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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공급부터 고객까지 발 묶어
[BUSINESS] 내우외환 중국 SMIC- ② 미국 제재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허수징 economyinsight@hani.co.kr

허수징 何書靜
뤄궈핑 羅國平
<차이신주간> 기자

   
▲ 2020년 9월21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 제재 재개 방침을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12월18일 SMIC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포함했다. REUTERS

량멍쑹 최고경영자가 사직서를 내고 이틀 뒤, 소문으로 들리던 미국의 기술 제재가 현실로 다가왔다. 2020년 12월18일 미 상무부는 군수산업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SMIC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추가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SMIC가 “미국 기술을 이용해 군사 현대화를 지원하는 위험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거래제한 기업 명단은 SMIC의 미세공정을 직접 겨냥했다. 미 상무부는 미세공정을 지원하는 기술을 수출할 때는 원칙적으로 거부 추정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특히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지목했다. 나머지 기술의 수출 허가는 사례별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 제재는 SMIC와 관련된 10개 기업에 동시에 적용됐다.

고강도 기술·장비 규제
거래제한 기업 명단을 꺼내들기 전에 미국 정부는 SMIC를 대상으로 두 차례 가벼운 규제를 시도했다. 2020년 9월26일, 미 상무부가 발송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자우편이 미국과 영국 언론에 알려졌다. 전자우편에서 상무부는 미국 반도체 기업이 SMIC에 제품을 공급하기 전에 허가를 신청하도록 요구했다.
일주일 뒤 SMIC는 전자우편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미 상무부가 ‘군사용도 최종 소비자 규정’에 따라 미국 기업의 일부 장비와 부품, 원재료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두 달이 지난 12월3일, 미 국방부는 SMIC를 군수기업으로 분류하고 미국 국민이 SMIC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나스닥과 MSCI 등도 잇달아 SMIC를 관련 지수 종목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두 차례 제재는 미국이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 같았다. 제재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었고 반발이 심각하지 않자 계속 밀어붙인 것이다.” 반도체산업 애널리스트는 거래제한 기업 명단을 발표하기 전 두 차례 제재를 진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거래제한 기업 명단은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가져왔다. 12월20일, SMIC는 거래제한 기업 명단이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과 생산능력 구축에 타격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앞서 군사용도 최종 소비자 명단에 포함됐을 때도 일부 미국산 장비와 소재 공급이 연기되거나 불확실해졌다며 생산활동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적인 법률사무소의 한리제 변호사는 말했다. “거래제한 기업 명단은 미국의 경제제재와 블랙리스트 가운데 가장 엄격한 것이다. 이 명단에 들어간 기업에는 대부분 미국산 제품의 수출이나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군사용도 최종 소비자 명단에 관련된 미국산 제품의 범위는 매우 좁다.”
쉐즈옌 변호사에 따르면, 이론적으로는 중국 기업이 수출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판매업체는 번거로운 과정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블랙리스트에 든 기업에 납품하길 원하지 않는다. 제재받는 모든 미국 기술이 SMIC에 넘어갈 수 없다는 의미다.
웨이퍼를 생산하는 SMIC 공장에 있는 장비는 물론 소재까지 미국 공급업체와 긴밀하게 연계됐다. 11월12일, 자오하이쥔 최고경영자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공장을 설립할 때부터 검증된 형식을 따라가기 때문에 내부에 반드시 미국산 장비가 있다”며 “8인치나 12인치 공장의 일반공정과 미세공정 모두 영향받는다”고 말했다.

충격 현실화
반도체업계 사모펀드 투자자는 장비 분야에서 어플라이드머티어릴스와 램리서치 등 미국 업체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웨이퍼 공장 관계자도 공급업체 명단에 ‘대체할 수 없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장비는 물론 기체와 액체 형태의 화학제품도 포함된다. 미국의 한 업체만 공급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군사용도 최종 소비자 명단에 포함된 것이 공급망에 가져오는 충격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자오하이쥔 최고경영자에 따르면, 고에너지 이온주입기를 포함한 장비의 납품이 2개월 정도 연기됐다. 단기적으로는 심각한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부 소재, 특히 소모품은 비축한 재고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미세한 공정일수록 성숙한 단계의 공정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 반도체산업 관계자는 말했다. “14나노 공정이 가장 곤란할 것이다. 다음으로 28나노, 40나노 차례다. 주로 8인치 공장에 적용하는 오래된 공정은 미국 업체 의존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운영하기 수월하다.”
미국 제재는 공급망 전체로 퍼졌다. 2020년 9월 이후 미국이 화웨이에 일련의 제재를 가하자 SMIC는 화웨이 하이실리콘(海思)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었다. 하이실리콘은 SMIC 미세공정의 최대 고객사다.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량멍쑹 최고경영자는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고객 부재에 따른 미세공정 생산능력의 공백을 메우려면 2~3분기는 더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반도체산업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미세공정 위탁생산이 필요한 고객사는 TSMC 같은 공장을 선호한다. 생산활동에 제한받고 고객사까지 부족하면 (SMIC는) 미세공정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
SMIC 사업구조에서 미세공정은 매출액 중심이 아니다. N+1공정은 아직 소량 시험생산 중이고, 14나노 공정은 1년 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14나노와 28나노 공정의 매출 기여도는 2020년 3분기부터 상승했다. 매출액 10억위안을 기록해 전체의 14.6%를 차지했다. 중국국제금융주식유한공사 연구보고서는 앞으로 SMIC의 자회사 중신난팡(中芯南方)이 생산 규모를 늘리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신난팡은 미세공정의 개발과 양산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70억달러(7조7천억원)가 투입됐다.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일반공정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SMIC 합자회사 관계자는 55나노 생산라인은 미국산 장비 의존도가 낮다며 핵심 장비인 마스크 얼라이너의 경우 캐논의 중고 장비로 대체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1년 안에 ‘미국 기술 벗어나기’를 완료할 계획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소재는 힘들 것이다. 협력사가 개발하고 있는데 언제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

   
▲ 2020년 10월 저우쯔쉐 SMIC 회장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엑스포에서 연설하고 있다. SMIC는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로 큰 타격을 입고 있음을 인정했다. REUTERS

미세공정의 미래
공급망을 재편해도 미세공정을 추진하는 SMIC의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산업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SMIC가 미세공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은 미국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 돈을 벌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SMIC는 미국 정부와 소통을 지속하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제한조치 전문 변호사 티머시 오툴은 SMIC가 거래제한 기업 명단을 뒤집을 방법은 두 가지라고 말했다. 하나는 소송이다. 다른 하나는 거래제한 기업 명단을 관리하는 ‘이중용도품목 수출심사위원회’(End-User Review Committee)를 찾아가 SMIC를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두 방법 모두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권이 교체돼 위원회가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지만 역시 지루한 과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량멍쑹 최고경영자가 추진한 미세공정의 진행 속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여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MIC는 2020년 7나노 공정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N+1공정은 차선책을 선택한 결과다. SMIC 이사회 관계자는 주주들도 SMIC의 연구개발 속도에 불만을 보인다며 “사람을 바꾸면 지금보다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 반도체 제조공장 기술전문가는 7나노 또는 10나노 공정 개발은 ‘0에서 1’이 아니라 ‘몇에서 몇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수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수율을 높이는 데는 수학문제처럼 명확한 답이 없다. 과거에 성공했던 방법을 그대로 복제할 수도 없다.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공장에서 직접 시험해야 한다.”
“수율은 그야말로 ‘현학’(玄學)이다. 량멍쑹은 TSMC와 삼성전자에서 성공했지만 중국에서는 7나노 공정을 상용화하지 못했다. 공장과 자금, 시장을 포함한 모든 것이 그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다.” 한때 량멍쑹과 함께 일했던 직원은 “SMIC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자금이 풍족하지 않고 중국 웨이퍼 제조공장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이 부회장이 합류하면서 SMIC는 칩렛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미세공정과 동시에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SMIC 이사회 관계자는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의 기술 노선은 속도를 조절하고 칩렛 분야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공장 기술전문가는 칩렛과 미세공정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주력해야 하는 두 가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칩렛을 채택한 기업은 대부분 7나노를 포함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패키징 단계에서 미세공정의 반도체를 사용할 것이다.” 반도체 분야 애널리스트도 “칩렛 기술은 성숙한 단계가 아니고 생산비용도 많이 든다”며 “공정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애플과 인텔, 엔비디아 등 일부 고성능을 추구하는 제조사들이 이 기술을 도입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50호
中芯國際調路線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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