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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는 위대했을까
[정혁준의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
[130호] 2021년 02월 01일 (월) 정혁준 june@hani.co.kr
   
▲ 영화 <위대한 개츠비>(2013)의 한 장면. 연합뉴스

1920년대 미국은 부와 번영의 시대(The age of wealth and prosperity)였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끝난 뒤 1920년대에 들어서며 미국은 세계 무대에 우뚝 자리매김했다. 철강, 자동차 같은 제조업에서 미국은 유럽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중산층도 주식투자를 했다.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1921년 다우존스지수(미국 증권시장 동향을 알려주는 뉴욕 증시 대표 주가지수)는 68에서 1929년 380으로 올랐다.
자동차와 라디오가 대중화할 정도로 풍요로운 생활 수준을 누렸다. 수백 개 민영 라디오 방송사가 전국에 생겼다. 재즈를 중심으로 한 대중음악도 유행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도 떠올랐다. 오늘날 미국 소비문화를 만든 이때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소비문화가 절정에 다다랐다. 이런 호황의 시대를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 부르기도 한다.

광란의 20년대 미국에선
번영 뒤에는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불거졌고, 생산자동화에 따른 실업, 유효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는 과잉생산 문제가 드러났다. 파티는 계속되는 듯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국가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질서 유지 임무만 맡아야 한다는 자유방임주의 국가관이 대세였다.
결국 시장에 거품이 차오르면서 1920년대가 끝나기도 전에 파티는 끝났다. 1929년 대공황이 찾아왔다. 대공황이 터지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60%,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90%가 거품처럼 사라졌다.
대공황이 터지기 전 흥청망청하던 192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1925)다. 첫사랑 데이지를 잊지 못하고 막대한 부를 쌓은 뒤 데이지를 찾지만, 끝내 비참한 죽음을 맞는 주인공 개츠비를 다룬 소설이다. 개츠비가 돈을 번 방법은 법으로 금지된 밀주업이었다. 아이러니하게 1920년대 시장은 자유방임이었지만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었다.
소설은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고, 영화로도 여러 차례 제작됐다. 1976년 로버트 레드포드와 2013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개츠비를 연기해 큰 인기를 모았다.

개츠비 앞에 붙은 ‘위대함’이란?
많은 사람이 소설이나 영화로 <위대한 개츠비>를 보면서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궁금해한다. 딱히 위대해 보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개츠비가 초록빛으로 깜박이는 등대를 손으로 잡으려는 장면도 인상 깊게 떠올린다. 그가 잡으려 한 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개츠비는 위대했을까? 여러 해석이 있다. 일반적으로 개츠비가 1920년대 미국을 살던 속물과 달랐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해석한다. 돈·물질·명예에 집착하는 주변 인물과 달리, 자신이 꿈꾼 첫사랑을 지키려 했던 순수함에서 위대함을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 등대를 향한 개츠비의 손길을 변치 않은 순수함이나 데이지를 향한 마음으로 해석한다.
다른 해석도 있다. 개츠비가 그렇게 순수한 사람이 아니라는 접근이다. 데이지는 돈 많은 집안 여자인데, 개츠비가 데이지를 통해 돈과 명예를 얻고자 했다는 거다. 데이지를 향한 맹목적인 집착이 돈과 명예를 향한 집착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등대를 향한 개츠비의 손짓을 녹색 달러, 즉 돈을 상징한다고 받아들인다.
또 다른 해석은 좀더 거시적으로 개츠비를 본다. ‘위대한 개츠비’를 ‘위대한 아메리카’로 등치해 개츠비가 미국을 상징한다고 여긴다. 구대륙과 다른 새로운 사회를 꿈꿨지만 결국 욕망이라는 인간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잘 와닿지 않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주 말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떠올려보면 이해될 것이다. 그렇다면 등대를 향한 개츠비의 손짓은, 아메리칸드림을 상징한다.
무엇보다 위대하다는 아이러니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개츠비는 첫사랑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돈이었다고 생각한다. 불법이라도 돈을 벌어 부와 명예를 얻고 데이지의 마음을 얻으려 했지만 끝내 모든 것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돈이 있을 때 사람으로 붐볐던 저택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 장례식은 두세 사람만 참석한 채 쓸쓸하고 초라하게 치러진다.
주위에서 개츠비 같은 사람을 심심찮게 본다. 도덕성을 내팽개친 채 돈벌이에 몰입하는 사람 말이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라고 여기는 이를 흔히 찾을 수 있다. 목적은 수단이 정의로울 때 의미 있다.

* 몇 해 전 나온 ‘청소년 반부패인식지수’에서 중고생 18%가 “10년 감옥 사는 한이 있어도 10억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돈을 향한 비뚤어진 가치관은 ‘물신주의’를 향해 내달리는 우리 사회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매일 돈과 관련한 정보가 쏟아지지만, 정작 돈과 우리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에는 익숙지 않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독자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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