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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출신 거물들의 신경전
[BUSINESS] 내우외환 중국 SMIC- ① 내부 갈등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허수징 economyinsight@hani.co.kr

허수징 何書靜
뤄궈핑 羅國平
<차이신주간> 기자

   
▲ 2020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엑스포(IC China 2020)를 찾은 관람객들이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 홍보관을 구경하고 있다. REUTERS

2020년 과학기술 벤처기업 증시인 커촹반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했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中芯國際集成電路製造有限公司)에선 미국 정부의 제재와 내부 인사이동으로 충격이 작지 않았다.
2020년 12월15일 SMIC는 HSMC(武漢弘芯半導體製造有限公司) 파문에 얽힌 대만 반도체업체 TSMC 출신의 반도체 분야 원로 장상이를 부회장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30분 만에 연구개발을 총괄하던 량멍쑹 공동 최고경영자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알렸다. 그는 장상이의 부회장 임명을 결정하는 표결에서 유일하게 기권한 인물이었다.
인사이동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미국의 본격 제재가 결정됐다. 이전에 두 차례 ‘가벼운’ 제재 조처를 발표했던 미국 정부가 SMIC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Entity List)에 추가했다. SMIC가 공략하는 미세공정 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이었다. 최고 7천억위안(약 120조원)까지 치솟았던 SMIC의 A주 시가총액이 2020년 12월24일 30% 이상 격감했다.

잇따른 충격
반도체공장은 장비는 물론 소모품까지 사실상 미국 기술의 통제를 받는다.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웨이퍼공장에서 쓰는 장비의 제조사를 보면 미국 기업의 비중이 높고 미국 기업 한 곳이 독점 공급하는 소모품도 있다고 말했다.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면 생산능력을 늘릴 수 없다. 소모품이 떨어지면 정상적인 작업도 보장하기 어렵다.” 모건스탠리는 연구보고서에서 SMIC가 3~6개월 작업 분량의 재고를 비축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추가된 뒤 SMIC는 10나노미터(nm) 이하 미세공정의 개발과 생산설비 구축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미세공정은 아직 SMIC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연구개발과 미래 사업계획의 중심이다. 이 기술은 SMIC가 반도체 제조와 패키징 분야에서 TSMC나 삼성과 시장을 나눠가질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중국 반도체 제조 부문의 미래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SMIC는 2020년 커촹반에서 500억위안을 조달한 덕분에 중국에서 유일하게 14나노공정이 가능한 반도체 위탁제조업체가 됐다.
SMIC에서 미세공법 연구개발을 직접 책임진 사람이 량멍쑹 최고경영자다. 그가 사직 의사를 밝히자, 외부에서는 SMIC가 노선을 조정해 미세공정의 개발 속도를 늦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SMIC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량멍쑹의 사직은 경영진 내부의 감정적 대립이란 측면이 강하다. SMIC는 미세공정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량멍쑹이 회사에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나노공정의 추진 속도가 느려지겠지만 SMIC는 미세공정을 지속할 것이다. 칩렛(Chiplet)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인사 문제는 핵심이 아니다. 장상이 부회장이 칩렛을 맡고, 량멍쑹 최고경영자가 미세공정을 추진하며, 저우쯔쉐 회장이 시장을 책임지는 역할분담이 가능하다.”
장상이 부회장이 미는 칩렛은 반도체 제조 분야의 새로운 기술이다. 회사마다 정의가 다르지만, (자동차부품의 모듈화처럼) 다양한 반도체 기능을 모듈로 만들어 패키징하는 웨이퍼 하나에 서로 다른 기술, 다른 공정, 심지어 다른 공장에서 만든 반도체칩을 쓸 수 있도록 세분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에선 칩렛 기술이 반도체 설계에서 △지식재산권(IP)을 재활용하고 △생산비용을 낮추며 △수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평가한다.

‘반도체 아버지’의 복귀
SMIC가 계획한 새 경영진 구성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12월15일 오후, SMIC 이사회는 장상이를 부회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의 표결을 진행했다. 량멍쑹 최고경영자는 이유 없이 기권했고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량멍쑹은 12월9일 아침, 즉 이사회가 소집되기 일주일 전에야 저우쯔쉐 회장의 전화를 받아 장상이 부회장의 영입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회사에서 존중받고 신뢰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장상이 영입 전까지 SMIC는 저우쯔쉐 회장, 자오하이쥔·량멍쑹 공동 최고경영자, 가오융강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경영진을 구성했다. SMIC가 발표한 이사회 구성원 서열을 보면, 장상이가 저우쯔쉐 회장 다음이었다. 량멍쑹이 장상이에게 업무보고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70대 중반인 장상이 부회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45년 동안 근무했다. 특히 위탁생산 분야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1997년부터 TSMC에서 근무했고, 2013년 퇴직 뒤 2년 동안 TSMC 회장 고문을 맡았다. 장상이는 TSMC에서 연구개발을 총괄하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0.25미크론(㎛)에서 16나노 핀펫(FinFET)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술을 개발해, 기술을 따라가기에 바빴던 TSMC가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2016년 12월 독립이사로 SMIC 이사회에 합류한 장상이는 3년 임기를 채운 뒤 사임했다. SMIC를 떠난 장상이는 HSMC로 자리를 옮겼다. 이 행보는 업계의 주목을 받아 이름 없는 반도체기업이던 HSMC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는 1년도 지나지 않아 HSMC 사장과 최고경영자 등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HSMC 공장 건축을 둘러싸고 건설회사와 소송이 벌어졌고, 자금이 조달되지 않아 시공이 사실상 중단됐다.

   
▲ 2020년 말 SMIC에 부회장으로 영입된 반도체 업계 원로 장상이(왼쪽)와 이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힌 량멍쑹 SMIC 공동 최고경영자. 시나닷컴 누리집

엇갈린 평가
“장상이 부회장은 능력이 남다르고 역량이 풍부해 SMIC에 필요한 인물이다. SMIC로 이직하면 자기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다.” SMIC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적어도 TSMC에 있을 때 거둔 성과를 보면 장상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장상이가 TSMC 연구개발팀을 이끌 때 보여준 지도력과 안목, 결단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1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아시아의 별 50인’에 오르기도 했다.
60대 후반인 량멍쑹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36년 넘게 근무했고,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이다. 1992~2009년 17년 동안 TSMC에서 연구개발을 맡았다. 1997년 장상이가 TSMC로 영입돼 연구개발팀을 이끌 때 량멍쑹은 그의 부하 직원이었다. 2011년 량멍쑹은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을 맡았다.
노련하고 신중한 장상이가 TSMC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아버지’로 불린 것과 달리, 량멍쑹은 천재형 연구원으로 평가받았다. 삼성전자로 이직한 뒤에도 반도체 제조 분야의 기술 난관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량멍쑹은 개인적으로도 반도체 특허 450건을 보유해 기술논문 350여 편을 발표했다.
2017년 SMIC 주주의 요청으로 량멍쑹이 SMIC에 합류했다. SMIC의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해서 미세공정을 포기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지 못할 때였다. 량멍쑹이 합류한 뒤 SMIC는 14나노와 N+1, 7나노 등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는 사직서에 SMIC에서 근무한 3년 동안 28나노에서 7나노에 이르는 모두 다섯 세대 기술을 개발했고 이는 다른 기업이라면 10년 이상 걸렸을 성과라고 강조했다.
SMIC는 현재 28나노, 14나노, 12나노, N+1나노 모두 양산을 시작했다. 7나노는 기술 개발을 끝냈고, 2021년 4월부터 수주 없이 하는 위험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5나노와 3나노의 가장 핵심적이고 어려운 8가지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 그는 SMIC가 이런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길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내부와 시장에서 량멍쑹에 대한 평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량멍쑹과 함께 일했거나 접촉했던 사람들은 그를 ‘고집이 세다’거나 ‘도도하다’고 평가했다. 그가 입사한 뒤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와 이사회 관점에서 량멍쑹의 사직은 의외가 아니었다. 여러 이사회 관계자는 SMIC 경영진 사이에서 량멍쑹과 저우쯔쉐 회장, 다른 공동 최고경영자 자오하이쥔의 불화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했다.
“이사회에서 직접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은 감정적인 행동으로, 회사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SMIC 이사회 관계자는 량멍쑹의 갑작스러운 사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5년 전에 주주들이 SMIC가 칩렛 기술을 탐색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량멍쑹은 7나노 미세공정에 몰두해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 SMIC의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국내에서 경제의 내부 순환을 강조해 독립적인 산업사슬을 육성하려 한다”며 “그런데 량멍쑹은 국내 산업라인에 관심이 없고 외국 장비를 고집해 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 량멍쑹은 연구개발 전문가일 뿐, 제조 분야는 그의 강점이 아니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50호
中芯國際調路線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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