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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가게 몸값 1조8천억 매겨진 이유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CJ올리브영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박종오 Parkjh@edaily.co.kr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서울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스토어의 ‘바나나맛·딸기맛우유’ 보디케어 화장품 판매대의 모습이다.

2021년 초 서울 영등포역 맞은편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유지하는 주말 오후였다. 로션이나 화장품 파는 가게로 알았기에 사람 발길도 뚝 끊겼겠다고 생각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 얼굴은 꾸며서 뭐 하겠나.
의외였다. 100㎡(약 30평) 남짓한 매장에는 20·30대 10여 명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매장 제일 안쪽까지 들어가서 보니 이유를 알 만했다. 없는 게 없었다. 매장 입구부터 순서대로 향수, 여성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먹거리, 샴푸·칫솔 같은 위생용품, 남성 화장품이 구비돼 있었다. 양말, 우산에 심지어 아저씨들을 위한 은단까지 있었다.
난데없이 이 매장을 찾은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최근 올리브영은 기업 가치 1조8천억원을 인정받았다. ‘무슨 화장품가게가 1조원이 훨씬 넘는담.’ 그게 궁금했다.

몸값 1조8천억 인정받은 화장품가게
옛날 동네 화장품가게를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올리브영은 국내 건강·미용(H&B) 1위 기업이다. 건강·미용 매장은 미국과 유럽 등 외국을 여행할 때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드러그스토어’의 한국판이다. 약국과 편의점을 합쳐놓은 형태로, 국내에선 의약품 판매 규제 때문에 주로 화장품과 간단한 음식료 등을 판다.
올리브영은 지주회사(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 CJ가 최대 주주인 CJ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CJ는 올리브영 지분 24%가량을 2021년 한 사모펀드에 약 4천억원에 팔기로 했다. 주식 1주당 매각 가격은 17만원으로 정했다. 이 금액에 올리브영의 전체 주식 수를 곱해 역산한 기업 가치가 바로 1조8천억원이다.
이는 애초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올리브영의 적정 몸값인 9천억~1조원을 훨씬 넘어서는 금액이다. 돈에 밝은 사모펀드가 너무 높은 금액을 지른 것일까?

코로나19에 외형 성장 전략 위협
지금까지 회사가 커온 과정을 보면 비싼 몸값이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하다. 올리브영은 2002년 한 네덜란드 회사와 합작 기업으로 설립돼, 그동안 공격적으로 외형 확대 전략을 펼쳤다. 단적인 예로 2003년 말 서울과 수도권에 12개에 불과했던 매장이, 2020년 9월 말 1252개로 17년여 만에 100배 넘게 늘었다. 매년 73개꼴로 새 매장을 연 셈이다.
이젠 서울 어디서나 올리브영 간판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전체 점포의 56%인 701개가 서울과 수도권에 들어선 까닭이다. 특히 올리브영은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매장이 81%(1015개)에 이른다. 대기업인 CJ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요 상권을 장악했다는 이야기다.
올리브영의 국내 건강·미용 부문 시장점유율은 50%다. 같은 업종의 2위 브랜드인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점포 수가 2019년 기준 140개, 3위인 롯데쇼핑의 ‘롭스’는 129개다. 올리브영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올리브영은 2019년 역대 최대인 매출액 1조9600억원을 기록했다. 올리브영은 다른 회사로부터 사온 제품을 매장에서 팔아 수익(매출)을 올린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힐수록 실적 높이기에 유리하다.
이 회사 매출은 2015~2017년 연간 30% 안팎으로 고속 성장했다. 직영점 수가 한 해 100~200개씩 늘며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도 2019년 4.5%로 과거보다 개선되며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뤘다. 물건 100만원어치 팔면 4만5천원을 회사 이익으로 남겼다는 뜻이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런 성장 전략이 위협받게 됐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2020년 올리브영의 매출액이 1조8천억원 수준에 머물며 회사 설립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고 추산한다. 2018년부터 개시한 온라인 판매액이 크게 늘며 매출 둔화를 방어했으나,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긴 어려웠다는 것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베팅
그런데도 올리브영에 높은 가격이 매겨진 이유가 뭘까? 사실 이번 올리브영 지분 매각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입찰에서 올리브영의 새 주주가 된 사모펀드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후보가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내건 현대백화점그룹이다. 당장의 실적보다 전국의 목 좋은 상권 어디나 점포를 확보한 건강·미용 부문 시장점유율 1위 업체라는 활용 가치를 높이 산 것이다.
CJ그룹의 최종 낙점을 받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도 마찬가지다. 글랜우드PE는 올리브영의 잠재력을, CJ는 글랜우드PE의 실력을 보고 서로 손을 맞잡았다는 후문이다. 올리브영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큰돈을 베팅했다는 얘기다. CJ로서도 경쟁사인 현대백화점보다 사모펀드와 동업하는 게 부담이 덜할 법하다.

올리브영, 2020년 상장
글랜우드PE는 업계에서 실력 있는 운용사로 통한다. 과거 동양매직을 인수해 되판 일화가 유명하다. 이른바 ‘현빈 정수기’라는 직수형 정수기를 앞세워 렌털(임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2850억원에 사들인 경영권을 2년 만에 2배가 넘는 6100억원에 매각했다.
새로운 주주 참여로 앞으로 올리브영의 사업모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유통망 강화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새로운 성장 전략도 선보인다. 미국의 유통 공룡 기업 아마존이 2017년 우리돈 10조원을 웃도는 금액에 인수한 유기농식품 체인점 ‘홀푸드마켓’을 본보기로 한 건강식품 판매 플랫폼 구축, 남성을 위한 전문 화장품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등이 거론된다.
1조8천억원이라는 몸값이 적정한지는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CJ그룹이 2022년 올리브영의 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올리브영 주식에 정확한 시장가격이 매겨지는 셈이다. 지금도 안 파는 것 찾기가 더 어려운 이 화장품가게의 변신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 국내 기업 약 3만2천 곳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다. 회계장부에는 우리가 몰랐던 회사의 속살이 숫자로 드러나 있다. 최근 경제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부터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 빵집 같은 일상 속 작은 가게까지 그들의 속사정이 담긴 회계장부를 읽어본다. 글쓴이는 경제신문사 <이데일리>에 근무하는 9년차 기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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