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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로 새 중동 열려
[세계는 지금] 아랍에미리트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안령 Ryeong.an@kotra.or.kr

안령 KOTRA 두바이무역관 과장

   
▲ 2020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낙타에 올라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필자는 2017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두바이에 부임했다. 당시 두바이는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있는 점과 기후 등 여러 면에서 선호하는 부임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 접한 두바이는 달랐다. 두바이는 중동에서 가장 국제표준에 가까운 도시이자 역내 자본과 인재가 모여드는 ‘중동의 뉴욕’이었다. 아랍어를 못하는 이도 영어로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
물론 불안감도 있었다. 부임한 지 4개월이 되지 않아 아랍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UAE 등 4개국이 카타르를 상대로 외교관계 중단을 선언하고 육·해·공 이동로를 모두 차단한 일이 벌어졌다.
카타르가 아랍권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친밀한 대외정책을 펴고, 무슬림형제단 등 테러단체를 지원하며,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아랍국가 왕실을 비판한다는 이유였다. 한 달여 유예기간 안에 카타르인들은 회사 문을 닫는 것은 물론 UAE를 떠나야 했고, 두바이와 도하를 부지런히 다녔던 카타르항공 운항도 중단됐다.
걸프 지역 최대 환적항인 두바이 제벨알리에서도 도하로 가는 물류 흐름이 끊겨 두바이 경제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두바이와 도하는 왕실 간 혼인 관계가 있었음에도 수니파 맏형 격인 리야드와 아부다비의 움직임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이란 제재 복원, 경제적 충격 불러
2018년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극적으로 타결됐던 ‘이란 핵합의’(JCPOA·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대이란 제재를 완화한다는 내용의 포괄적공동계획)를 깨고 대이란 제재가 복원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감시기구의 제한 없는 이란 핵시설 사찰과 핵개발 일몰조항 폐지 등 JCPOA의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란이 JCPOA 타결과 경제제재 해제를 바탕으로 정상국가로 발돋움할까 우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과 동맹국인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당시 이란은 UAE에 제1의 수출 대상국이었고, 특히 이란 자본이 두바이에 많이 들어와 있어 제재 복원은 두바이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이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필자는 중동 정치가 항상 국제관계의 주요 이슈로 언급되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 그 중요성과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두바이에서 근무하다보니 전세계 일일 원유 소비량의 30%가 지나가는 이란 앞바다 호르무즈해협의 안보를 확보하는 일과, 이란의 핵무장과 잇따른 역내 군비 경쟁을 저지하는 것이 미국 같은 패권국과 역내 걸프협력회의(GCC) 아랍 산유국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알았다. 중동은 핵강국을 꿈꾸는 북한이 있는 한반도만큼이나 안보 문제의 무게감이 큰 지역임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러나 2020년 8월 UAE가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 개시를 시사하고,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아래 미국 워싱턴에서 UAE와 이스라엘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평화협정(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다. 곧이어 바레인(9월15일), 수단(10월23일), 모로코(12월10일) 등이 동참했다.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의 없이 이스라엘과의 수교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사우디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레인은 경제·정치·외교 문제를 사우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섰기에 사우디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점에 더욱 힘이 실린다.
UAE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 4개국 중에서도 성과 가시화를 위해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F35 전투기를 수입하는 것에 따른 군사적 영향력 강화는 차치하고 두바이 항공사 플라이두바이가 이스라엘 항공편 운영을 개시(11월26일)하고 이스라엘의 엘알항공사(12월13일)와 아르키아항공사(1월 3일) 등도 두바이 직항편 운항을 시작했다.
세계 4대 항만 운영사인 UAE 국영 DP월드는 이스라엘과 대대적인 교역 확대를 위해 이스라엘 도버타워와 무역 분야 개발협력 양해각서를 체결(9월16일)하고 항로와 부두 등의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UAE·미국·이스라엘은 중동 지역 경제협력을 위한 민간부문 주도의 투자·개발 이니셔티브로 30억달러 규모의 아브라함 기금 설립도 발표했다.
림 알 하시미 UAE 국제협력부 특임장관은 “아브라함 평화협정을 통해 양국 간 더욱 건설적인 협력과 통합을 위한 길을 닦았으며, 본 협정은 전세계가 직면한 현 코로나19 위기 속에 효과적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등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는 데 UAE-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였다.
걸프 지역에선 UAE-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에 카타르 단교 해제 등이 추가되며 교류 확대 분위기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7년 6월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 4개국은 대카타르 단교를 선언했다. 그러다 2021년 1월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GCC 정상회의에서 사우디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는 타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과 외교관계 복원에 합의했다.
또 GCC 회원이 아닌 이집트도 회의에 초청해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 4개국 모두 카타르와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단교 이후 카타르는 ‘중동의 CNN’이라 부르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을 비난하며 또 다른 지정학적 위험을 높여왔는데, 단교 해제로 이 위험요인도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
카타르 봉쇄 완화는 걸프 지역 산유국 모임인 GCC의 결속 강화와 대외 개방 확대를 의미한다. 여기서 UAE 두바이와 카타르는 중동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하기 위해 국제표준에 부응하는 문호 개방, 제도 개편, 투자 유치에 앞장서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양국은 국제 이벤트 유치로도 잘 알려졌는데, 두바이는 2021년 10월 국제엑스포를 열고,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할 예정이다. UAE와 카타르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와 카타르 단교 해제 등으로 교류가 확대되면서 또다시 경쟁적으로 개방과 투자 유치 확대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현지 언론들은 이란도 미국의 새 대통령 조 바이든이 공약으로 내세운 ‘이란 핵합의’(JCPOA) 복원과 경제제재 완화 등에 거는 기대가 큰 가운데, 6월 이란 대선을 앞두고 경기 진작 등 실리 추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조심스럽게 중동 평화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UAE와 이스라엘의 협력 강화가 기대되는 산업 분야로 ‘스마트농업’을 꼽을 수 있다. UAE는 여름철 최고기온이 48도에 이르고 연평균 강수량이 42㎜에 불과해 오래전부터 첨단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7년에 식량안보특임장관직을 신설하고, 2018년 국가 식량안보 전략을 수립해, 2051년까지 세계 식량안보 지수 1위 도달을 목표로 첨단농업 기술을 활용한 지속가능 식량생산 체계 구축을 준비해왔다.
이스라엘도 걸프 지역 국가들만큼이나 경작 조건이 열악하다. 국토의 반 이상이 사막이고 그나마 경작이 가능한 땅도 전 국토의 20%에 불과하다. 물부족 국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첨단농업 기술, 특히 실내 재배와 종자 개량, 농장 자동화 등의 분야에 지속해서 투자했다.
한국의 스마트팜 기업도 중동 사막에서 농업혁명을 앞당기는 데 일조하는 영향은 없을까? 한 예로 한국 기업 엔씽(n.thing)은 컨테이너를 활용한 실내수직농장과 운영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2021년 1월부터 아부다비 국방호텔 부지에서 신선 엽채류를 수경재배했는데, 이스라엘의 기술 유입에 긴장하고 있다. 엔씽 등 한국의 스마트팜 기업들도 현 단계에 안주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와 자동화로봇을 활용한 3세대 스마트팜 개발과 수출을 위해 더욱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 첨단농업 시장은 잠재적으로 UAE를 넘어 걸프 전역에 걸친 큰 시장이기에, 이스라엘 농업기업들의 현지 진출 확대가 오히려 시장 활성화와 선택지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스라엘은 로봇을 활용한 농작업 무인화에도 강점이 있는데 한국은 로봇 연계 자동화 기술이 약하기에, 양국의 장점을 살린 합작으로 현지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UAE-이스라엘 기술협력 확대는 새 기회
UAE-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는 역내 패권 경쟁에서 이란을 봉쇄하는 등 안보적 이점 외에 고도화된 기술협력, 투자 유치 확대 등 많은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런 혜택은 코로나19 불황을 어렵게 헤쳐나가는 UAE를 비롯한 걸프 지역 국가에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특히 UAE를 비롯한 걸프 지역 국가들이 모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스타트업 육성으로 첨단기술 유치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첨단농업, 바이오테크, 핀테크 기술 도입 등은 관련 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이 기술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많은 만큼, UAE 정부와 민간의 욕구를 파악해 그에 걸맞은 경쟁력을 키운다면 더없이 많은 기회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더 커진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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