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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성 갖춘 글로벌 주자들 ‘대격돌’
[CULTURE & BIZ] 2021 ‘스트리밍 전쟁’ 관전 포인트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 2020년 1월 바티칸 성베드로광장 부근 건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의 광고판이 걸려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뒤 넷플릭스 가입자는 급속히 늘었다. REUTERS

2020년은 인터넷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의 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출하지 못한 많은 사람이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특히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주문비디오’(SVOD)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로써 인터넷 스트리밍 미디어는 세계경제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돋보이는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수치로 보면, 2020년 3분기 글로벌 SVOD 이용자가 2억1천 명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내내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0년 3분기부터 연속 증가한 것이다. 4분기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아 최종 증가율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2020년이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주요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한다.

SVOD의 대약진
인터넷 스트리밍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문비디오(VOD)는 수익 모델에 따라 넷플릭스같이 구독 형태인 SVOD, 유튜브처럼 기본은 무료이지만 광고를 봐야 하는 AVOD, 볼 때마다 결제하는 TVOD가 있다. 여러 통계를 보면, 현재 인터넷 스트리밍 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세는 SVOD가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TV리서치의 2020년 9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38개국의 SVOD 시장은 2019년 490억달러에서 2020년 620억달러(약 68조원)로 늘어나 26% 성장했다. 또 2025년까지 1천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SVOD는 케이블TV나 IPTV 같은 유료 TV 시장을 급격히 잠식하는 등 기존 미디어·콘텐츠 시장 자체를 흡수하며 폭풍 성장 중이다. 미국 소비자정보 조사기관인 트랜스유니온의 2020년 11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케이블TV를 해지하고 넷플릭스나 아마존프라임비디오로 갈아탔다.
많은 소비자가 SVOD를 선택한 이유로 경제성을 꼽았다. 선택의 폭이 넓은 SVOD가 기존 TV 같은 미디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중국이 전체 시장의 63%를 차지한다. 하지만 중남미와 동유럽 등 신흥시장 성장세도 무섭다. 2020년 15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양상은 독자 생태계로 진화하는 AVOD 시장과 다르다. AVOD 시장은 절대 강자 유튜브가 버티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20년 성적표를 보면, SVOD 선구자인 넷플릭스는 여러 오리지널 콘텐츠를 성공시키며 디펜딩챔피언(우승지킴이)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어렵다던 일본 시장에도 안착했다.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4차 한류 붐’을 일으켰다. 일본의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1년 만에 200만 명이나 늘어 500만 명에 이르렀다.

   
▲ 디즈니가 만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서비스 개시 예고 화면.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첫해인 2020년 구독자 8680만 명을 모았다. 디즈니플러스 페이스북 계정

스트리밍 대전
넷플릭스 독주로 대표되던 SVOD 시장이 2021년에는 이른바 ‘전국시대’로 돌입할 전망이다. 할리우드나 TV 부문의 전통적 강자와 애플 같은 기술기업들이 SVOD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SVOD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돼 경고음이 울렸으나 전통 강자들은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 이들의 위기감이 본격화한 시기는 2019년이다. 북미에선 유료 TV 구독이 30% 이상 줄었다. 미국 가정의 75%에서 한 가지 이상의 SVOD를 구독하고 있다. 더는 손 놓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적극 반영된 듯 2020년 이들의 행보는 무척 바빴다.
2020년 초 처음 등장한 디즈니플러스는 적잖은 우려를 받으면서도 큰 성과를 보였다. 막대한 지식재산권(IP)을 무기로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했다. 2020년만 놓고 본다면, 디즈니왕국은 스트리밍 대전의 승자로 불러도 무방한 실적을 거두었다. 서비스 첫해에 868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2024년에야 구독자 9천만 명 정도를 달성하리라는 전망을 깨고 목표치를 3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실적 호조에 자극받은 디즈니는 2024년 구독자를 애초 예상의 3배인 2억6천만 명으로 재조정했다. 디즈니플러스의 약진은 SVOD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고려할 때 꽤 고무적이다. 2020년에만 애플TV플러스, HBO맥스, 컴캐스트의 피콕, 바이아컴CBS의 파라마운트플러스, AMC플러스 등이 뛰어들어 넷플릭스 대항마 자리를 놓고 싸웠다.
디즈니는 2020년 새로 발표한 100여 개의 프로젝트 콘텐츠 가운데 80%를 디즈니플러스에 독점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즈니가 보유한 훌루, ESPN플러스까지 고려할 때 매력 있는 대작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운 디즈니의 SVOD 시장 선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기업 진영에선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애플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9년 3분기 기준 190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애플은 사상 최고의 ‘콘텐츠 쇼핑 리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애플TV플러스는 2021년 가장 주목할 만한 SVOD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새로 발표된 맥OS는 애플의 여러 기기를 오가며 애플TV플러스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아이폰12Pro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애플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동안 애플TV의 가장 큰 약점은 콘텐츠 라인업이었다. SVOD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공격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긋하지도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1억5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아마존프라임 회원이 있는 한 SVOD 시장에서 아마존은 무시 못할 존재다. 아마존은 2020년 12월30일 팟캐스트 네트워크인 원더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이 오디오 콘텐츠에 눈을 돌린 아마존의 행보에 의문을 나타냈다. 하지만 월 800만 명 정도의 청취자가 있는 원더리의 많은 콘텐츠를 언제든 영상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인기를 끈 <홈 커밍> 같은 작품이 더 제작될 수 있다. 아마존이 2021년 어떤 모습으로 SVOD 시장을 흔들지 기대된다.
HBO맥스는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HBO맥스는 2020년 대작 콘텐츠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약진과 함께 워너브러더스의 HBO 진영 합류, TV와 할리우드의 클래식 라이브러리 확보는 아주 놀라운 소식이다. 고전영화나 TV시리즈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독특한 색채가 부족했던 HBO만의 무기를 만들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 SVOD 시장
한국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2020년 3분기 330만 가입자를 넘겼다. 넷플릭스가 최대 SVOD 서비스로 자리잡은 2020년은 한국 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친 한 해였다. 2019년 SK의 옥수수와 방송사 연합체인 푹(POOQ)이 합쳐 만든 웨이브(Wavve)는 넷플릭스 성장세를 지켜봐야만 했다. 웨이브의 부진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공중파의 콘텐츠와 SK텔레콤 계열의 회원 수에 비춰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영화 콘텐츠도 넷플릭스로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힘들었다. 그나마 경쟁력 있는 콘텐츠 라인업을 보유한 시제이이엔엠(CJ ENM)-제이티비시(JTBC)가 별도 서비스 티빙을 구축하자, ‘넷플릭스를 꺾을 토종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라는 선언이 무색할 만큼 웨이브의 경쟁력이 약해졌다. 웨이브는 최근 ‘둘이 합치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다’며 티빙 진영에 러브콜을 보내지만, 티빙으로선 합병의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게다가 2020년 말 쿠팡이 쿠팡플레이를 들고나왔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이 SVOD 서비스를 한다고 해 업계에선 의아하게 여겼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벤치마킹한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쿠팡은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비교할 일이 아니라며 과도한 관심에 선을 그었다. 500만 명 정도로 알려진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 형태를 보였다. 그러나 영국 프리미어리그 중계 같은 경쟁력 있는 독점 콘텐츠도 준비한다는 말이 새어나오는 걸 보면, 쿠팡플레이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SVOD 서비스 시장은 지금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그 속도는 2021년에 더 빨라질 것이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만 갇혀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국내 기업들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글로벌 SVOD 주자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갖고 다른 곳이 넘보기 힘든 차별성을 무기로 내세운다. 많은 사람이 2개 이상 서비스를 구독하는 ‘듀얼 홀더’여서 절대 강자가 존재하더라도 시장 확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세계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바닥부터 바꿔놓을 ‘태풍의 눈’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2021년 어떤 전개 양상을 보일지 업계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흐름을 타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크다. 업계 전반적으로 바쁜 한 해가 될 것이다. 물론 일반 사용자는 OTT 시장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에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겠지만 말이다.

* 문동열 칼럼니스트는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콘텐츠산업 전문가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며, 콘텐츠 제작과 금융이 전문이다. 일본 게이오대학원을 졸업하고 LG인터넷과 SBS콘텐츠허브 등에서 방송·게임·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콘텐츠 금융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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