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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성장, 두 토끼 다 잡겠다”
[Cover Story]인터뷰/윤종원 기획재정부 국장
[10호] 2011년 02월 01일 (화) 조계완 economyinsight@hani.co.kr

조계완 국내편집장

연초부터 물가 상승이 한국 경제의 큰 이슈로 등장하면서 정부가 잇따라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지난 1월17일, 물가 대책을 총괄하는 윤종원(51)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만났다. 윤 국장은 인터뷰에서 “올해 5%대의 성장과 3%대의 물가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가 우리 경제에 존재한다.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국제통화기금(IMF)에 한국 대표로 나가 있었던 경제학 박사다.

   
 
정부 경제팀이 지금 국내 인플레이션 문제를 최우선 거시 안정정책으로 표방하면서 총력 대응하는 양상이다. 기업뿐 아니라 동네 밥집들도 메뉴판을 교체해 가격을 인상하려는 기대심리가 심각한 수준으로 퍼지고 있다.
조금씩 그렇게 퍼져가고 있는 양상이다. 식료품은 수요가 굉장히 비탄력적인데, 서울 시내에 가보면 최근 식당마다 500원, 1천원씩 가격을 올렸다. 우리 동네는 아직 그 정도로는 안 오른 것 같다. 가격 수요에 덜 민감한 여의도 같은 지역부터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기 전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누르려고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볼 때, 다른 사람들이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면 자신도 가격을 올리게 마련이다. 인플레가 한번 길을 잡고 자기실현적 모습으로 가버리면 고삐를 잡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정부가 연초부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근의 국내 물가 앙등 조짐과 관련해 미국의 2단계 양적 완화(QE2)에 따른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최근 물가 불안이 전적으로 양적 완화 조처 때문은 아니겠지만, 양적 완화가 유가를 포함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요인에 작용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재고 측면을 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 능력도 괜찮고, 국제 원자재 재고량도 어느 정도 오른 수준에 있기 때문에 재고 쪽에서 쇼크가 오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미국의 양적 완화 조처로 유동성이 대폭 풀리면서 넘쳐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고, 달러 약세에 따라 달러를 받고 물건을 파는 쪽에서는 글로벌 구매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구매력 보전 차원에서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향후 괜찮아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제대로 안 먹힌다면 올해 연평균 4%대의 물가 상승도 배제할 수 없는가?
지난해 12월 물가지수가 3.5%였는데, 1월 들어 그보다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4%대를 안 넘어가면 좋겠는데 좀더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이건 올해 1분기에 대한 얘기이고, 연평균치로 4%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수준 물가(경제에 존재하는 생산요소를 완전고용했을 때 인플레이션 없이 산출 가능한 잠재GDP가 있고, 이에 대응하는 물가수준)는 3%대이고 잠재수준 성장률은 4∼5%대이다. 현재 추진하는 물가 대책이 효과를 볼 경우 4%대의 물가 상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최근의 통화증가율을 고려하더라도 4%대의 물가 상승은 예상하기 어렵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적당하게 낮은 인플레이션’은 바람직하다면서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은행에서 목표로 표방하고 있는 경기 중립적 물가수준이 3% 정도인데, 이를 벗어나는 인플레이션의 해악은 상당히 크다. 잠재수준 물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올해 5%대의 성장과 3%대의 물가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가 우리 경제에 존재한다.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물가 상승 수준이 4%에 접어들면 우리 경제의 안정이 흔들리게 되고, 민간 경제 참여자 사이에 향후 물가 전망이 불확실해진다. 게다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역시 깨져버린다. 특히 최근의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신선식품에서 20% 넘게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부자에게 특히 불리하다고 하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은 서민일수록 더 크다. 부자야 물가가 좀 오른다고 크게 어려워지겠는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강력하게 나서면 성장 둔화와 실업 증가가 발생할 수 있는데, 물가상승률이 2%일 때와 4%일 때의 차이를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피부로 느낄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높은 물가수준이 자기 확대 과정을 거치면서 지속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과의 상충관계 때문에 성장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거시경제 정책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에 대한 선택 문제가 대두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물가가 제 갈 길을 막 잡으려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성장과 물가, 이 두 마리 토끼가 제각각 다른 길로 가기 전에 붙여놓으려고 초동 단계에서부터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되면 낮은 물가라는 ‘좋은 균형’에서 경제가 일시에 ‘나쁜 균형’으로 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원천이 원유와 국제 곡물 등 원자재 상품시장(공급 쪽 요인)에 있다면,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금리·환율 등 국내 가격 변수를 조정하는 금융정책 측면에서 대응해봤자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 경제가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주어진 가격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대외 공급 측면에서 가격 충격이 왔을 때 유연하게 가격을 조정하면서 같이 갈 수밖에 없는데, 그 충격을 국내 경제가 재정이나 환율 등 다른 측면에서 감당하면서 흡수하려면 기회비용이 더 클 수 있다. 국제 유가에서 충격을 받았는데 경제가 그대로 있으면 우리 몸이 더 아프다. 적응하면서 조정해야 한다. 다만 가격이 비대칭적으로, 즉 국제 유가 상승 수준 이상으로 오르는지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최근 ”주유소 행태가 묘하다”고 했는데, 국내 기름값은 경쟁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시장구조를 가졌다. 국내 4개 메이저 정유사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면 수입을 통해 들여올 수 있는 경쟁 압력이 없다. 그래서 정부가 기름값 결정구조를 한번 들여다보는 중이다.
경기회복으로 총수요 쪽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수준인가?
수요 쪽의 물가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곡물 이외의 농산물과 석유류 등 외부 충격에 의해 급등락하는 품목을 제거한 뒤 산출하는 물가지수) 지수가 지난해 말 1.9%였는데, 점차 3% 정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본다. 즉, 총수요 쪽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다고 말하기 어렵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이것이 자산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수요에서도 물가 압력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우리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잘한 것으로 본다. 2010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6.2%인데 경기가 잠재수준 이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임금이나 소득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것도 물가 대책을 마련한 이유 중 하나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식료품 중심으로 가격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 이런 대응으로 일반 물가수준을 안정시킬 수 있는가?
설탕·밀가루·치약·칫솔·아이스크림 등 우리나라 대다수 품목은 서너 개 업체가 시장을 독과점하는 가격결정 구조를 띤다. 유효한 시장경쟁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심리에 편승·담합해 국제 원재자 가격의 원가 부담보다 더 많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른 부문까지 인플레이션 피해를 입게 만드는 것이다. 공정위가 물가 당국은 아니지만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면서 물가가 비합리적으로 지나치게 오르는 건 살펴봐야 할 책임이 있다. 가격조사 대상 품목은 100여 개가 되는데, 그때그때 품목을 바꿔가며 점검한다. 물론 정부가 할당관세 인하 등으로 해외 쪽의 가격 충격을 흡수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공요금 동결이 물가 안정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
공공요금은 서민 생활과 밀접하고 물가 산정에서 공공요금의 가중치가 16%에 이르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 물론 중앙 공공요금은 계속 동결할 수 없다. 공공부문이라고 굶어죽을 수 없지 않은가. 다만, 당분간 동결하거나 가격 상승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방 공공요금은 좀 다른 문제다. 과거에 지방선거가 있으면 한두 해 전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격을 안 올리다가 선거가 끝난 뒤 한두 해에 걸쳐 확 올리곤 했다. 지방 공공요금은 중앙정부 재원을 유인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즉, 지난해 교부금을 110억원 정도 줬는데, 올해는 별도로 500억원을 조성했다. 물가 안정을 잘 시키는 지자체일수록 더 많이 지원할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도 지방 공공요금 수준을 평가에 반영해 적용할 생각이다. 또 지방 상하수도나 버스요금 등을 전부 공개해서 자치단체 주민들이 ‘왜 우리는 상수도 요금이 더 비싸냐’고 압력을 가하도록 만들 것이다.
기업들은 “정부가 가격을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틀어쥐려 한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하는데.
앞서 말했지만, 일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해 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이에 편승해 지나치게 많이 올리는 게 문제다. 지난해 12월 설탕 가격이 9.8% 오른 뒤 음료 가격이 4∼7% 덩달아 올랐다. 설탕 가격이 10% 정도 오르면 음료는 원가구조를 볼 때 가격 상승 요인이 1%도 채 안 된다.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동안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5%를 달성하려고 원화가치 절상을 방어해왔다. 이젠 물가 대응 차원에서 고환율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정부가 물가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환율을 옭아맸는데, 이것이 외환위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도 있다. 물가 때문에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정부가 계속 국민에게 ‘성장’을 얘기하면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오히려 더 확산되는 건 아닌가?
지금 굳이 성장하기 위해 물가를 희생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5% 안팎이 다른 경제연구기관보다 다소 모험적인 면도 있지만, 미국의 경제회복 등을 감안해 이런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자산가격 쪽은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통화정책을 펼 때 자산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도, 경제에 정말로 자산 ‘버블’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복지 논쟁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날 만한 경제 발전 단계에 들어서 있는가?
복지 논의를 하는 건 괜찮다고 본다. 다만 우리가 중시해야 할 것으로 한쪽에 시장소득이 있고, 다른 쪽에 복지급여까지 고려한 사후 가처분소득이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경제는 아직 시장소득이 좀더 커져야 할 단계라고 본다. 복지를 통해 시장소득을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건 도덕적 해이를 불가피하게 발생시키고, 특히 재정 부담을 키우게 된다. 국가 채무가 GDP의 30%고, 재정 적자가 GDP의 3%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정을 통해 더 많은 복지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는데, 우리 경제는 가만히 있어도 고령화 때문에 재정 적자가 상승하게 돼 있다. 또 지금의 복지 논쟁은 표를 의식한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 복지는 우리 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성장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측면을 감안해야 하고, 특히 재정건전성 확보를 중심에 놓고 논의해야 한다.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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