첫해의 행정 비용으로 약 24%를 예상한다. 둘째 해부터는 13%, 즉 보통 연금 행정 비용의 10배가 드는 것이다. 새롭게 추가되는 지출 항목으로 적으나마 꼭 필요해 보이는 게 있다. 담당 기관은 기초연금 홍보 캠페인을 계획했는데, 그 목표는 내용을 정확히 알려서 “기대하는 바가 현실적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 Die Zeit 2020년 제54호
4,90 Euro gegen den Absturz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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