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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장실 휴지가 아니다!”
[LIFE] 독일 마트 계산원의 ‘계산대 일지’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루이제 바르트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소도시 시내에 있는 평범한 할인마트다. 계산대 3개가 있고, 하루 손님은 최대 3천 명에 이른다. 영업시간은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다. 이곳에서 검은 머리의 묵직한 음성을 지닌 젊은 여성 루이제 바르트(가명)가 주 35시간 일한다. 그는 건조한 블랙유머(사회 풍자 유머)를 구사하고, 계산대에서 일할 때는 두꺼운 재킷을 입는다.
그의 옆에는 물병과 손소독제가 놓여 있다. 천장에서 계산대까지 설치된 플라스틱 가림막이 계산원과 손님을 안전하게 분리해놓았다. 마트 출입문은 잠시도 쉴 새 없이 열리고 닫힌다. 바르트의 하루 휴식시간은 30분 정도다. 퇴근 뒤 그는 일과를 노트에 기록했다. 그는 이를 ‘계산대 일지’라고 한다. 바르트는 그 기록을 <차이트>에 보냈다. 그는 마트 계산원에게도 존엄이 있다며 “나는 화장실 휴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루이제 바르트 Louise Barth 자유기고가

   
▲ 2020년 4월29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계산대 직원이 웃고 있다. REUTERS

2020년 11월9일 월요일
할인마트에 새로운 보안직원이 왔다. 보안직원은 원래 경비 업무를 하지만, 요즘은 고객에게 쇼핑카트를 하나씩 사용하도록 감독하는 일을 한다. 쇼핑카트가 모두 사용 중이면, 다음 손님은 쇼핑카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방정부가 내린 지시사항이다.
새로 온 보안직원은 아주 말랐고 20대 중반으로 보인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그는 자신의 업무에 ‘진지하게 임한다’. 오늘 보안직원은 쇼핑카트가 없다는 이유로 심지어 계산원인 나조차 마트 입장을 막았다. 당장 오후 2시에 계산대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데, 내가 애태우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잠시 승강이를 벌인 뒤에야 그는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겨우 매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나는 진열대에 물품을 채워 넣는 동안, 쇼핑카트 없이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보안직원에게 달려가 “왜 쇼핑카트 없는 사람도 매장에 들여보냈냐”고 물었다. 보안직원은 고객의 키를 기준으로 쇼핑카트 소지 여부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 Die Zeit 2020년 50호
Ich bin nicht euer Klopapier!
번역 김태영 위원

* 2021년 2월호 종이잡지 63쪽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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