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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에 꽃길 열릴까
[CULTURE & BIZ] 글로벌 OTT업체 잇따라 한국 상륙
[131호] 2021년 03월 01일 (월)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일본에서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tvN 화면 갈무리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드라마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례없는 봉쇄, 격리 등의 조처를 단행했다.
어쩔 수 없이 ‘집콕족’이 된 많은 사람이 넷플릭스, 웨이브 등의 이용을 늘려 OTT 산업은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은 글로벌 OTT 업체들이 2021년 우리나라에 속속 진출할 것으로 예고돼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아직 OTT란 단어가 익숙지 않은 사람도 많다.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컫는다. 다양한 단말기로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드라마 등을 내보내는 서비스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미 많이 보급된 IPTV도 OTT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의 IPTV도 인터넷으로 유·무료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IPTV는 자사 통신망만 사용하기 때문에 OTT로 분류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유튜브,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OTT는 어느 업체의 인터넷망에서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OTT는 네트워크와 무관하게 해외로도 확장 가능하다. 우리가 미국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손쉽게 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IPTV는 자사 망을 해외에 깔지 않는 한 해외 진출이 어렵다.

   
▲ 미국에서도 시청률 상위권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의 한 장면. 넷플릭스 화면 갈무리

개인 중심 시청
OTT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외에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첫째, TV 시청 형태가 ‘개인’ 중심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온 식구가 거실에 모여 TV를 함께 보곤 했다. 가구 단위 TV 중심 플랫폼인 IPTV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지상파 등 실시간 방송을 보려면 IPTV가 필수적이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으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할 때 보려고 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시간 제약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드라마만 몇 편씩 몰아보는 것에 친숙하다. 다양한 단말기에서 이용하기 좋은 개인 플랫폼인 OTT는 이런 변화에 잘 맞았다.
다음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편리한 과금 체계다. OTT에도 무료(광고 기반)나 콘텐츠 단위 과금 등 여러 방식이 있다. 최근 성장한 넷플릭스 등은 대부분 월정액 기반이다. 월 회비를 내고 보고 싶은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한다.
특히 요금제에 따라 2~4명의 계정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하나의 계정을 여러 명이 공유하면 비용은 줄어들지만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는다. 내가 본 목록이 공유되고, 다른 사람의 취향 콘텐츠가 추천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가입자에게 여러 계정을 제공하면 해결된다. 가족에게도 이 방식이 유용했다. ‘나’만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 부모 지갑을 열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도 각자 계정으로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니 ‘윈윈’인 셈이다.

아시아 시장 공략 무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연평균 26%씩 늘어 2020년에는 7800억원을 넘어섰다. 2020년 말 전세계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한 OTT 세계 1위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강세다. 2020년 12월 기준(닐슨코리안클릭 통계) 우리나라 OTT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 816만 명, 웨이브 370만 명, 티빙 279만 명, 시즌 190만 명, 왓챠 150만 명 수준이다. 물론 중복 이용자도 있다. 최근 넷플릭스 실적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의 시장 확장이 가장 두드러진다.
한국 시장이 이렇게 역동적으로 변화하자 유수 글로벌 OTT들이 앞다퉈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콘텐츠 군단을 등에 업은 디즈니플러스가 2021년 한국 진입을 공식화했다. HBO맥스, 애플TV플러스 등도 연내 진입 가능성이 크다. 한국 시장도 중요하지만 아시아 시장을 확대하려면 한국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 ‘케이(K)드라마’로 3차 한류를 일으킨 넷플릭스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각국에서 서비스가 뿌리내리려면 그 나라 콘텐츠가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국내 콘텐츠 투자액을 조금씩 늘리며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왔다. 2020년 투자에 참여한 <킹덤> <사랑의 불시착> <더킹-영원한 군주> <이태원클라쓰> 등 다수의 K드라마가 국내와 아시아권에서 크게 히트함으로써 한국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시아 시장 공략에 한국 콘텐츠가 요긴하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글로벌 OTT 덕분에 K드라마가 세계로 널리 퍼져나간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드라마는 소개의 어려움, 나라별 자막 제작 등 들이는 품은 많지만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려워 수출이 까다로운 상품이었다. 그런데 제작비도 대주고 세계시장에 판매까지 해주는 큰손 물주, 발 넓은 유통업자 OTT를 만난 것이다. 언론에선 K드라마가 드디어 ‘물 만났다’는 희망찬 기사가 넘쳐났다.
하지만 어디나 부정적 측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동안 편성권을 쥔 방송사와 대등하지 못한 관계 속에 빠듯한 제작비에 쪼들려온 드라마 제작업체들은 새로운 투자·유통 업체의 등장이 반갑다. 드라마 제작비는 치솟는 반면 TV 시청률 하락으로 방송사가 제공하는 제작비가 넉넉지 못했던 터라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2021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0위권에 오른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10부작에 모두 300억원, 회당 3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그런데 한국 방송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6억~7억원, 16부작이면 모두 100억~120억원이다.
만약 방송 편성만 된 상태에서 더 많은 제작비가 들어야 한다면 제작사가 엄청난 간접광고(PPL)를 조달해야 한다. 종영이 다가올수록 국내 드라마들이 PPL 대잔치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려한 작가진과 배우를 갖춘 고품질·고비용 드라마를 만들려는 제작사들은 OTT를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얼마 되지 않는 히트 작가, 유명 배우들도 이런 드라마에 집중한다.
갈수록 한국 방송사 제작 드라마와 OTT 투자 드라마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 눈높이는 대작 드라마 기준으로 점점 올라간다. 결국 볼 만한 드라마는 모두 OTT 투자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 현상이 첨예해지는 것이다.

수출 성과 해외로
누가 투자하든 질 높은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주로 CJ 계열의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스튜디오를 통해 드라마 제작을 해 판단이 더 어렵다.
넷플릭스는 2020년부터 3년간 드라마 21편을 공급받기로 이들 제작사와 각각 계약했다. 두 회사를 통해 연간 14편의 한국 드라마에 투자하고 넷플릭스에도 함께 내보낸다. 이 드라마들은 대부분 국내 케이블에서도 방영했다. 하지만 OTT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이 점점 늘어나 좋은 드라마는 OTT에서만 보게 될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한국 드라마 산업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드라마 해외 수출의 경우 수출 지역이 늘어날 때마다 수익도 함께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OTT에 투자받고 판권을 넘겨버리면 제작사에 더 돌아오는 몫이 없다. 300억원을 투자받은 <스위트홈> 제작사는 전세계 2200만 유료 가입자가 <스위트홈>을 시청했지만 추가 수익을 얻지 못했다.
이렇게 수출 창구가 글로벌 OTT로 고착되면 드라마 제작사들이 제작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 해외에서 얻은 성과는 모두 글로벌 OTT가 챙긴다. 산업 내부에 자본을 축적하지 못한 채 유통 자본, 그것도 외국자본에만 기대는 성장은 매우 불안하다. 과거 화려했던 홍콩 영화 산업이 한순간에 몰락하게 된 것도 홍콩 반환을 기점으로 투자 자본이 돌아섰기 때문이다. 어떤 자본도 영원한 제휴를 약속하지 않는다.
국내 업계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국내 OTT 성장으로 좋은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결실도 국내로 순환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안다. 이를 위해 웨이브, 카카오TV 등은 각각 3년간 매년 1천억원씩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콘텐츠 투자에는 돈이 퍽 많이 든다. 2020년 국내에 3331억원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2021년에만 8400억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국내 OTT들이 해외에서 우리 드라마를 소개할 정도로 성장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다.
그럼에도 제작사들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힘을 얻을 전망이다. 투자자가 늘어나 투자 경쟁도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청 기지로 전락하리라는 우려와 달리, 제작비 이상의 몫을 주장하거나 OTT를 선택하는 콧대 높은 제작사도 생길 터다. 부디 이 격변의 시기를 잘 거쳐 그런 제작사가 늘어나길, 그 과정에서 넘어지지 말고 튼튼한 몸으로 성장해 탄탄한 생태계도 갖추길 기원한다.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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